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와 위성방송 ‘안테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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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청 안테나로 스카이라이프 시청 허용 둘러싸고 밥그릇 싸움

위성방송의 공시청안테나(MATV) 허용을 저지하기 위한 SO협의회 긴급총회가 지난 1일 방송회관에서 개최됐다.

위성방송의 공시청안테나(MATV) 허용을 저지하기 위한 SO협의회 긴급총회가 지난 1일 방송회관에서 개최됐다.

10월 서울 광화문이 뜨겁다. 케이블TV 업계를 대표하는 대규모 시위단이 연일 정보통신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광화문이야 원래 미국대사관 때문에 집회·시위가 많은 동네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케이블TV 업계 인사들의 면면에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바로 10월 9일 발표한 ‘SMATV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정보통신부 입법예고다.

SMATV는 공시청안테나(MATV: Master Antenna TV) 설비를 이용한 위성방송이다. MATV 설비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지상파TV를 시청하기 위해 건축주(입주자)가 단지 전체 또는 각 동별로 설치한 공동시청용 안테나 및 부대 설비다.

“헌법소원 불사” VS “문제없다”

MATV 설비는 지상파TV 수신안테나, 주전송장치(분배기, 신호처리기, 혼합기, 증폭기), 전송선로, 선로증폭기 및 층별·세대별 단자함 등으로 구성된다. 건축법 및 주택법상 공동주택 건축자는 MATV 설비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SMATV는 위성방송용 접시 안테나를 MATV 설비에 연결해 위성방송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9일 ‘텔레비전공동시청안테나시설 등의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령 입법예고안에 ▲ MATV를 통한 위성방송과 지상파 디지털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위성방송과 지상파 디지털TV 주파수 대역 지정 ▲ 증폭기, 분배기 등 MATV의 장비 성능기준을 광대역화 ▲ 위성방송 수신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위성 안테나 규격 마련 등을 포함시킴으로써 공식적으로 SMATV 허용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정통부의 계획대로라면 오는 11월까지는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를 거쳐 규칙 개정령이 공포, 시행된다. 정통부는 “공동주택 입주자들도 MATV를 이용해 지상파 방송과 위성방송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지상파TV, 케이블, 위성 등 경쟁매체 간의 공정경쟁을 통해 방송 서비스 품질이 향상될 것으로 보이며 가구별 위성방송 수신안테나 설치에 따른 공동주택 미관 훼손과 자원낭비 방지 효과도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케이블TV 업계는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위성방송사업자 스카이라이프는 위성을 통해 방송신호를 전달해야 한다고 방송법에 규정돼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케이블TV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위성을 통해 안방까지 방송신호를 전달하도록 규정된 위성방송사업자에게 케이블TV의 면허 역무인 MATV까지 사용하게 하는 것은 특혜”라고 주장한다. 또 “위성방송은 원래 도심이 아니라 도서지역 등 유선으로 방송신호를 전달하기 어려운 곳에 서비스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SMATV는 애초의 위성방송 정책 목적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스카이라이프의 대주주인 KT의 영향력 확대도 강조한다. KT가 스카이라이프와 손잡고 방송·초고속인터넷·전화 등을 묶은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등 결합상품을 출시한다면 거대 기업인 KT가 유선방송망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방송위원회에 MATV 문제를 정보통신부 규칙이 아닌 상위법인 방송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필요한 경우 행정소송에 이어 헌법소원까지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위성방송의 송수신 이미지.

위성방송의 송수신 이미지.

스카이라이프는 당연히 희색이 만연하다. 10일 케이블TV 업계의 주장을 반박하는 성명서를 내고 본격적으로 케이블TV 업계과 SMATV 수호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스카이라이프는 성명서에서 “MATV 설비를 통한 위성방송 수신은 방송법을 위배하지 않으며 국민의 매체선택권 보장과 시청 편의성 제고 차원에서 권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료방송시장을 잠식, 케이블TV의 디지털화를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케이블TV용 선로와는 무관한 MATV선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과 하등의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양 진영이 각각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첨예하게 대립하지만 속내는 시장, 밥그릇 싸움이다. 방송계 관계자들은 “궁극적으론 시장을 더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케이블TV 업계는 현재 유료방송시장에서의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경쟁자를 시장에 진입시키지 않겠다는 의중이다. 스카이라이프도 ▲ 도심지 건물로 인한 음영지역 ▲ 공동주택 외벽에 가구별 위성 안테나를 설치할 때의 미관 훼손, 안전상의 문제 ▲ 주상복합건물 등 베란다가 없는 경우 안테나 설치의 어려움 등을 극복하고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수년 전부터 SMATV 허용을 주장해왔다. 사실 SMATV 문제는 양 진영의 이익과 직결되는 시장 싸움이기 때문에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도 수년간 관련 결정을 미뤄왔다. 방송위원회는 2003년 SMATV 관련 논의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리기 어렵자 정통부 규칙 개정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공을 정통부로 넘겼다. 정통부도 양 진영 인사를 모아 ‘MATV전문협의회’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했지만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다 보니 1년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케이블TV, 힘든 싸움 예상

현재 상태로라면 케이블TV 업계는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 48개 시민사회단체와 언론단체가 참여하는 언론개혁시민연대나 지상파 방송사의 입김이 강한 언론노조가 잇달아 SMATV 정책 지지 성명을 내놓은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정통부가 ‘매체 선택권 및 매체 접근권 강화’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유료방송을 시청자가 선택해서 볼 수 있다는 차원이다. 케이블TV도 SMATV가 상용화되면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이 늦어져 오히려 시청자의 매체 선택권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보다 일단 접시안테나를 달지 않아도 위성방송을 볼 수 있다는 말이 훨씬 가깝게 들린다.

케이블TV 업계가 방송법 개정을 요구하지만 방송위원회가 이미 한 번 정통부 규칙을 개정해 처리할 문제라고 한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도 낮다. 결국 케이블TV 업계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헌법소원이라는 최후의 수단까지 사용했는데도 승리하지 못하고 그때서야 새 경쟁에 대비한다면 IPTV 등 다양한 대안 매체가 등장하고 있는 환경에서 케이블TV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것이다. 전체 업계는 1400만 가구를 시청자로 확보했지만 개별 SO(유선방송사업자) 중에는 아직도 규모가 작은 곳이 꽤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는 SMATV 문제가 다른 사안과 교환할 성질의 것이 아니란 입장을 고수했지만 차라리 SMATV를 과감히 포기하고 케이블카드 등 다른 분야에서 이익을 얻어내는 것도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

최순욱〈전자신문 U미디어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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