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직면한 공교육의 현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공교육이 원래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양심적인 교사들은 어렵고도 고통스런 선택에 직면해 있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정직하다면, 오늘날 공립학교는 시대에 뒤지고 비인간적인 기관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사로 산다는 것> 조너선 코졸 지음·김명신 옮김 양철북·1만원

<교사로 산다는 것> 조너선 코졸 지음·김명신 옮김 양철북·1만원

이것은 공교육의 현실을 우려하는 한국의 학교 교사가 쓴 문장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문장은 30년 전 미국의 한 교사가 쓴 것이다. 그의 이름은 조너선 코졸이다. 그는 1981년 이 두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 <교사로 산다는 것>을 썼다.

조너선 코졸은 노엄 촘스키, 지난해 작고한 하워드 진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성으로 꼽힌다. 하버드대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옥스퍼드대에서 장학생으로 공부했다. 그러나 미국에 돌아온 그는 1965년 보스턴의 흑인 거주 지역 공립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교사 생활을 시작한 지 몇 개월 만에 해직됐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저항적 흑인 시인 랭스턴 휴즈의 시를 읽어줬다는 게 이유였다. 이를테면 코졸은 흑백 인종 차별이 국가의 공식적인 정책이던 시절 학생들에게 일종의 ‘불온서적’을 읽어준 셈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교사의 임무는 명확하다. “학생들의 정신을 일깨우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마음을 열기 위해 분투하는 동시에, 학교에 남아 있기 위해서도 그 못지않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아이들의 눈앞에서 일인칭으로 존재해야 한다.” 일인칭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건 권위에서 탈피하자는 이야기다. 행정당국이나 학교의 지시에 따라 묵묵히 진도만을 나가는 교사, 성적 향상만을 채근하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들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주자는 얘기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기계적인 중립을 강요하지도 말아야 한다. 저자는 ‘양보’와 ‘제3의 입장’에 대한 기계적인 강조는 사이비 윤리라고 말한다. 절제의 미덕이라는 이름으로 수행되는 “극단에 대한 편견은 교사와 학생 모두의 의식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는 “불의를 위한 극단주의자”가 아니라 “정의를 실현하려는 극단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저자는 같은 맥락에서 교사가 ‘불복종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이 말에 담은 뜻은 명백하게 정치적이다. “정부가 눈감아 주거나 어쩌면 주도했을지 모르는 최근 사건들… CIA의 끊임없는 음모, 방사능 오염 폐기물의 방사능 누출 사고와 관련 기업들의 어처구니없는 발뺌 앞에서, 지치지 않고 분노하고 비난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공립학교에서 우리의 권한으로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유일한 교훈이다.”

저자가 이 책은 쓴 것은 1980년대다. 누군가 그에게 말했다. “놀랍다. 그는 아직도 1965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말한다. “과거보다 지금이 낫다고 말하지 말라. 우리는 마음 깊은 곳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과 연민과 통증으로 그렇게 해야겠다고 느낄 때 (언제든) 글을 쓰고 저항하고 싸울 것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신간 탐색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