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왜 희망버스에 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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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걸어서 구미에서 대구까지 갔다. ‘소금꽃 찾아 천릿길’ 도보행진에 참가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하룻동안 동행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이창근 쌍용자동차 노조 기획실장은 걷는 동안 내내 고깔모자를 쓰고 있었다. 모자에는 ‘정리해고 없는 세상 깔깔깔’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는 행진 중 만난 여학생들에게 고깔모자를 씌우고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이벤트에 학생들은 ‘깔깔깔’ 웃었다.

<깔깔깔 희망의 버스><br>깔깔깔 기획단 지음·후마니타스·1만원

<깔깔깔 희망의 버스>
깔깔깔 기획단 지음·후마니타스·1만원

그날, 해고자들은 절망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희망을 찾기 위해 걸었다. 해고자들은 9일 동안 400여㎞를 걷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부산으로 가고 있었다. 이유는 오직 하나, 그곳에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비슷한 시각, 전국에서는 7월 9일 부산으로 가기 위한 195대의 희망버스가 막바지 출발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깔깔깔 희망의 버스>는 쌍용차 해고자들이 부산에 도착한 날, 그러니까 2차 희망의 버스가 부산에 들어가던 날 인쇄됐다.

이 책은 속성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6월 25일에 기획한 책이 불과 10일 만에 나왔다. 이렇게 급하게 책이 나온 이유는 굳이 묻지 않아도 자명하다. 책을 기획한 ‘깔깔깔 기획단’은 희망의 버스를 기획한 바로 그 사람들이니 말이다. 책의 1부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지난 1월 6일 크레인에 오른 후 쓴 글들이다. 2부는 송경동, 홍세화, 김여진, 미류씨 등이 시민들에게 희망버스에 동참해줄 것을 권하는 글들이다. 3부는 1차 희망의 버스를 타고 부산에 다녀온 시민들이 여기저기에 남긴 글들이다.

왜 50대 여성 해고노동자가 크레인에 올라가 몇백일을 버티고 있는지, 왜 평범한 사람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까지 갔는지 책으로 기록함으로써 더 많은 시민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인 셈이다.

시민들의 지지를 요청하는 책인 만큼 희망버스를 먼저 탔던 시민들의 사정을 들어보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이다. 세 아이의 아빠인 강병택씨는 빵장사를 하는 사람이다. 6월 11일 그는 가게 앞에 ‘김진숙님을 응원하러 갑니다’라고 적은 쪽지를 붙이고 가족과 함께 희망의 버스를 탔다. 같은 동네 다른 가족들도 동행했다. 강씨는 “평화롭고 즐거운 여행”이었다며 “타인의 아픔에 공명해 누구랄 것 없이 눈물 흘리던 아름다운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적으로 모는 정부와 사측은 도대체 어떤 살벌한 공동체를 원하는 걸까요? 누구의 정부일까요?”라고 묻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느 한진중공업 비해고자의 아내는 해고자들과 함께하겠다는 남편을 막지 못했다. 남편은 “니한테는 진짜 미안한데, 내 그 사람들하고 끝까지 가볼란다”라고 말했다. 그 며칠 후 희망버스가 왔다. 아내는 버스를 보고 “절망 가운데 죽을 것 같았던 하루하루에 희망의 빛줄기를 보았습니다” “당신들은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신 겁니다. 당신들이 누군가의 큰 희망입니다”라고 썼다.

7월 30일, 세 번째 희망의 버스가 또 다시 부산으로 떠날 예정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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