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락파티’라는 이름으로 청년비례대표 선발을 시작했다. 389명의 후보 중 3월 2일 현재까지 16명이 최종후보로 추려졌다. 민주당 측은 오는 9~11일 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20대, 30대 남녀 각 1명씩 총 4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선발할 예정이다. 4명의 후보 중 최다득표자는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발탁된다.

2월 29일 국회에서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후보들이 민주당 지도부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박상필 민주당 ‘락파티’ 총괄본부장은 청년비례대표 경선이 “눈 앞의 이벤트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우리 당의 청년비례 후보들이 경험이 부족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이 앞으로 4년간 의회에서 경험을 하고, 이후에도 꾸준히 정치권에서 훈련을 받는다면, 10년 후에 영국, 미국처럼 40대 대통령, 총리가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2030세대 국회의원의 등장으로 전체적인 정치판이 젊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통합진보당 후보, 대외경력·인지도 앞서
통합진보당은 이보다 늦은 2월 17일에 청년비례대표 경선인 ‘위대한 진출’을 시작했다. 3월 1일 통진당은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현장경연을 통해 47명의 후보를 5명으로 압축했다. 5명의 후보(BIG5)에는 김재연 전 한국대학생연합 집행위원장(31), ‘고대녀’로 알려진 김지윤 전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장(27), 조성주 청년유니온 정책교육팀장(33) 등이 선발됐다. 학생운동, 청년운동을 하면서 민주당 청년후보들보다는 비교적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이다.
본인이 20대이기도 한 박자은 통합진보당 ‘위대한 진출’ 대변인은 “후보들의 운동 경력은 그가 그만큼 진정성 있게 세상을 바꾸는 일에 참여해온 것을 보여준다. 이 경험이 나중에 정치 현장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아직 경선이 진행중이라 구체적인 청년정책이 잘 보이지 못한 부분도 있다. 일정이 진행되면서 시민들에게 우리 당 후보들의 정책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당의 후보군을 보면, 통합진보당 청년비례 후보들은 학생운동 출신 인사들이다. 청년유니온, 한대련, 등록금 투쟁, 반삼성 시위 등 사회운동 경험도 많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후보들은 총학생회장을 경험한 후보가 16명 중 2명에 그치는 등, 사회운동 경험이나, 개개인의 명성에서는 통합진보당 후보들보다 밀린다.
박상필 민주당 ‘락파티’ 총괄본부장은 “우리 당 후보들의 이름값이 상대적으로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의도는 유명한 사람을 뽑자는 것이 아니라, 두 달간의 경선을 통해 발전 가능성과 스토리, 품성 등을 종합적으로 보겠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청년비례 후보의 상당수는 당내 인사다. 김영웅 후보는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대변인을 지냈다. 비운동권 학생운동 경험이 있는 성치훈 후보도 민주당 서울시당 대학생위원장을 지냈다. 장하나 후보는 민주당 제주도당 대외협력특위 위원장, 정은혜 후보는 민주정책연구원 미래기획실 인턴연구원, 김광진 후보는 시민통합당 전남도당 대변인 경력이 있다.
청년비례대표 2030 대표성 가질까
이승연 후보는 당 내에서 꾸준히 코스를 밟아온 경우다. 임종석 의원실 정책비서를 시작으로 2007년 정동영 대통령 선거대책위 공보팀장, 2010년 안양시장 인수위원회 공보팀장을 역임했다. 박인영 후보는 아예 현직 재선 부산 금정구의원이다. 또한, 박 후보는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 운영위원, 아름다운가게 금정점 운영위원도 겸하고 있다.
성나경, 박지웅 후보의 경우 시민운동 경력이 있다. 성나경 후보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회 연구원, 박지웅 후보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 경력이 있다. 여타 후보들은 대외적인 활동보다는 개인적인 활동 경험이 많다. 대기업 사원, 비정규직 노동자, 파워블로거 등으로 다양하다.
한편, 정치권의 청년비례대표 열풍이 ‘총선용 이벤트’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청년들이 기존 정치권에 진입하더라도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정치인 못지 않은 정치력을 가진 청년들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일반 젊은이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88만원 세대>의 공동저자 박권일씨도 정치권의 청년비례대표 열풍이 “보여주기식에 치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씨는 “젊은 층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잠시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시들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청년층에 대한 정책 논의도 쑥 들어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생물학적으로 청년세대인 국회의원을 뽑는 것만큼이나, 청년층에 대한 정책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청년비례대표 후보들은 자신들이 어느정도 2030세대의 문제인식을 대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합진보당 청년비례 후보인 김재연 전 한국대학생연합 집행위원장은 “다른 당의 2030세대가 개인적 활동에 집중했다면, 우리 당의 청년비례 후보들은 2030세대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하는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추상적인 세대 담론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2030세대의 고민을 실천하는 활동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30세대가 갖고 있는 공통점은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정치변화에 대한 갈망이다”라며, “한대련이 주도했던 반값등록금 운동도 기성 정치 밖에서 벌어진 새로운 정치운동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2월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청년비례대표 경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통합진보당 김지윤 청년비례 후보도 자신이 나이로 2030세대일 뿐만 아니라, 청년층을 위한 정책에도 항상 주목해 왔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청년들이 문제인식을 가지고 참여했던 2008년 촛불운동부터 꾸준히 등록금 문제, 일자리, 주거 등의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다. 같은 세대로서 청년층의 문제인식에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년 비례대표를 ‘정치적 아웃소싱’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대표적 2030세대 칼럼니스트 한윤형씨는 청년 비례대표가 “전세계적으로 마찬가지지만 한국에서 청년들의 정치 참여 여론이 높아지는 것을 정치권이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이 인물을 키우지 않는 게 문제’
그러면서 한씨는 “(청년비례대표제는) 정치에 도움이 될만한 사회단체 경험을 이미 갖춘 사람을 당장 써먹기만 하겠다는 거다. 한국 정치는 정치인을 키우기보다 외부의 유명인,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박권일씨도 “선거철마다 정치권은 새 인물, 젊은 피를 찾는다. 바닥에서부터 그 당의 정체성을 만들고 경험해온 사람들을 키워내지 않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청년비례 후보로 나선 조성주 청년유니온 정책기획실장은 “유럽에서는 당직자, 보좌관과 같은 실무진에서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방식이 많고, 한국 정치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이번의 청년비례 경선은 그동안 정당들이 2030세대에 무관심해왔던 것을 극복하려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지윤 후보는 나아가 정당들이 국회 밖에서도 적극적으로 청년들을 정치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공식적인 당직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민주노동당 시절인 2005년부터 진보정당 활동을 꾸준히 해오다가 이번 기회에 출마하게 됐다. 진보정당의 장점은 의회에서 활동할 정치인 몇 명을 키우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운동에 나처럼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려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상대적으로 2030세대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새누리당에도 2030 후보군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고문이 출마한 부산 사상구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유명세를 탄 손수조 예비후보(27)다. 손 후보 외에도 박선희 전 안산시의회 의원(32), 성빈 변호사(36) 등 총 16명의 예비후보가 새누리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백철·김태훈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