빈곤을 해결하는 실행가능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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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달러(약 1100원) 미만의 돈으로 생활하는 빈곤층은 전 세계적으로 10억명에 달한다. 빈곤층 인구는 대부분 후진국에 밀집해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 차원의 빈곤 퇴치 노력은 일차적으로 후진국의 빈곤층 인구를 줄이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이 문제를 다루는 학계의 의견은 두 갈래로 나뉜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br>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지음·이순희 옮김·생각연구소·1만7000원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지음·이순희 옮김·생각연구소·1만7000원

먼저 후진국에 대규모 원조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빈곤의 종말>을 쓴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가 이 방식을 지지하는 대표적 학자다. 그는 부유한 나라들이 2005년부터 향후 20년 동안 빈국에 1950억 달러의 원조를 제공하면 빈곤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윌리엄 이스털리 뉴욕대 교수는 원조를 통해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원조는) 피원조국의 여러 기구를 부패로 내몰고 기반을 약화시킨다”며 빈곤 문제는 해당 국가가 자유시장 시스템을 도입해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원조 만능론’과 ‘원조 무용론’이 대립하는 형국이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는 이같은 기존의 이분법적 논의에 새로운 출구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책이다.

MIT 경제학 교수인 두 저자는 빈곤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스위치’ 같은 건 없다고 본다. 중요한 건 인내심을 갖고 구체적인 현실을 살피는 것이다. 빈곤층은 얼핏 보기에 모순적인 행동을 한다. 가령 공공의료시설에서 무상으로 진료를 받는 대신 민간병원 진료에 많은 돈을 들이는 일 따위가 그렇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 아래에는 ‘합리적’ 이유가 숨어 있다. 인도의 경우, 빈곤지역 공공의료시설에서 의료진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때는 드물다. 근무수칙을 지키지 않아도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데다 감독이 소홀한 탓이다. 시스템의 결함만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건강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이처럼 빈곤문제는 구조적·개인적 요인들과 얽혀 있으므로 단순히 원조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취하는 행동과 그러한 행동의 동기를 여러 차원에서 꼼꼼하게 살핀다. 대안은 문제를 따지는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도출된다.

빈곤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는 ‘일괄해법’은 없다. 저자들은 말한다. “우리는 모든 문제를 몇 가지 원칙으로 단순화하는 게으르고 정형화된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선택논리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단순한 원칙을 무차별적으로 들이대는 대신, 실행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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