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 한국판 존 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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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2020년까지 사건들 및 크게 일어난 일을 말씀 드릴테니 제가 바라는 대로 미리 대비하여 미연에 일이 생기지 않도록 흐름을 바꿔줬으면 하네요.”

자칭 미래에서 온 군인 존 티토가 공개한 타임머신의 내부 모습. ‘rain’도 자신이 타고 온 타임머신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했으나 공개하지 않았다. /ww.johntitor.com

자칭 미래에서 온 군인 존 티토가 공개한 타임머신의 내부 모습. ‘rain’도 자신이 타고 온 타임머신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했으나 공개하지 않았다. /ww.johntitor.com

지난해 11월 디시인사이드 미스터리갤러리에 ‘rain’이라는 필명을 쓰는 누리꾼이 올린 글이다. ‘rain’이 첫 글을 올린 때는 2010년 11월 11일. 제목은 ‘안녕하세요, 대예언가입니다’다. 이 글에서 그는 자신이 “2060년도에 33살인 군인 신분이며, 2040년에 합법화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조사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2027년에 태어난 ‘미래인’이라는 주장이다. 정작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11월 19일에 올린 세 번째 글이다. 2012년에 지구 멸망은 없다는 글에서 그는 지나가듯이 다음과 같이 쓴다. “…아마 조만간 이번 연도(2010년)가 지나기 전에 북한과 한 차례 교전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염려 마십시오. 전쟁은 일어나지 않고, 소수의 부상자와 사망자만 생길 겁니다.” 뭐 떠오르는 거 없는가. 딩동댕. 연평도포격.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쯤에 발생했다. 그러니까 예언 후 4일 뒤에 사건이 벌어졌다.

더 놀라운 것은 나중에 그가 수정해서 첨부한 이야기다. 그 부분을 보자. “…그 주변국 일본은 2011년쯤에 지진으로 인한-잦은 지진이 아닌 꽤나 큰 규모의 지진을 말하는 겁니다-쓰나미 해일이 일어나게 되고 그로 인한 방사능 누출까지 피해가 옵니다.…(중략)…또한 2013년이 다 지나기 전에 일본의 정치체제가 기존이었던 체제에서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이때 이미 물가는 큰 상승세이고, 지금은 믿지 못하시겠지만 라면과 유제품, 그리고 각종 농산물들은 3년 전보다 그 가격이 2.5배 이상 뜁니다.” 그러니까 2011년 3월에 벌어지는 후쿠시마 원전사태까지 예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미래군인’의 예언을 대충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2013년 이회창 대통령 당선 및 김정일 사망 (2017년엔 박근혜가 대통령) ▲2014년 10월 3차 세계대전 발발, 중국이 심각한 인명피해 후 붕괴 ▲중국 붕괴로 북한도 문제, 2020년쯤에 중국의 일부와 함께 대한민국으로 흡수…. 암울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니 궁금하신 분은 검색엔진에서 ‘rain’, ‘대예언가’ 등으로 검색해보시길. 어쨌든 저런 종류의 미래예측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일단, ‘미래에서 온 군인’ 주장에서 이 방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떠올릴 사람이 있다.

바로 2036년 미래에서 2001년으로 왔다는 미래 군인 존 티토다. ‘rain’은 그를 벤치마킹한 걸까. 존 티토의 예언은 그가 인터넷에서 나름대로 유명세를 탄 뒤 다 틀렸다. 2004년에 미국 대선 후유증으로 인한 ‘시민전쟁’은 벌어지지 않았고, 그해 이후엔 올림픽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언도 틀렸다. ‘rain’은? 어쨌든 존 티토와 ‘rain’의 결론이 같은 건 2015년에 지구는 3차 세계대전에 휩싸인다는 것이다.

강건일 한국의사과학문제연구소 소장은 “rain의 글은 사실 맞혔다고 하는 것도 애매모호하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예언에서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볼 뿐’이다. SF작가 곽재식씨의 분석도 대동소이하다. 곽씨는 “분단 이후 어떤 점쟁이든 미래의 남북 충돌에 대해서 한 마디씩 하게 마련이었고, 일본에 관해선 지진을 언급하게 마련”이라며 “차라리 ‘내일 모레 세계 5대 도시의 아침 최저기온’을 명확히 제시해 보이는 것이 훨씬 믿음직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존 티토처럼 ‘rain’도 이제 각 인터넷 게시판에서 꽤 팔렸으니 약발이 떨어질까. 당장 2012년 중순에 대공황이 온다고 하니 지켜보자.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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