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씨가 MB와 함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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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연합론. 광주사태. MB와 동행. 소설가 황석영씨의 언행이 도마에 올랐다. 주요 포털과 블로그에서는 그의 행적을 ‘변절’로 규정하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17대 대선 직전, ‘부패세력 집권 저지’를 외치는 재야단체 기자회견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그가 어느날 “중도인 MB를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손을 잡은 걸 납득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다. 물론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작가는 진보나 보수 논리에 사로잡히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황씨는 자신의 블로그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에 “지난 며칠 동안 얼마나 놀라고 황당하셨습니까?”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황석영 변절 논란에 관한 진지한 설왕설래는 여기까지. 여기서는 파문 직후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며 인터넷에 퍼진 게시글을 소개한다. 역시 각 포털과 블로그, 주요게시판에 퍼진 이 ‘음모론’은 거의 동일한 하나의 이미지 파일을 담고 있다.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 소설가 황석영’이라는 부제와 함께 제목은 ‘그가 가는 곳에는 절대 가지 마라’고 되어 있다. 두 번째 부제 ‘근대사가 그의 인생사’가 이어 제시되는 이미지를 요약하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8·15 광복→38선을 넘어오니 분단→초등학교 입학하니 6·25→고등학교 입학하니 4·19에다 5·16→해병대로 자원입대하니 베트남 참전→돌아오니 유신반대운동으로 1차 징역→장길산 집필하러 광주에 가니 5·18… 한국현대사로 점철된 그의 인생사는 통일운동에 나선 뒤 국제무대로 확대된다. 톈안먼사태, 베를린장벽 붕괴, 로드니 킹 사건….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황석영씨가 MBC 예능프로그램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해 한 이야기를 캡처해 만든 이미지다. 황씨가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한 직후 이 이미지는 화제가 된 적 있다. 그리고 이번 파문 후 사진 한 장이 추가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나란히 걷고 있는 황씨 사진이다. 사진을 본 누리꾼은 “초개와 같이 한 목숨 던지는 황석영 열사” “인간 데스노트” “황석영님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 “구국의 결단을 하신 겁니다” 식의 반응이다. 즉 황씨가 다가갔으니 과거처럼 대통령 신변에 뭔가 유고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다. 사실 ‘무릎 팍 도사’에서 황씨 발언은 해학적이지만, 엄밀히 뜯어놓고 보면 인과론적으로 척척 맞아떨어지는 주장은 아니다. 황씨는 문인들과 술자리에서 이전에도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런 ‘입담‘을 속칭 ‘구라’라고 한다. 그래서 황씨의 별명은 ‘황구라’다.

다시 정색하고, 황석영씨의 언행에 대해 문인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문인들의 대표단체인 작가회의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도종환 작가회의 사무총장은 “얼마 전에 젊은작가포럼에서 비판적 입장이 나온 적이 있는데 그게 작가회의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라며 “(작가들이) 안타깝고 속상해한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알타이연합이라는 것도 실현 가능성 없는 이야기고, 평상시 말과도 다르니 뭔가 이유가 있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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