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지진 일어날 확률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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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지진 연구의 선구자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

지구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올해 들어 세계 곳곳에서 지진이 잇따르고 있다. 대형 참사를 빚은 아이티와 칠레 지진 말고도 리히터 규모 5~6 되는 중규모 지진이 빈발하고 있다. 3월 들어서만도 대만, 터키, 일본의 혼슈와 홋카이도, 뉴질랜드, 쿠바, 파푸아뉴기니, 과테말라, 필리핀, 중국 허베이성과 쓰촨성 등지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신동호가 만난 사람]“수도권에서 지진 일어날 확률 높다”

그동안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진 한반도조차 심상찮다. 지진이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는 단서나 주장이 요즘 들어 자주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9일 경기도 시흥에서 발생한 규모 3.0의 지진은 수도권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진 발생 횟수도 잦다. 최근 10년 동안 지진 횟수가 이전에 비해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은 인간이 맞닥뜨릴 수 있는 재앙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이다. 30~40초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다른 어떤 재앙보다 많은 인명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만 보더라도 1976년 중국 탕산 지진으로 25만명, 2004년 인도네시아 지진으로 23만명, 이번 아이티 지진으로 약 3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더 가공스러운 것은 지진이 지금의 과학기술로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는 우주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고, 바다 속은 조금만 알고, 땅 속은 거의 알지 못한다. 지구의 깊이는 6370㎞지만 인간이 들어간 것은 5㎞도 안 된다. 지진은 직접 갈 수도, 볼 수도 없는 땅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무지는 두려움을 없앤다. 인간의 활동이 기후를 변화시키듯이 지진을 유발할 수도 있다. 건물이나 댐, 원자력발전소 등을 지을 때 생각해야 할 점이다. 무지는 두려움을 키우기도 한다. 아이티·칠레 등지의 지진과 관련해 영화 <2012>를 떠올리고 종말론 따위에 현혹되는 경우가 그렇다. ‘국내 지진학 박사 1호’로 꼽히는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경기도 일산 한국지진연구소에서 이뤄졌다.

올해 들어와서 지진 뉴스가 유난히 많습니다. 지구가 지진 활동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지구 역사를 보면 언제나 활동기가 있었어요. 지질학적으로 중생대 때 지구가 가장 활발했다고 해요. 우리나라도 13세기부터 18세기까지가 굉장한 활동기였거든요. 백두산도 화산이 그때 많이 분출했고요. 활동기가 있는 거죠. 따라서 이론적으로 맞습니다.”

실제로는 지진이 많아진 게 아니라는 주장도 있더군요. 특정한 시기에 집중 발생해 그렇게 보일 뿐이지 통계적으로는 증가한 게 아니라는….
“옛날에는 그렇게 말했어요. 지진 에너지는 연평균 똑같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큰 것이 터지면 작은 것이 없고, 작은 것이 많으면 큰 것이 터지지 않아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죠. 옛날 학설인데 지금도 믿는 사람이 있어요.”
새로운 학설이란 큰 지진이 일어나면 그 영향으로 다른 지진을 촉발한다는 것이다. 규모 9 정도의 대지진이 일어나면 지축이 흔들리고 표면파가 지구를 수십 바퀴 돌게 된다. 에너지가 큰 표면파가 약한 부분의 균형을 깨뜨려 지진이 재발한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지진 에너지의 응력이 축적돼 밖으로 나올 때 균형이 깨지고, 균형이 깨질 때 약한 부분을 흔드니까 지진이 납니다. 지진은 에너지가 땅 속에 있으니까 약한 부분으로 나오는 것이거든요. 약한 부분이 단층입니다. 에너지가 꽉 차서 나올 때를 기다리는데 흔들어 주니까 나오는 거죠. ”

얼마 전에 일어난 시흥 지진은 서울에서도 느낄 정도였습니다. 서울·수도권이 다른 데보다 지진 위험성이 크다면서요.
“제가 통계적으로 분석해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이 지진이 일어날 시기라고 얘기한 적 있어요. 올해에서 플러스마이너스 3~4년에서 수도권에서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57% 정도라고요. 57%면 큰 겁니다. 경주가 35%, 평양이 29%였고요.”

