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2030 총선 민심 “투표는 민주당에 할지 몰라도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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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간담회, “새누리당만큼은 집권당이 되면 안 된다고 본다”

<주간경향>은 2030 기획 시리즈의 일환으로 지난호에서 부산지역 20대들의 좌담을 마련했다. 부산은 여당의 텃밭으로 인식돼온 지역이지만 좌담에 참석한 부산지역 20대들은 반한나라당 정서를 강하게 표출했다. 그렇다면 민주통합당의 텃밭으로 인식돼온 호남지역 청년들의 생각은 어떨까. <주간경향>은 2월 23일 광주광역시 조선대학교 특수교육학과 재학생·졸업생 4명을 만났다. 고민경씨(24·졸업생), 김진우씨(23·재학생), 정재성씨(24·재학생), 정현숙씨(24·졸업생)다. 네 사람 모두 광주에서 나고 자랐다.

좌담 참석자들. (왼쪽부터) 고민경씨, 김진우씨, 정재성씨, 정현숙씨.

좌담 참석자들. (왼쪽부터) 고민경씨, 김진우씨, 정재성씨, 정현숙씨.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가

민경 평소에 하는 모습을 보면 민주통합당이나 새누리당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민주통합당은 어떤 때는 보수정당 같다. 민주통합당 국회의원들도 결국에는 가진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진우
새누리당은 부자정당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어느 정당이든 비슷해 보이지만, 새누리당만큼은 집권정당이 되면 안 된다고 본다.

현숙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요즘은 너나없이 개혁을 내세운다. 사실 공약을 보면 두 정당에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올해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호감도는 어떤가

민경 인간적으로는 안철수씨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러나 정치적 기반이 없다는 게 단점이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주변에서 반대가 심하면 못하지 않나. 그런 면에서 문재인씨가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박근혜씨는 딱히 내 삶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우리 같은 사람들의 사정을 잘 모를 것 같다는 느낌이다.

진우 사실 문재인씨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박근혜씨만 아니면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박근혜씨는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정치적 기반 때문에 부정적이다. 안철수씨는 아무리 청년들의 표심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정치적 기반이 없다보니 아직은 아닌 것 같다.

현숙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을 자임했지만 실망감이 크다. 대통령은 수익성을 추구했다. 하지만 서민들이 요구하는 건 수익성이 아니라 평등 아닐까. 반면 문재인씨는 친서민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안철수씨는 청년들에게 친절하고 친근한 이미지다. 좋은 멘토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안철수 원장은 이성적인 정치를 추구할 것 같은데 정치가 이성으로만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차기 대선에 나온다면 좋을 것 같다.


재성
안철수 원장이 아무리 청년들의 지지를 받는다고 해도 국정운영을 하려면 정당의 힘을 빌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는 문재인씨가 낫다. 안 원장은 행정가 스타일이지 정치인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박근혜씨에 대한 광주 사람들의 생각은 다 비슷하다. 박정희 전27대통령 때부터 차별을 받아온 지역이 호남이다. 부모 세대에서는 방식은 잘못됐지만 결과는 괜찮았다고 박 전 대통령을 칭찬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면서도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그런 부모 세대의 피해의식은 우리 세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진보정당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나

재성 진보정당이 새누리당을 견제할 수 있을까. 부모님과 나는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진보정당에 표를 던졌다. 그건 민주당에 대한 일종의 경고였다. 어쨌든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되겠지만 좋아서 찍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거다. 영남은 새누리당이 독식해온 지역 아닌가. 민주당이 비슷한 방식으로 호남을 독식하는 게 싫었다.


민경
진보정당 후보가 정말 괜찮으면 표를 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너무 이상적인 것 같고, 진보정당의 정책들이 내 삶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다. 사표가 될 것 같아서 될 사람을 뽑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진우
진보정당은 정책을 내놓을 때 돈 이야기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지난 2월 23일 광주광역시 금남로의 한 건물에 4·11 총선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 2월 23일 광주광역시 금남로의 한 건물에 4·11 총선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가장 큰 고민은 뭔가

민경 우리 같은 사범대 학생들은 임용 때문에 힘들고 다른 과 친구들을 보면 스펙을 쌓느라 정신이 없다. 서로 마음 편하게 만나서 이야기할 시간이 정말 없다. 그런데 그렇게 고생을 해서 직장에 들어가도 월급을 200만원 이상 받기 힘들다. 반면 취업을 하기 위해 쓰는 돈은 매달 100만원이 넘는다. 책 한두 권을 사면 10만원이다.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2개 들으면 60만원이 나간다. 지금 임용시험 삼수를 하고 있는데 너무 힘들다. 그나마 여긴 지역이라 서울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학교를 졸업해도 사교육비에 돈을 써야 하는 게 현실이다.

