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정의실현 의지, 나랏일에 힘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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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불반고(義不反顧)와 국궁진췌

[신동준의 인물 비평]김문수 정의실현 의지, 나랏일에 힘쓰다

한나라당의 김문수 경기지사는 도백(道伯)으로 변신한 후 주변 사람들에게 ‘MS’라는 애칭을 듣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MB’의 애칭을 듣다가 청와대에 입성한 전례를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실제로 그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도지사 재선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심중의 일단을 드러냈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지금은 대권과 재선(도전)이라는 떡을 양손에 쥔 것과 같다.”
‘양손의 떡’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가 최근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의 우유부단한 행보에 직격탄을 날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제2롯데월드에 대한 비판은 통렬하다.
“대다수 국민이 잘못됐다고 하는데도 이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단세포적 생각을 고치지 않는 한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결식아동 지원 촉구한 ‘김결식’
여당 출신 도백 중 이처럼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한 사람은 없다. 사실 그의 소신 행보는 이미 지난 17대 총선 과정에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당시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 그는 동료 의원들로부터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사람’이라는 원망에도 불구하고 소신 행보로 찬사를 받았다. 그의 이런 행보를 두고 차기를 겨냥한 ‘몸집 불리기’로 폄훼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그의 소행(素行)에 비춰 이는 지나치다. 1999년에 펴낸 <나의 길 나의 꿈>에 나오는 일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당시 추가경정예산안의 마지막 조율을 위해 3당 원내총무가 만나고 있는 국회 귀빈식당에 그가 문을 박차고 들어가 일갈했다.

“아이들이 말을 못한다고 이럴 수 있는가. 왜 결식아동 지원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것인가.”
이후 계수조정소위에서 선배 의원들의 고함과 욕설이 터져나왔으나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고집스럽게 다시 본회의 발언대에 섰다.

“밥을 줄 책임을 진 국가가 왜 예산 배정을 하지 않고 성금에 의존토록 만드는가.”
그러나 마이동풍이었다. 그는 분통을 터뜨렸다.
“이 따위 국회가 무슨 민생국회인가.”

이후 그의 별명은 ‘김결식’이 되었다. 그는 <나의 길 나의 꿈>에서 당시의 자괴감(自愧感)을 이같이 술회했다.
“급식비를 못 내 선생님 눈치를 봐야 하는 아이들, 점심시간만 되면 하늘만 쳐다보는 아이들, 이들을 방치한 채 우리 교육이 과연 제대로 될 수 있는가.”

역대 예결위에서 소외된 사람을 위해 이처럼 격렬히 다툰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고래로 환과고독(홀아비, 과부, 고아, 독거노인)에 대한 부양은 위국자(爲國者·위정자)의 기본 책무다. 이를 제대로 이행치 않을 경우 이내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로 민심이반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일찍이 공자는 <논어-위령공> 편에서 이같이 설파했다.

“지사인인(志士仁人)은 구생해인(求生害仁·일신의 안녕을 구해 인을 해침)하지 않고, 살신성인(殺身成仁·몸을 내던져 인을 이룸)한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지난해 8월 경기 광주시에서 지역단체장들과 함께 수도권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문석 기자>

김문수 경기지사가 지난해 8월 경기 광주시에서 지역단체장들과 함께 수도권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문석 기자>

당시 그가 보여준 ‘살신성인’의 의행(義行)은 정의실현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전진하는 ‘의불반고(義不反顧)’의 고사를 연상시킨다. <사기-사마상여열전>에 따르면 전한 초기에 사마상여(司馬相如)는 군주의 절검(節儉)을 풍간(諷諫)한 ‘자허부’와 ‘상림부’ 등 천고의 명문을 남긴 바 있다. 당대 부호의 딸인 탁문군(卓文君)과 벌인 애정도피 행각은 후대 묵객(墨客)들에게 뜨거운 상찬(賞讚)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한무제의 발탁으로 중랑장에 임명된 후 파촉(巴蜀·사천성)의 반란을 선무키 위한 차사(差使)로 파견된 적이 있다. 이 반란은 파촉으로 통하는 도로 공사를 맡았던 당몽(唐蒙)이 백성을 강압적으로 징발하는 과정에서 고을의 수령에게 군법을 적용한 데서 촉발했다. 현지에 도착한 그는 삼국시대 당시 조조를 비판한 진림(陳琳)의 ‘토조조격(討曹操檄)’에 비견되는 ‘유파촉격(諭巴蜀檄)’의 명문을 발표했다.

“백성을 불러모아 도로를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국가의 법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백성을 놀라고 두렵게 만든 것은 잘못이다. 무릇 병사는 봉화가 오르면 무기를 등에 메고 뛰어가면서 흐르는 땀을 닦아낼 틈도 없이 혹여 늦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싸움에 임해서는 백인(白刃:날 선 칼날)과 맞서고 유시(流矢·쏟아지는 화살)를 무릅쓰면서 ‘의불반고’한다. 파촉의 백성들은 깊이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아 신하의 도리를 다해야 할 것이다.”