왜 서울·수도권이 특히 위험하다고 보는 겁니까.
“세 가지 이유에서 그래요. 역사 지진과 계기 지진으로 계산해 확률을 낸 게 조금 전에 말했듯이 57%였고요. 두 번째는 그동안이 지진정지기라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11세기부터 18세기까지 지진이 많았잖아요. 그 이후 조용했는데, 특히 서울·수도권이 조용했어요. 그래서 지진정지기로 잡은 거죠. 지진정지기로 잡으면 지진 에너지가 많이 축적된 거예요. 그게 방출돼야 하는 거죠. 세 번째는 전문적인 얘긴데, b값이라는 게 있어요. 분포 모델의 기울기 값으로서 작을수록 큰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높습니다. 그게 서울·수도권은 0.77이에요. 우리나라 전체는 0.91이고요.”

서울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강남 쪽이 더 위험하다면서요.
“강남의 지하철 2호선은 얕아서 깊이가 3~4m밖에 안 돼요. 거기에 하중이 큰 고층건물들이 들어섰어요. 전동차가 다니면서 계속 진동을 주고 있고요. 부동침하가 생기는데 언젠가 지진이 일어나 흔들어대면 어떻게 되겠어요. 지질 구조도 나빠요. 충적토예요. 반면에 강북은 암반으로 되어 있어요.”

건물을 짓거나 지하철을 건설할 때 내진설계를 하도록 되어 있지 않습니까.
“지진동실험을 하지요. 그것 참 웃기는 얘기예요. 토목을 하는 사람들한테는 미안하지만 그 사람들 굉장히 이상해요. 외국에서는 그런 것 안 해요. 지진은 1차원 운동이 아니라 3차원 운동이에요. 한 방향으로 흔들리는 게 아니라 동서남북과 수직은 물론 회전까지 하면서 모든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입니다. 그것도 돌아서 휘저어가기도 하고…. 그걸 실험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지진동실험으로 규모 6.0인데 집이 안 넘어졌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되는 얘기죠.”
한반도의 지진 위험성과 관련해 일부 지진학자는 ‘아무르판 가설’을 내세우기도 한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지구 표면의 암석권은 10여 개의 지각판으로 이뤄져 있다. 큰 규모의 지진은 지각판의 경계에서 주로 일어난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의 안쪽에 위치해 있어 지진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고 한다. 아무르판 가설은 커다란 유라시아판에 아무르판이라는 작은 판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다.
아무르판은 바이칼 호에서 시작해 몽골 중부, 중국 북동부, 한반도 서해안을 지나 필리핀판과 만난 뒤 일본의 서쪽과 홋카이도, 사할린 열도로 올라와 아무르강을 따라 경계를 이룬다. 1976년 7월에 일어나 약 25만명의 사망자를 낸 중국 탕산 대지진(규모 7.8)과 1995년 5월 2000여 명이 죽고 도시 자체가 사라진 사할린 네프테고르스크 대지진(규모 7.5) 등이 아무르판 경계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한다.

“댐 짓고 뭐 짓고 하면 그게 붕괴돼 죽기도 하지만 반면에 그 자체가 지진을 유발할 수도 있죠. 물의 하중이 있게 되면 공극(암석 내부의 작은 틈)에 압력을 증가시키게 돼요. 공극에 물이 들어가고 압력이 가중되면 팽창하지 않습니까. 그게 단층에 미치면 물이 윤활유 역할을 해서 지진활동을 유발하는 거죠.”

