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를 샀더니 과자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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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농담 들어보셨는지. “상자를 샀더니 과자가 딸려왔어요.”, “질소를 샀는데 과자를 덤으로 주네요.” 못 들어본 사람은 뭔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과자 과대포장 문제를 꼬집은 유머다. 4월말 모 유명 커뮤니티에는 과자 과대포장 문제에 대해 제품별로 순위를 매긴 게시물이 올라왔다. 그 과자들을 만든 업체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1위를 차지한 제품은 O사의 ‘쵸코홀릭 크런치’. 비닐포장을 까서 쵸코볼만 상자에 담으니 뚜껑에 다 담기더라는 것이다. 2위를 차지한 제품은 L사의 ‘오데뜨’. 눈금자까지 동원해서 재보니 상자 용적의 16.7%는 과자가, 나머지 83.3%는 공기로 채워져 있다는 지적. 3위를 차지한 상품은 H사의 ‘계란과자’. 게시물을 올린 이는 이렇게 꼬집었다. “친환경 계란으로 만들었다는 계란과자, 포장은 비친환경적이네요.”

과자 박스의 내용물 포장재를 벗겨봤더니 전체 상자의 80%가 빈공간이었다는 L사의 과자. 현재 이 과자는 생산되지 않고 있다.

과자 박스의 내용물 포장재를 벗겨봤더니 전체 상자의 80%가 빈공간이었다는 L사의 과자. 현재 이 과자는 생산되지 않고 있다.

총 10개의 ‘과대포장 과자’에는 O사, H사, L사 등 한국의 대표적 제과업체가 모두 망라되어 있었다. 각 회사에 연락해봤다. 먼저 비록 한 개이지만 ‘2위’를 차지하여 강한 임팩트를 남긴 L사. “지난해 1월 초에 단종되었고 이제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계속되는 변. “우리 입장에서는 제품 보호를 위해서 어느 정도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래도 현재 다른 제품들은 포장재상 일부 공간을 줄여서 생산하고 있다.”

제일 적극적인 해명을 해온 곳은 H사다. 사진 속 ‘연양갱’은 이미 지난 3월부터 포장을 작게 줄여 유통하고 있다. ‘빅파이’나 ‘산도’는 정규 사이즈가 아니라 대형할인매장에서 요청한 기획상품이다. H사 관계자는 “사실 개별제품을 포장하고 있는 1차포장을 벗기고 재는 것은 조금 문제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제품 보호와 위생 차원에서도 필요한 부분인데, 그것을 벗기고 재니까 더 없어보인다는 것. 참고로 ‘아띠’나 ‘에이스 샌드’의 경우도 현재는 생산되지 않는 제품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마지막은 1위와 4위, 5위를 차지한 제품을 만든 O사 차례다. “당연히 그런 고객반응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전체 소비자 의견인지는 확인해봐야 한다.” 일부 블로거 의견이 전체 소비자 의견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다. 뭔가 패기가 느껴진다. 다른 회사와 달리 단종된 제품도 없다. 이 관계자는 “제품별로 내용물을 최적화하는 것은 계속 연구하고 있고, 또 일상적인 조사를 통해 소비자의 의견청취는 충분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과대포장 문제에 대해 환경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환경부령으로 ‘제품의 포장재질 포장방법에 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만들어 포장공간비율을 명시해놓았다는 것.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국 이준규 주무관은 “업체들은 제품 마케팅상이나 내용물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항변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도 과대포장에 대한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에 법적 기준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중 규칙이 제정되고 1년의 유예기간 후엔 실행된다고 하니, 내년 말 이후엔 “상자를 샀더니 과자가 덤”이라는 농담은 더이상 통하지 않을 듯싶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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