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국민소송 본안 판결 앞둔 임통일 변호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제대로 된 재판부라면 우리가 승소하죠”

참 팔자 좋은 변호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사진 옆에 홀인원 기념패가, 그것도 두 개나 있다. 클래식을 즐겨 부르고 중창단 테너로서 매년 정기 연주회까지 한다는 얘기를 어느 기사에서 읽은 적도 있다. 저런 우아한 취미와 여유를 갖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임통일 변호사를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그의 법률사무소를 찾았다. 주인보다 먼저 도착하는 바람에 사무실 안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글 기념패가 하나 더 있다.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그의 이미지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신동호가 만난 사람] 4대강 국민소송 본안 판결 앞둔 임통일 변호사

임 변호사를 인터뷰하게 된 건 ‘4대강 재판’ 때문이다. 그는 1만여 명의 국민이 소송 청구인으로 참여한 ‘4대강사업저지국민소송단’(이하 국민소송단) 단장을 맡고 있다. 소송 대리인단은 32명의 변호사로 꾸려져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26일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권역별로 소송을 제기해 1년 가까이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사회 각계의 반대와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4대강 공사를 계속해 왔다. 이를 중단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은 소송에서 이기는 것이다. 마침 4개 법원(서울행정법원과 부산·대전·전주지방법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본안 1심 심리가 거의 마무리되어 선고를 앞두고 있다. 10월 26일 임 변호사를 만나 4대강 재판의 전말을 들었다.

4대강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일부러 조용하게 진행하고 있습니까.
“그런 건 아니에요. 소송을 하면 거기에서 이야기한 내용이 알려지기를 기대했는데… 언론이 영 다루지를 않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잘 모르는 거죠. 재판이 열리면 정부 쪽 사람만 잔뜩 옵니다.”

뜻밖의 대답이다. 4대강 사업 반대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법정 밖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4대강 국민소송은 두 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4대강 사업 자체의 취소를 요구하는 본안 소송과 본안 판결이 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이다. 현재 집행정지 신청은 한강·영산강에서 기각됐고, 본안 소송은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으면 언론도 외면할 수 없었을 텐데요.
“4대강 사업은 너무 큰 데다 비공개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잖아요. 내용도 오리무중으로 만들어 놓았어요. 주장하는 우리나 심리하는 사람이나 전체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자료도 처음부터 구하는 게 쉽지 않아서 우리도 나중에 나온 걸 보고 안 것도 있어요. 사실 집행정지 건에서는 정확하게 하기가 어려웠어요.”

원고들의 구체적인 피해를 인정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법제도는 정책을 판단하는 게 아니잖아요. 소송은 권리구제가 목적이기 때문에 원고들의 구체적인 피해라든가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뭐냐는 게 중요합니다. 법원이 경각심을 가지고 보면 되는 건데, 눈에 안 보인다고 해서 인정을 안 해버린 거죠. 환경 소송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당장 눈에 보인다면 환경 소송이 아니죠.”

정보가 차단된 상태인 데다 집행정지 건처럼 법원이 경각심을 갖고 보지 않는다면 본안 소송도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닐까. 본안 소송은 11월 중 낙동강을 시작으로 한강·영산강·금강 모두 올 연말 안에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4곳의 재판 일정을 묻자 임 변호사는 자료를 출력하기 위해 컴퓨터가 놓인 그의 자리로 가면서 말했다.

“어처구니없는 사건입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안 믿잖아요. ‘설마 공무원들이 엉터리로 하겠어?’라고 생각하는 거죠. 절망하는 부분입니다. 엄청난 얘긴데 아무도 모르니까….”

환경 소송으로는 새만금 소송보다 더 크지 않습니까. 사상 최대의 환경 소송인 만큼 특별한 점이 많을 텐데요.
“워낙 특별한 거라서 어떤 점을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특정을 해주시죠.(웃음)”
그의 말처럼 막상 ‘특정’을 하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말머리를 돌렸더니 뜻밖에도 그 속에서 대답이 나왔다.

재판부가 두 차례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는데, 본안 소송 판결이 걱정되지 않습니까.
“제대로 된 재판부라면 우리가 승소하죠. 법률을 이중 기준이 아니라 일반인에게 하는 대로 적용했다면 벌써 집행정지까지 했을 겁니다. 옛날 수도를 옮기는 것을 헌법 위반이라고 했듯이 우리의 5000년 역사와 문화가 있는 강을 자기 멋대로 인공적으로 바꾸는 결정을 혼자 내려가지고 강행하는 것도 헌법 위반이죠. 그것도 일종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구상한 것을 그대로 실행해버리는 것, 그게 특이한 겁니다.”