“댐 짓고 뭐 짓고 하면 그게 붕괴돼 죽기도 하지만 반면에 그 자체가 지진을 유발할 수도 있죠. 물의 하중이 있게 되면 공극(암석 내부의 작은 틈)에 압력을 증가시키게 돼요. 공극에 물이 들어가고 압력이 가중되면 팽창하지 않습니까. 그게 단층에 미치면 물이 윤활유 역할을 해서 지진활동을 유발하는 거죠.”

한반도 지진의 위험성을 아무르판 가설과 연결시키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 그건 중요해요. 아무르판이라는 걸 사람들이 잘 몰라요. 사실 외국 사람들도 잘 모르고 일본 사람들이 좀 아는 정도죠. 제가 러시아 이르쿠츠크에 가서 처음 발표를 했어요. 아무르판이라고도 하고 코리아-바이칼판이라고도 부른다고 논문에 썼어요. 아무르판이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요. 바이칼 호수가 3000만 년 전에 땅이 갈라져서 생긴 것이에요. 깊이가 2500m로 굉장히 깊어요. 이게 몽골 중앙을 지나서 돌아요. 자꾸만 스핀(spin)이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 추가령지구대도 그 여파의 일부라고요. 인도판이 북진해 시베리아판에서 더 이상 못 가니까 거기서부터 남서 방향으로 벌어져 나가는 겁니다. 그래서 갈라지고 갈라지고 갈라지고 해서 서해안으로 간 다음 빙 돌아 필리핀판과 부딪치고 일본을 거쳐 오호츠크판으로 들어가는 거죠.”

아직 학계에서 공인된 이론이 아니라 가설 단계가 아닙니까.
“가설도 아니고…. 모든 게 그렇잖아요. 지구물리 자체가 새로운 학문이고, 지진이 그렇고…. 판구조론도 얼마 전까지 가설이었잖습니까. 지금은 믿지만 증명하기는 어렵다고요.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벡터 움직임으로 증명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1년에 얼마씩 움직이는 게 나오거든요. 그런데 아주 조금씩 움직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많아야 하고 분석 기술이 뛰어나야 해요. 우리는 그게 부족하죠. (아무르판 가설은) 지금 어느 정도 학설로 돼 있어요. 논문도 나왔고 지구물리학회지에도 몇 번 소개됐어요. 앞으로도 연구가 더 필요해요.”

좀 다른 얘기지만 백두산 주변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지진이 잦다고 하지 않습니까. 백두산이 300년 주기로 분화한다는 주장과 함께 화산활동이 임박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우리는 백두산을 휴화산이라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활화산이라고 그래요. 활화산과 휴화산에 대한 정의가 모호한 점이 있어요. 중국은 백두산을 활화산으로 보고 관측망을 깔고 지진활동이 심하게 일어나는 걸 보고 화산활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있더라고요. 틀린 얘기는 아니에요. 지금 태평양판이 계속 들어가고 있거든요. 백두산 화산은 섭입대(지각판이 충돌해 한쪽 판이 다른 쪽 판 밑으로 밀려들어가는 지역) 화산이에요. 언제든지 분화할 가능성이 있어요.”

요즘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재앙이 빈발합니다. 기후변화가 인간 활동 때문이라는 게 과학적 사실로 인정되고 있듯이 지진도 인간이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까.
“댐 짓고 뭐 짓고 하면 그게 붕괴돼 죽기도 하지만 반면에 그 자체가 지진을 유발할 수도 있죠. 물의 하중이 있게 되면 공극(암석 내부의 작은 틈)에 압력을 증가시키게 돼요. 공극에 물이 들어가고 압력이 가중되면 팽창하지 않습니까. 그게 단층에 미치면 물이 윤활유 역할을 해서 지진활동을 유발하는 거죠. 그런 예는 많아요.”
유발지진의 대표적인 예는 1967년 인도 코이나 댐 근처에서 일어난 규모 5.8의 지진과 1981년 이집트 아스완 댐 부근에서 발생한 규모 5.6의 지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영월 지진(규모 4.8)과 1997년 경주 지진(규모 4.7), 최근에 자주 나타나는 태백 부근의 지진활동 등이 충주댐·대청댐·안동댐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김 소장은 보고 있다.

