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바오 명품’ 논란 2라운드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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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바오 실존파가 ‘증거’라며 내놓은 톰 크루즈 출연 디디바오 광고 포스터.

디디바오 실존파가 ‘증거’라며 내놓은 톰 크루즈 출연 디디바오 광고 포스터.

인터넷에 디디바오가 등장한 것은 2002년 무렵이다. 처음의 디디바오는 중국산 ‘아디다스 짝퉁’이었다. 최초로 디디바오 가방 사진을 올린 이는 1980년대 짝퉁 제품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디디바오는 진짜 명품”이라는 누리꾼의 진지한 댓글이 이어졌다. 너무나 그럴듯한 댓글이 이어지다보니 “정말 있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누리꾼도 속출했다. ‘지각참여자’를 놀려주는 재미에 이 패러디놀이는 지속됐다. 2004년 말 인터넷 풍속도를 정리하는 언론들의 기사에 디디바오는 “명품선호 풍조를 조롱하는 패러디”로 소개됐다. 그러면서 디디바오는 서서히 잊혀져 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디디바오와 관련한 그럴듯한 ‘사연’이 소개되면서 논쟁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한 미주언론의 인터뷰 형식을 빌린 사연은 다음과 같다. 심근호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미국에서 가방공장을 운영하다가 중국 광둥성에 있는 ‘아우’와 함께 공장을 차렸다. 그때 지은 이름이 ‘아우공장’이라는 뜻의 디디바오라는 것이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심씨의 둘째 아이가 인터넷을 보고 “한국에서 ‘디디바오’가 명품 취급을 받는다”고 자료를 출력해 줬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오른 한글과 영어를 조합한 디디바오 로고 제작자와 저작권 계약을 맺었고, 정식으로 출시했다는 것이다. 꽤 있음직한 이야기가 아닌가.

‘명품 디디바오’ 실존론자들이 내놓는 증거를 보면 꽤 그럴 듯하다. 누리꾼은 디디바오 실존론·허구론 파로 나뉘어 있다. 실존 주창자들이 수집해 내놓은 자료들을 보면 꽤 그럴 듯하다. 톰 크루즈는 “항상 톰처럼 겸손하라”라는 모토와 함께 디디바오의 포스터 광고를 찍었다. 허구파 누리꾼은 심 사장의 인터뷰 기사에 실린 사진을 문제 삼았다. 톰 크루즈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야후의 창립자 제리 양이라는 것이다. 사진의 주인공이 제리 양이라는 것이 분명해지자 실존파에서는 ‘편집 실수’를 인정하는 다른 기사를 ‘증거’로 제출했다. 톰 크루즈 광고 등이 소위 ‘포샵질’이라는 의혹이 있지만 그 퀄리티는 뛰어나다. 또한 오프라인으로 인쇄된 지면 사진이나 기사도 상당히 그럴듯하다.

진실은 무엇일까. 실존파는 모 무가지 1면에 디디바오가 돌출광고를 실은 적이 있다며 신문광고를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그 날짜에는 다른 광고가 실려 있었다. 수원에 열었다는 명품 플래그십숍 사진 속 옆 가게 주인의 반응은? “거기는 그릇가게가 있다가 나간 뒤 비어 있는데…. 도대체 뭐가 궁금한 거유?”

미주중앙일보 김석하 부장은 “(심근호 사장 인터뷰가 실린) 모닝캄이라는 잡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 “기사를 쓴 옥 모 기자도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말했다. 디디바오의 광고에 사용된 상표 로고는 특허청에 따르면 박 모씨가 갖고 있다. 중국에 있는 박씨와 어렵게 연결됐다. 박씨는 “내가 상표권을 등록한 것은 맞지만 직접 디자인한 것은 아니다”면서 “이와 관련해 계약하러 찾아온 사람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2라운드는 공을 친 것 같다. 실존파는 3라운드에서 어떻게 반격해 올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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