현숙 학자금 대출로 진 빚이 1000만원이 넘는다. 그 빚을 갚기도 전에 또 취업을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지금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데 내 일을 잡기 위해 또 일을 하는 형국이다. 그렇게 번 돈으로 고시원비를 내고 인강(인터넷 강의)을 듣는다.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하는데 내년에 붙지 못하면 큰일이다. 임용제도가 또 바뀌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로또에 당첨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보다 더 쉬운 건 좋은 대통령을 뽑는 일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젠 로또 당첨을 바라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로또는 일단 당첨되면 확실하지 않나. 대통령은 잘 뽑아놓아도 언제 초심을 잃을지 모르니까.

재성 오늘 졸업식장에서 졸업하는 친구가 졸업장을 흔들면서 ‘이게 3000만원짜리’라고 농담을 했다. 나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친구들 중에는 국립대에 다니는데도 학비 때문에 휴학계를 내는 경우도 있다. 학비를 내기 위해 빚을 지고 빚을 갚다보면 나이만 먹는다. 악순환이다. 우리는 사실 빚이 없어도 지금 상황에서 힘들다. 빚이 없어도 취업준비에 들어가는 돈만으로도 빠듯하다. 그런데 등록금 때문에 빚까지 떠안고 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정치가 청년들의 삶의 문제를 얼마나 해결해줄 수 있을까

현숙 사회가 하나의 피라미드라면 많은 서민들은 그 피라미드의 맨 아래에 있다. 정치라는 게 바닥까지 내려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다. 그동안 많이 겪어봤으니까. 그래도 좋은 사람을 뽑으면 줄이라도 내려주지 않을까. 그러면 낑낑대면서라도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조금의 희망은 갖고 있다. 그동안 배신감도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민경
학생이 학교에 공부를 하려고 왔으면 공부만 할 수 있는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공부 때문에 걱정해야 하는 게 학생인데 지금은 모두 이번달에는 또 어떻게 버티나, 그 생각뿐이다.


진우
자신이 노력한 양에 비례해서 정직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 정치가 먹고살 수 있는 기반 정도는 만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민경
너무 바빠서 정치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지만 사는 게 너무 힘들다보니 정치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도 하다. 뭔가를 하려고 하는데 자꾸 막히는 게 있다. 그래서 뭐가 문제일까 생각해보면 그 끝에 정치가 있다. 정치에 무심해도 별탈 없이 살 수 있을 만큼 사회가 좋아졌으면 좋겠다.


재성
나는 정치의 힘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편이다. 언젠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동한 적이 있다. 룰라 대통령의 얘기 중 ‘부자한테 쓰는 돈은 투자라고 하면서 왜 서민한테 쓰는 돈은 포퓰리즘이라고 하나’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결국 그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브라질이 높은 비율의 문맹과 빈곤에 시달리던 나라에서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를 대표하는 나라로 발전하지 않았나. 나는 그게 정치의 힘이라고 본다.

호남이 여전히 민주통합당의 텃밭이라고 보나.

민경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건 맞지만, 친구들을 보면 바쁘다보니 투표에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막상 투표를 할 때는 아빠도 민주당을 찍고 엄마도 민주당을 찍으니 그냥 민주당을 찍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요즘엔 관심을 많이 갖는다.
<나는 꼼수다>를 듣거나 <닥치고 정치>를 읽는 친구들이 많다.


재성
결과적으로는 호남이 여전히 민주통합당 텃밭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부산에서 새누리당이 그래왔던 것보다 더 그럴지도 모른다. 부산·경남에선 김두관씨가 도지사가 됐고 문재인씨도 지금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나. 하지만 반대로 박근혜씨가 광주로 왔을 때 당선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래도 주목할 부분은 있다. 2040은 투표는 민주통합당에 할지 몰라도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찍지만 마음에는 안 드는 것이다. 50대나 60대는 그래도 민주통합당에 대한 믿음이 있다. 그러나 20~40대는 민주당을 대신할 다른 정당이 나온다면 언제든 갈아탈 것이다.

<글·사진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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