4대강 사업이 아이디어 차원의 구상이라는 뜻입니까.

[신동호가 만난 사람] 4대강 국민소송 본안 판결 앞둔 임통일 변호사

“구상이나 아이디어 단계를 어떤 예측이나 자료도 없이 시작한 사업인 거죠. 정부에서 주장하는 홍수 예방이라든가 생태 환경 개선, 수질개선 등의 목적은 전혀 타당성이 없으니까요. 그런 데다 22조원의 국민 혈세를 들이붓는 것은 우리 대만이 아니라 후손 만대에까지 크나큰 죄를 저지르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임 변호사는 그 근거로 하천법, 환경영향평가법, 국가재정법, 건설기술관리법, 문화재보호법 등의 여러 가지 절차를 생략하거나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이를 제대로 하려면 독일의 경우 10년, 우리의 경우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2년이 걸린다는 게 그의 말이다.

“대운하사업을 계획할 때 문건 속에 이런 게 나와요. (사업을) 쪼개서 빨리 해야 된다고요. 강 전체를 가지고 하나의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되는데 쫙쫙 쪼개서 하고, 사업계획도 전체가 연관된 것인데 구간별로 나눠서 하고, 수리모형시험도 전체적으로 하지 않고 각 보마다 하나씩 쪼개서 한 거죠.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해서 사실을 확인하는 시스템 자체를 망가뜨렸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법치 행정을 정부가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겁니다. 법 자체를 유린하고 헌법까지도 위반해버렸어요.”

예를 들면 어떤 게 그렇습니까.
“한국수자원공사법 위반 같은 경우는 완전히 분식재정이거든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는 수자원공사 돈으로 다 만듭니다. 이익도 안 나는데 공기업이 할 게 아니잖아요. 사업성도 없는데 이사회 결의도 안 거치고 막 하는 거니까 어떻게 되겠어요. 부실화되는 거죠. 나중에 민영화한다고 외국에 팔아먹고 그러겠죠. 그래서 물값을 외국 기업이 결정하게 되면 뭐가 되겠어요? 그렇게 되는 거예요.”

다음은 4대강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다. 임 변호사는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하나도 맞는 게 없다고 말한다. 이를 테면 수질 개선이 아니라 수질 악화이고, 홍수 예방이 아니라 홍수 유발이며, 생태 복원이 아니라 생태 파괴다. 4대강 소송이 진실을 가리는 게 아니라 사기를 가리는 것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너무나 뻔한 진실을 놔두고 눈뜨고 거짓을 홍보하니까 머리가 아프고 상대하기가 참 어려워요.(웃음) 어디 이런 나라를 우리가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가 이제까지 강바닥에 투자한 게 30조원이 넘는데 지금 똥물이 흘러간다고 거짓말을 하지 않나, 보를 막아놓으면 썩는 게 당연한데 안 썩는 것 같은 결론을 내지 않나, 수심이 깊어지면 햇빛이 안 들어가니까 조류(藻類)가 안 산다고 하지 않나…. 조류가 이미 있다는 전제를 하고서 말이죠.”
임 변호사의 4대강 이야기는 끝이 없다. 법 논리뿐 아니라 환경운동가 뺨치는 진정성과 열정이 느껴졌다. 그 배경이 궁금했다. 그는 일찍이 환경단체에 소속된 적도 없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도 아니다. 그런데 4대강 국민소송뿐 아니라 노인이라든가 국내 체류 중국인을 위한 법률 지원 등 공익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혹시 ‘통일’이라는 특이한 이름값(?)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진짜 그랬다.

4대강 국민소송을 맡은 배경이 궁금합니다. 우이령보존회 회원이라고 들었는데, 원래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까.
“장애인단체 이사를 했죠. 저하고 성과 이름이 똑같은 분이 회장을 하고 있는데. 그분이 단체를 만들기 전에 제가 낸 변호사 개업 광고를 보고 이름이 같다면서 찾아왔어요. 그게 인연이 돼서 우이령보존회와 연결이 됐고, 그때 마침 강원도 양양 점봉산에 양수발전소를 만든다고 해서 그 소송을 제가 맡아 대법원까지 진행했어요.”

4대강 반대운동과 국민소송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운하반대교수모임과의 인연도 점봉산 소송이 계기가 되어 맺어졌다. 소송을 위해 찾던 미국 자료를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보내주었다.
“4대강 문제에 관심은 있었지만 소송을 할 생각까지는 못 했죠.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정도였는데 이상돈 교수께서 저를 추천한 모양이에요. 옛날 판례가 있으니까요. 우리가 만들어놓은 판례가 원고 적격을 확정해놓은 판례거든요.”

