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열네가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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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들이 왜 그래요? 이거 안되면 스마트 폰이 아니잖아요?”
한 장의 사진이 누리꾼에게 회자되고 있다. 왼쪽. 머리에 붉은 띠, 붉은 조끼를 걸친 캐릭터가 구호를 외친다. “열네 가지 안되고서 스마트폰 웬말이냐!” 폰 액정에 이 ‘스마트폰의 14가지 조건’이 체크리스트로 제시되어 있다. “1. AS가 빠르고 편한가? 2. 교체형 배터리인가? 3. DMB가 되는가? 4. 무제한 멜론 서비스인가?… 14.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가?” 

이 선전물 사진은 지난해 12월께 인터넷에 올라와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 모임 등에 게시된 이 사진은 누리꾼의 조소를 받았다. ‘무제한 멜론 서비스’라든지, ‘손톱으로 터치가 된다’, ‘DivX 플레이어가 있다’ 등은 실제 ‘스마트폰’을 규정하는 기능요소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누리꾼은 이 체크리스트가 겨냥하는 대상이 어떤 제품인지 금방 눈치를 챘다. 거꾸로 치환하면 당시 언론들이 줄기차게 썼었던 ‘아이폰의 단점’ 리스트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체크리스크가 게재된 폰 하단엔 선명하게 ‘AnyCall’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애플의 아이폰을 ‘까면서’ 당시 삼성전자 휴대폰의 주력기종이던 ‘옴니아Ⅱ’의 ‘장점’을 내세우는 선전이었다.
그런데 이 사진이 최근 다시 누리꾼에게 회자되고 있다. 제목은 바뀌었다. 

“갤럭시S는 스마트폰이 아닙니다.” 왜일까. ‘옴니아Ⅱ’ 당시 내놓은 14가지 기준 중 최소한 3가지를 ‘갤럭시S’가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갤럭시S’는 삼성이 아이폰의 ‘대항마’라고 내놓은 최신 폰이다. 그런데 ‘갤럭시S’도 아이폰처럼 액정에 정전식 터치방식을 도입하면서 손톱으로 잘 되지 않으며, 무제한 멜론 서비스는 더 이상 제공하고 있지 않다. 13번째 항목으로 제시한 카메라 플래시는 ‘갤럭시S’도 채택하고 있지 않다. (반면 아이폰은 아이폰4에서 카메라 플래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니까 ‘옴니아Ⅱ’를 판촉할 때 기준으로 보면 ‘갤럭시S’는 스마트폰이 아닌 셈이다. 

지난해 12월, 이 사진이 공개되면서부터 누리꾼 사이에서는 “정말 삼성이 낸 광고가 맞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이 선전물은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인 ‘남성인권보장위원회’(남보원) 코너를 차용한 것이다. 한 누리꾼은 실제 남보원 멤버들이 참여한 ‘옴니아Ⅱ’ 인터넷 광고 동영상을 제시하면서 “어떤 넋나간 대리점이 내건 선전물이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평했다. 다른 누리꾼은 “보는 사람의 낯이 다 뜨거워진다. 결국 삼성의 자폭 유머가 된 셈”이라고 평했다. 

삼성 측의 생각은 어떨까. 기자를 통해 해당 사진을 처음 보았다는 삼성전자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옴니아Ⅱ나 갤럭시S나 각각의 다른 장점이 있는 게 당연한 일 아니냐”며 “해당 사진은 옴니아Ⅱ의 장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지 다른 회사의 스마트폰을 깎아내리기 위한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TV나 라디오에서 저 광고가 집행되지 않은 것 만큼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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