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시호요스 감독 “다음 작품은 3D영화로 찍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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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환경 영화로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 수상

사진에서는 세계 최고로 꼽히지만 영화에서는 초보자다. 그가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흥행의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조언했다. “배나 동물과 관련된 영화는 절대 만들지 말 것!” 다큐멘터리 영화가 확실히 보장해 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흥행 실패일 것이다. 망하려고 작심했다면 배와 동물이 다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면 틀림없다. 초보 감독 루이 시호요스는 확실히 망하는 길을 선택했다.

[신동호가 만난 사람]루이 시호요스 감독 “다음 작품은 3D영화로 찍겠다”

지난 3월 7일 제8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코닥극장.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그는 시상식장에서 조지 클루니 감독과 마주쳤다. <오션스 일레븐>에서 주인공 대니 오션 역을 한 할리우드 스타가 그에게 던진 말. “<오션스 일레븐>보다 더 나은 스릴러야!”

<더 코브>에도 ‘오션스 일레븐’이 등장한다. 카지노를 털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바다(ocean)를 지키기 위해 모인 ‘선수’들이다. 구체적으로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太地)에서 은밀하게 자행돼 온 돌고래 학살을 고발하는 임무를 띤 수중 촬영·녹음 전문가, 특수 효과 아티스트, 프리다이버 등 영화 제작진이다. <더 코브>는 이들 ‘오션스 일레븐’이 다이지에서 3년 동안 수행한 임무의 결과물이다.

이들이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것은 각종 상이 말해 준다. <더 코브>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여덟 차례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관객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핫독스 다큐멘터리 영화제 관객상, 실버독스 다큐멘터리 영화제 관객상, 시드니 영화제 관객상, 시애틀 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 뉴포트비치 영화제 다큐멘터리 관객상, 스톡홀름 영화제 관객상, LA비평가협회상 다큐멘터리상 등 각종 영화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올해 들어서도 아카데미상에 이어 미국작가조합상 다큐멘터리 각본상을 거머쥐었다.

시호요스 감독이 아카데미상을 받자 마자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에 왔다. 3월 17일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위원장 구자상)와 환경재단 서울환경영화제(집행위원장 최열) 초청으로 찰스 햄블턴 프로듀서(촬영감독)와 함께 방한했다. <더 코브>에서 햄블턴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타이베이 101’의 첨탑에 선 장면이 나온다.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면 세계 어디든 가는 ‘황금의 가슴과 철의 심장을 지닌 사나이’란다.

두 사람은 입국한 날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고래 혼획(混獲, 특정 어종를 잡는 그물에 다른 종이 걸린 것을 말함. 우리나라에서는 고래를 혼획한 경우 신고하고 식용으로 판매할 수 있다)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울산 장생포를 방문했다. 이번 인터뷰는 기자회견 직후 별도로 이뤄졌으며, 기자회견 때의 발언과 추후 서면 인터뷰로 내용을 보충했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것을 축하합니다. 환경을 주제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고, 더군다나 감독 데뷔작이 그런 성과를 거둔 것이 놀랍습니다.
“허허. 그렇습니까.”
그리스 조각상처럼 무표정하던 그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실제로 그는 그리스계 미국인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스파르타 인근 펠로폰네소스 지역에서 공산주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 2세다. 시호요스라는 성도 그리스어로 ‘마음의 아들(sun of heart)’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근엄한 인상과 달리 그는 뜻밖에 칭찬에는 매우 수줍음을 타고 쑥스러워 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로 17년 동안 근무하면서 지구를 12바퀴 이상 돌았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는 처음 왔는데 인상이 어떻습니까.
“서울이 아름다운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직 제대로 밖에 나가보지 못해 어떤지 잘 모릅니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밖에 나가보고 싶은데요.(웃음)”
시호요스 감독과 햄블턴 프로듀서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곧장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재단을 방문한 뒤 기자회견과 인터뷰로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인터뷰 뒤에는 울산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부리나케 김포공항으로 내달려야 한다. 긴 여행과 이어지는 일정에 지친 사람을 붙잡아 놓고 인터뷰하는 게 고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사진에 재능이 있었고 사진작가로 오래 활동했습니다. 어떻게 해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졌습니까.
“환경문제를 사진이나 영상과 같은 예술과 결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죠. 원래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제 직업이 최고였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시호요스 감독은 1957년 미국 아이오와주 더뷰크에서 태어났다. 14세에 사진에 눈을 떴고, 미주리대에서 포토저널리즘을 공부했다. <더 코브>에는 그가 35년 동안 다이버로 살면서 매년 같은 장소들을 돌다가 황폐해 가는 바다를 목격하고 2005년에 친구인 짐 클라크와 함께 바다보존협회(OPS)라는 단체를 결성한 것으로 소개돼 있다. 그는 인터뷰 직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이버로서 갖고 있는 바다와 생명체에 대한 느낌을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스쿠버다이빙을 한 것이에요. 바다는 아주 조용한 곳입니다. 단순한 스노클링에서 나오는 물방울도 해양 생물에게는 고함처럼 들릴 수 있어요. 지금도 바다에서는 생명을 잃어 가는 아우성이 들리고 있습니다. 저는 리브리더(rebreather, 다이버가 내쉰 공기를 정화해 호흡에 재사용하는 방식)를 이용한 다이빙을 좋아하는데 이 장비를 가지고 물속에 들어가게 되면 물고기나 돌고래, 심지어 새우가 내는 소리까지 들려요. 그건 소리라기보다 노래입니다.”