노동운동 위해 자격증 다수 취득
운동권 출신인 그의 ‘의불반고’ 소행은 정평이 나 있다. 그가 도백이 된 후 추진한 일련의 프로젝트가 ‘청계천 프로젝트’와 질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도 그의 소행에 대한 도민들의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최근에야 GTX(광역급행철도) 건설 복안을 밝힌 게 그 증거다. 1년 가까이 컨소시엄 구성 문제로 난항을 겪던 참여기업 관계자들이 최근 그의 헌신적인 노고에 심심한 사의를 표하며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표명한 게 발표의 결정적인 배경이 되었다는 후문이다. 서울시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마련한 ‘노들섬 프로젝트’를 대폭 확대한 ‘한강르네상스’ 구상부터 대뜸 발표했다가 최근 민자 유치 문제로 삐걱대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는 것과 대비된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지난 4월 4일 성남 모란시장에서 생선장수 1일체험을 했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지난 4월 4일 성남 모란시장에서 생선장수 1일체험을 했다.

그는 일찍이 노동운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열관리와 위험물기능, 환경기사 등 모두 8개의 공인자격증을 딴 바 있다. 이는 그가 최근 불황의 온도를 체험하기 위해 1일 택시기사를 자청한 것이 결코 ‘이벤트 행사’가 아니었음을 방증한다. 주변에서는 그의 ‘의불반고’ 행보가 운동권 시절보다 더 엄격해졌다는 평이다. 이에 대한 그의 변이다.

“대학 제적 뒤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던 것처럼 지금도 사심없이 애국심을 가지고 경기도가 직면한 문제를 열정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앞으로가 문제다. 실제로 4·29재·보선 이후 ‘MS캠프’에는 전례 없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당시 시흥시장 후보는 중앙당이 만장일치로 공천한 그의 최측근이었다. 오른팔 격인 차명진 의원을 급파해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다시피 했기에 그가 받은 충격은 작지 않았을 것이다. 후보가 내세운 ‘그린벨트 해제’ 등의 공약은 그가 열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의 핵심 현안이기도 했다. 자칫 ‘MS도정(道政)’이 ‘MB실정(失政)’의 탁류에 휩쓸려 수장(水葬)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법하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광역단체장 공천을 둘러싼 ‘물갈이론’이 운위되면서 후보군의 하마평이 무성한 실정이다. 그로서는 중차대한 결단의 시점에 봉착해 있는 셈이다.

‘옹고집’ 비판 귀담아 들어야
일찍이 제갈량은 ‘후출사표’에서 ‘국궁진췌(몸과 마음을 다해 나랏일에 애씀)는 죽어서야 그칠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결국 중원의 땅을 한 뼘도 차지하지 못한 채 오장원에서 진몰(陣沒)했다. <삼국연의>와 달리 진수의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은 언제나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견실한 용병술로 일관했다. ‘임기응변’에 능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득천하(得天下)’에 치명적이다. 그는 교유(交遊)에 능했던 손학규 전 지사와 달리 ‘옹고집’이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당내 일각의 비판이다.

“MS는 평소 합리적인 사람이지만 한 번 고집을 부리면 절대 대화가 되지 않는다. 개인의 ‘옹고집’이 대권으로 가는 최대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경기도백의 자리는 ‘경기도지사의 추억’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대권 가도의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마저 있다. 3명의 전임 지사가 1000만 도민을 배경으로 ‘도남(圖南)’을 꾀했다가 ‘넘버 2’ 이미지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채 낙마한 게 그 증거다. 이는 당 및 지역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도남’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성입성(京城入城)’의 ‘넘버 1’ 이미지로 변신할 필요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현직 경기도백으로 있는 까닭에 ‘경성대전’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같은 운동권 출신인 손 전 지사와 유사한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

그러나 활로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현재 천시(天時)는 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당내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친이계(親李係) 내에서 ‘대안이 없으면 MS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슬슬 나오고 있다. 이는 그가 소장파를 아우를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정치인으로 지목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천시에 올라타는 ‘승시(乘時)’의 민첩성을 보이면서 영남 출신 경기도백의 지리(地利)와 인화(人和)까지 곁들일 경우 그는 명실상부한 ‘친이계’ 대표주자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의불반고’와 ‘국궁진췌’의 뛰어난 소행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각인시킬 수만 있다면 ‘도남’이 결코 ‘도상(圖上)’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신동준 <21세기정경연구소장> xhindj@hanmail.net |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기자,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 서울대·외국어대·국민대 강사, <자치통감-삼국지> <국어> <공자와 천하를 논하다> <연산군을 위한 변명>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초한지>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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