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가라앉아서는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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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벌어진 도호쿠 지진과 관련된 글이 단연 누리꾼의 화제다. 사건이 나던 11일 오후부터 ‘일본이 가라앉아서는 안되는 이유’ 라는 제목의 글이 돌았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왠지 낯이 익숙한’ 여인네들의 프로필 사진들만 잔뜩 붙여놓은 게시물. 누리꾼들은 ‘T_T’라는 댓글만 붙이며 동의 표시를 하고 있다. 애들도 읽는 지면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확인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속옷 차림의 여인네 중 하나는 해변에서 ‘작품’을 찍다가 스태프들과 함께 쓸려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라 아오이’ 같은 유명배우는 트위터를 통해 생존을 알려 가슴을 쓸어내리는 누리꾼도 있다.

‘20세기 소년’ 등으로 한국에도 알려진 우라사와 나오키가 지진피해자를 응원하며 올린 카툰.

‘20세기 소년’ 등으로 한국에도 알려진 우라사와 나오키가 지진피해자를 응원하며 올린 카툰.

이건 무슨 뜻일까. 별다른 설명도 없다. “스즈미야 하루히 10권.” 그러니까 자신이 즐겨 보고 있는 만화의 작가가 사망해 후속편이 안 나오면 안 된다는 소리다. ‘란가의 취미연구소’라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는 누리꾼은 현재 잘 나가고 있는 유명 만화작가의 지진 후 발언을 모아놓았다. 대부분 자신의 블로그나 트위터 등에 밝힌 소식이다. ‘꽃보다 남자’ 작가인 가미오 요코는 지진이 일어나던 3월 11일 도쿄 신주쿠에 있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걸어서 집으로 출발해 이제 도착했습니다. 무사합니다. 집은 난장판입니다”라는 소식을 올렸다. ‘천재 유 교수의 생활’의 작가 야마시타 가즈미는 “TV를 끄고 손으로 돌려서 충전하는 라디오로 NHK를 듣고 있습니다. 절전중”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하루 이틀 지나고 지진피해가 구체화되면서 이들 만화가는 자신의 재능을 동원, 카툰을 통해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그림들이 꽤 있다. 도리야마 아키라는 자신의 대표 연작 ‘드래곤볼’과 ‘닥터슬럼프’의 주인공이 근두운을 타고 ‘힘내세요!’라고 외치는 그림을 올렸다. ‘20세기 소년’, ‘명탐정 키튼’ 등으로 알려진 우라사와 나오키는 가족을 주제로 그림을 남겼다.(사진) ‘슬램덩크’나 ‘베가본드’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갖고 있는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인물 그림 연작을 올렸다. 힘내자는 표정을 짓는 아이들의 가슴엔 이번에 피해를 본 지역의 이름이 적혀 있다.

앞에서 언급한 ‘스즈미야 하루히…’의 작화 일러스트레이터인 이토 노이즈도 스즈미야 교복소녀가 손을 모으고 있는 모양의 격려 일러스트를 올렸다. ‘카우보이 비밥’과 ‘마크로스’ 시리즈의 작곡가이자 CM송 라이터인 간노 요코는 “당신으로서 무사히 있어줘”라는 노래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앞의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일러스트를 올린 사이트를 보면 한국에서 들어와 남긴 댓글들이 특히 많이 눈에 띈다. 손혜미라고 자신을 소개한 누리꾼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일본이 과거 우리에게 한 역사적 사건들로 인해 일본을 좋아하는 한국인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인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많은 일본 사람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안타까운 사망 소식보다 기쁜 생존자 소식을 많이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쓰다 보니 이번주는 뭔가 진지한 글이 되어버렸다. 어찌됐든 입장을 바꿔서 기억하고 응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래도 행복한 일이다. 일본사람들이 지금의 고난을 딛고 재기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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