<더 코브>에서 코브(cove)는 작은 만이라는 뜻으로, 일본 다이지의 코브에서는 매년 약 2만3000마리의 돌고래 살육이 벌어진다. 포획자들이 코브로 돌고래를 모는 데는 소리를 이용한다. 소리에 민감한 돌고래 떼가 포획자들이 내는 소리를 피해 자신들의 무덤이 될 코브로 쫓겨 가는 것이다.

“그러나 코브도 전체 해양에 비하면 아주 작은 곳이죠. 이제 세기말이 되면 산호가 거의 없어질 것입니다. 산호를 잃게 되면 전체 해양자원의 25% 가량을 잃게 됩니다. 생명체는 아주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 이제 세기말이 되면 산호가 거의 없어질 것입니다. 산호를 잃게 되면 전체 해양자원의 25% 가량을 잃게 됩니다. 생명체는 아주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 이제 세기말이 되면 산호가 거의 없어질 것입니다. 산호를 잃게 되면 전체 해양자원의 25% 가량을 잃게 됩니다. 생명체는 아주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시호요스 감독은 어릴 적부터 취미인 다이빙과 직업적으로 하게 된 수중 촬영을 통해 바다 생태계의 소중함을 알았다. 그래서 바다 보존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 <더 코브>는 돌고래 포경의 잔혹한 실태를 고발한 것이지만 크게는 해양환경 문제를 말하고 있다. 충격적인 소재를 극적으로 구성함으로써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다.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를 방불케 한다” “놀라운 전개와 흥미진진함” “<프리윌리>와 <오션스 일레븐>의 경계에 놓인 영화” 등의 평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이 점에서 시호요스 감독은 예술과 운동과 엔터테인먼트를 성공적으로 결합했다고 할 만하다. 그는 17세 때 실베스터 스탤론의 결혼식을 촬영하면서 할리우드에도 발을 내디뎠다. 폴 뉴먼의 포스터 사진도 찍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이 뒤늦게 영화에 진출하는 데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더 코브>를 보면 ‘첩보 스릴러’처럼 구성돼 있습니다. 누구 아이디어로 그렇게 만들었습니까.
“찍을 때부터 그렇게 한 건 아니고, 편집할 때 작가가 아이디어를 내고 도움을 줬습니다. 영감은 <오션스 일레븐>에서 받았고요. 그 영화의 주인공인 클루니 감독이 그보다 더 낫다고 칭찬해 주었지만….(웃음)”

사진작가로서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는데, 영상은 왜 하게 됐습니까.
“사진보다는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효과도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영화를 만드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까.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이었죠.
“체포되지 않기 위해 별짓을 다했죠. 그만큼 위험 요소가 많았고, 잘못될 수 있는 게 뭐든지 있었다는 것이 힘들었어요. 이제까지 영화에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장비를 쓰는 것이라든가 수중 촬영을 하는 것도 간단치 않은 일이죠. 다큐멘터리는 한 번만 찍으면 끝이잖아요. 재연할 수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더 코브>는 높은 평가를 받고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스필버그 감독의 말대로 돈벌이는 시원찮다. 시호요스 감독은 “아직도 250만달러의 빚이 있다”면서 “돈을 내고 영화를 볼 기회가 있으면 많이 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영화에 대한 최고의 보상은 더 이상 고래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라면서 “돌고래 쇼를 보기 위해 표를 끊지 말 것”도 주문했다.