2008년의 중국 쓰촨성 지진도 싼샤 댐과 무관하지 않겠네요.
“그건 중국에서 발표를 하지 않더라고요. 공산체제이기 때문에 말을 마음대로 못 하는 것 같아요.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죠. 인도판이 계속 북진하거든요. 유라시아판은 움직이지 않는 쇳덩어리라고 보면 돼요. 그러면 밀리는 것은 티베트 쪽인데 히말라야 산맥이 올라가고 중국으로도 힘이 미치는 거죠. 그 힘의 영향과 단층, 싼샤 댐 물의 하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봅니다. 하나만 딱 집어서 말하긴 힘들어요.”
김 소장은 원래 물리학도였다. 서강대 물리학과를 나와 물리학을 공부하려고 미국 오리건주립대 대학원에 들어갔다. 지진학과와의 인연은 우연한 기회에 맺어졌다. 해양대학원에 심부름 갔다가 그곳 교수의 권유로 전공을 해양학으로 바꾼 것이다.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친 뒤에는 하와이주립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지구물리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거기서 그는 배를 타고 해저를 탐사하는 일을 했다.

어떻게 해서 지진학을 전공하게 됐습니까.
“6개월 동안 배를 탔는데 지진파라는 게 굉장히 흥미가 있었어요. 그건 탐사지구물리학이거든요. 지구 표면, 즉 지하 3~4㎞ 안에 있는 자원을 탐사하는 것이죠. 이를테면 석유가 어떻게 묻혀 있고 단층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보는 겁니다.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가는 걸 공부하고 싶었어요. 고체지구물리학, 다시 말하면 지진학이죠.”
1976년에 김 소장은 세인트루이스대에서 지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인트루이스대는 미국에서 지진학 박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다. 그는 오클라호마주의 ‘기름 도시’ 툴사에 있는 사이즈모그래프라는 석유회사에 지진 분석가로 입사했다. 그런데 1년 만에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하게 된다.

지진학은 우리나라에서 별로 쓰임새가 없을 텐데 왜 돌아왔습니까.
“워싱턴DC 지구물리학회(AGU)에 논문 발표하러 가서 우연히 주미 대사관에 놀러갔다가 임용규 박사라고 과학관을 만났어요. 그 분이 제 주소를 내놓으래요. 주소를 적어 줬더니 나중에 편지가 온 겁니다. 원자력연구소, 해양연구소, 한국동력자원연구소 등 세 군데서 말이에요. 유치과학자로 부르겠다고요. 미국에서 봉급생활하는 것보다 한국에 가서 뜻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유치과학자로 귀국한 그는 한국동력자원연구소에 몸담았다. 월성원전 내진설계 등 지진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국내에는 지진학을 전공한 사람이 없어 다른 기관의 자문도 많이 했다. 북한 땅굴 사건 때는 국방부의 의뢰로 땅굴 탐사 작업에도 참여했다. 1979년부터 2007년 정년퇴직 때까지는 한양대 교수로 재직했다. 지구해양학과를 만들고 국내 처음으로 지진연구소를 개소하는 등 지진학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한양대 지진연구소는 한국지진연구소의 전신이다.

한반도가 지진 위험성이 있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합니다.
“지진 분야도 하나의 연구 집단이 있어야 해요. 국가지진연구원과 같은 조직을 설립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기상청, 심지어 소방방재청에서도 지진을 다뤄요. 이렇게 분산돼 있어서는 발전이 없어요. 다들 그냥 남의 집 신세 지는 식으로 돼 있어요. 독립된 기관이 있어야 합니다. 흩어져 있으면 연구도 제한되고 권한도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글·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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