통일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갖게 되었습니까.
“아버님이 공무원이고 저희 고향이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에 나오는 무대입니다. 전남 보성 산골이죠. 그래서 아버지께서 그렇게 지으신 거예요. 중학교 때는 섬진강 상류 보성강을 끼고 20리 길을 걸어 다녔어요. 제가 우리 강에 애정을 갖는 데는 그런 정서적인 차원이 크죠.”

대학은 왜 부산으로 갔습니까.
“동서 화합 차원에서, 하하하.(크게 웃음) 부모님께서 돈도 없고 서울 가면 데모한다고 해서 제2 국립대라고 하는 부산대에 가라고 했죠.”

데모를 피하려고 갔다가 부마사태를 만난 거네요.
“그렇죠. 1980년도 학생대표자회의 만들 때 법학과 학생대표를 했어요. 운동권하고 연결된 건 아니었고요. 그냥 교과서적인 민주주의, 이런 걸 생각했죠.”

색소폰을 연주하고 중창단에 참여해 정기 공연까지 한다고 들었습니다. 변호사로서 그런 취미 활동을 하는 게 믿기지 않는군요.
“재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기타도 치고 ‘한량끼’가 좀 있었습니다. 부지런하게 뭐든지 하는 성미거든요.”

골프도 수준급이더군요. 홀인원을 두 번이나 하고….
“하하하. 옛날 2000년도 초반에 좀 했는데 요즘은 잘 안 해요. 되지도 않고요. 형편이 어려워지고 시간도 없고 남은 일하는데 눈치도 보이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흥미도 떨어지더라고요.”

그동안 공익 활동을 많이 했더군요. 중국 유학생과 국내 체류 중국인을 위한 법적 지원 활동을 국내에서 처음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지방대를 나와 가지고, 뭘 한다고 그래도 일을 잘 맡기지 않으니까요. 저는 중국어 공부를 1997년에 했거든요. 1월 1일부터 마음먹고 했는데, 인터넷 상에 한·중국제법률연구소라는 사이버 연구소를 열어서 무료 법률상담도 하고 세미나도 했어요. 개인변호사로서는 최초일 겁니다. 법률상담을 한 2000건 했나? 처음에는 한국 사람들이 중국대사관이나 중국 은행의 사람과 잘 안 어울렸잖아요. 내가 꽃을 보내면 국무총리 꽃 바로 옆에 놓일 정도였어요. 요즘은 구름떼처럼 오지만 그때는 그랬어요.”

대한변호사협회 노인법률지원위원장이기도 한데….
“제가 변협에서 인권위원을 아마 최장수로 하고 있을 겁니다. 저는 민변이 아니잖아요. 거기 친구는 많지만 말입니다. 민변이 사퇴해버리니까 거기 일할 사람이 없잖아요. 우리가 고령화 사회가 되어 노인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데 말이죠. 그러다 보니 제가 계속 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개인적으로나 조직에서나 ‘돈 안 되는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하는 건 돈 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하하하.”

거기다 4대강 국민소송까지 하고 있으니, 생업에 지장은 없습니까.
“어차피 큰돈 벌기는 틀렸잖아요. 이름도 특이하고 하니까 사람들이 가끔 찾아와주면 좋은 거죠 뭐.”
인터뷰를 마무리할 무렵 임 변호사에 대해 처음 가졌던 환상이 깨졌다. 우아한 취미와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팔자 좋은 변호사는 확실히 아니었다. 4대강 사업 저지, 한·중 친선과 교류, 고령화 사회 등 무거운 문제와 늘 씨름해야 하는 고된 운명을 타고난 듯하다. 알고 보니 팔자 사나운 변호사다.

4대강 국민소송단장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4대강 사업은 계획대로 되더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업입니다. 지금 진행하는 대로 되면 그 후유증이 얼마나 엄청난 정치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국민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주는 것인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판 중에 드러난 여러 가지 사실을 보게 되면 그렇습니다. 사실에 기초해서 정책을 추진해야 되는데 그것이 아직까지 안 됐으니까, 특히 환경영향평가 등을 제대로 다시 하는 정치적인 결단을 통해서 점검하고 후유증을 최소화하지 않으면 우리 미래에 너무나 큰 재앙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그래서 호소하건대 정말 제정신을 차리고 국민의 공익을 위해서 공무원들이 결단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글·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신동호가 만난 사람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