시호요스 감독을 비롯한 <더 코브> 제작진은 영화 개봉 뒤 다이지 마을에 가지 못하고 있다. 영화 촬영 행위가 상업을 방해한 혐의에 해당돼 체포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를 감시하고 추적하는 사람 말고는 일본인은 다 좋은 사람”이라면서 “이 영화가 일본인 전체를 비난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다이지 마을의 감시자와 추적자, 즉 시장을 비롯한 포경 관계자들을 그는 ‘나쁜 사람들(bad guys)’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도쿄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을 때 “체포되는 한이 있더라도 참석하겠다”고 얘기했는데….
“그랬는데 체포되지는 않았죠. 오히려 현장에서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평소에 일본 사람들이 손뼉을 크게 치거나 열광하지 않잖습니까. 그런데 그런 반응이 있었기 때문에 관객 속에 있던 ‘나쁜 사람들’이 당황해서 그냥 나가더군요. 오늘 여기 오면서 일본 대사관을 지나왔는데 위안부 할머니들의 시위가 인상적이었어요. 동물 권리 문제를 넘어선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까 기자회견에서 고기를 안 먹는다고 했는데, 이번 영화를 찍고 나서 채식주의자가 된 겁니까.
“생선은 먹으니까 엄밀히 말해 채식주의자는 아니고요. 1986년에 도축장에서 소를 잡는 것을 보고 나서 육식을 멀리하게 됐어요. 생명에 대한 감성이 생긴 거죠. 특히 돌고래를 보면 고기를 먹을 수 없습니다. 돌고래가 오히려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제사회는 고래 보호를 위해 1986년부터 상업 포경을 금지했지만 돌고래는 그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또 연구 목적의 포획과 혼획된 고래 고기의 식용 판매 허용 등을 악용한 불법·탈법 포경이 성행하는 실정이다. 해양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6년 국내에서 586마리의 고래가 혼획 또는 포획됐으며, 이 가운데 270마리가 돌고래다.

<더 코브>로 돌고래 포획 문제가 크게 부각되자 일본 다이지 시장은 “각 지역 전통에 뿌리를 둔 음식 문화를 서로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포경 옹호론자 가운데는 어족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늘어난 돌고래의 개체 수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시호요스 감독은 이를 강하게 반박했다.

“(다이지의 돌고래 사냥은) 문화적이고 전통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400년 전부터 작은 배를 몰고 나가서 돌멩이로 배를 두드리는 방식으로 한 거죠. 1939년 이후부터는 동력선을 이용해 무리 전체를 몰아가는 방식을 시작했고요. 그런 전통은 바꾸어야 합니다. (함께 방한한) 찰스의 고향에 핵무기 격발기를 만드는 공장이 있었어요. 찰스는 그것을 반대하다가 하루에 두 번 체포된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그 공장이 폐쇄됐습니다. 비도덕적이기 때문이죠. 먹고살기 위해 고래를 잡는다는 (일본인의) 말은 먹고살기 위해 핵무기를 만든다는 미국인들의 말과 똑같습니다.”

시호요스 감독은 고래와 돌고래, 참치 등은 중금속에 많이 오염돼 있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라도 먹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를 끝내고 울산으로 내려가 고래생태체험관을 방문했다. 지난해 10월 국비 16억원을 들여 돌고래 4마리를 일본 다이지에서 들여온 곳이다. 이 가운데 한 마리는 스트레스로 죽었다. 그는 울산을 방문하고 와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짧은 거리의 길가에 고래 고기를 파는 식당이 그렇게 많은 게 놀랍더군요. 상업 포경이 금지된 나라인 데도 말이죠. 다이지에도 고래 식당은 한 군데밖에 없습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래 혼획이 가장 많은 나라이고, 가장 높은 밀도의 고래 고기 판매 식당이 있는 나라다. 울산 장생포에는 1.5㎞ 거리에 30여 개의 고래 고기 판매 식당이 밀집해 있다. 최예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에 따르면 시호요스 감독과 햄블턴 프로듀서의 방한도 ‘한국 고래 문제’의 심각성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이 한국의 고래 혼획과 식용 판매 실태를 영화로 만든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사진작가, 영화감독, OPS를 창립한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어떤 역할에 비중을 더 둡니까.
“굳이 나누기보다는 함께 가는 거죠. 특히 영화라는 것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의 수많은 환경단체가 이 영화를 보여 주면서 회원을 모으고 모금도 했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가 그런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한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생명, 바다, 돌고래 등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 계획입니까.
“다음 영화도 구상하고 있어요.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환경 변화에 관한 것입니다. 그건 3D영화가 될 것입니다.”
시호요스 감독의 <더 코브>는 5월 20~26일에 열리는 제7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앙코르 상영된다. 6월에는 일본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다.

<글·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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