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증권거래 시스템 ‘쉽고 빠른 무선 주식거래시대’ 열어
대기업에 다니는 김 차장은 요즘 화장실에 갈 때면 꼭 휴대전화를 가져간다. 회수도 전보다 잦아졌다. 그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화장실로 가는 것은 꼭 용변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업무용 컴퓨터로 주식거래를 할 수 없도록 회사에서 전산망을 막아놓았지만 휴대전화를 통해서 얼마든지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가 오르면 그날 김 차장의 화장실 출입 횟수는 잦아진다. 화장실 문을 잠근 김 차장 손 안의 휴대전화는 어느새 주식 매매용 단말기로 변해 있었다. 퇴근길 그날의 수익률을 확인한 김 차장의 얼굴이 환히 밝아진다. 주식시장이 잠시 주춤하다 다시 2000포인트 시대를 열며 전국이 주식 투자 열풍에 휩싸였다. 주식을 모르면 동료와 대화에도 낄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주식투자의 시대에 주식과 동떨어진 이들이 있다. 직무상 외근이 잦은 이들과 아예 증권매매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전산상으로 막아 놓은 회사의 직원들이 그 예다. 주식투자의 사각지대인 셈. 그렇다고 누구나 다하는 주식투자를 안 할 수는 없다. 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이 최첨단 무선인터넷 기술과 첨단 스마트폰들이다. 각 증권사들이 선보이고 있는 모바일 증권거래 시스템을 이용하면 주식거래의 음지란 없다. 전국 어디든 순식간에 손 안의 객장이 들어온다. PC를 통한 HTS시스템(홈트레이딩 시스템)도 부럽지 않다. 통신기술과 단말기 성능 발전으로 쉽고 빠른 무선주식 거래시대가 열린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휴대전화 통화만 가능하면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시대다.
스마트폰 출시로 무선거래 활기
무선주식 거래의 역사는 이미 10여 년에 달한다. 1990년대 말 무선호출기망을 통한 무선거래 서비스가 시작됐고, 2001년 하반기에는 PDA를 통한 무선증권거래서비스가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는 망 자체의 불안정과 대형 화면을 가진 휴대하기에 불편한 크기의 PDA 등 때문에 저변 확대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나 2세대와 3세대 이동통신망의 등장에 이어 초고속 무선인터넷 와이브로의 보급은 좀 더 저렴한 통신요금으로 더 풍부한 증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근간이 됐다. 요금도 정액제 도입으로 저렴해지면서 무선증권거래서비스는 더욱 활기를 맞고 있다. 휴대성과 성능이 뛰어난 스마트폰이 다수 출시된 것도 무선거래의 무기가 되고 있다.
최근에 등장한 터치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의 경우 PC상에서 HTS와 비교해 손색 없는 화면 구성과 편리하고 빠른 시세 조회 능력을 자랑한다. 다양한 정보를 조회하면서 신속히 주문할 수 있다. 무선거래라고 보안을 염려할 수 있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무선증권거래 역시 암호화된 정보거래로 보안성과 안전성에서 PC를 통한 매매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각 증권사들은 일정액 이상의 증권거래 고객에게는 스마트폰을 무상으로 지급하고 있어 구입에 대한 부담도 적다. 고가의 스마트폰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등장한 초고속 모바일 무선통신 와이브로도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대우증권의 경우 KT와 함께 이벤트를 벌이며 노트북과 함께 사용하는 와이브로 모뎀을 무료로 지급하고 있고 무선거래를 할 수 있는 와이브로폰 보급에도 나섰다. 무선 인터넷을 통한 주식거래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온라인 전문 증권사인 키움증권은 무려 6가지나 되는 모바일 주식 거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전용단말기부터, 칩을 이용한 휴대전화,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필요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사용권이 한정된 전용단말기나 일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방식보다 HTS급의 성능을 가진 전용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쪽이 주식매매에는 편리하다.
전용 프로그램으로는 모바일 증권거래 프로그램 공급업체인 마켓포인트가 대표적이다. 기관투자자용 증권정보 단말기를 공급하는 이 회사는 무선증권거래시스템인 ‘MP트래블러’를 개발해 현재 9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대우증권, 현대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뿐 아니라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 온라인에 강점을 둔 증권사와 하나대투증권, NH증권, 서울증권, 부국증권 등에서 마켓포인트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한 모바일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현재 약 8000명의 고객이 하루 평균 약 200억 원의 규모로 무선으로 증권거래를 하고 있다. 증권시장이 활성화되며 사용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신원 마켓포인트 상무는 “모바일 증권거래로만 한 달에 200억 원을 매매한 고객도 있었다”며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모바일 증권거래의 편리성에 대해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증권거래에는 덤도 있다. 바로 일정관리나 이메일 작성 등 다양한 스마트폰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비즈니스맨의 필수품으로 스마트폰이 자리 잡은 지 오래. 그러나 국내에서는 스마트폰이 큰 인기가 없지만 한 번 사용해본 이들은 그 편리함을 알고 다시 찾는다. 모바일 주식거래 단말기는 전화로도 사용하고 일정관리도 해주며 DMB 시청도 하면서 주식거래도 할 수 있는 비즈니스맨의 만능 비서다. 최근 등장한 UMPC도 주식 거래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보다 크기가 크지만 PC와 같은 윈도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만큼 사용하던 HTS 프로그램을 그대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CMA 거래도 휴대전화로 가능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3G폰으로 하는 주식거래도 여전히 인기다.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CMA 거래조차도 휴대전화를 통해 할 수 있다. SK증권과 동양종금증권이 제공 중인 모바일을 이용한 CMA 서비스가 그것. 두 증권사는 SK텔레콤을 통해 USIM(범용 가입자 식별모듈) 칩이 내장된 3세대 휴대전화로 주식 및 CMA 거래가 가능한 ‘USIM M-STOCK, M-CMA’ 서비스를 시작했다. 증권사를 방문해 IC칩을 받아야 했던 2G 휴대전화 주식 거래와 달리 USIM칩이 있어 새로 칩을 발급받을 필요 없이 시세조회, 주문, 차트분석 및 CMA 계좌조회와 금융상품 거래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USIM 하나로 복수의 증권사를 지원해 칩을 바꿀 필요 없이 여러 증권사와 거래할 수 있다. M―CMA는 CMA 관리, 이체, 잔고조회, 기타 금융상품 안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M―스톡은 주식 시세조회, 주문, 차트분석, 투자정보 조회, 은행계좌 이체 등을 할 수 있다.
M―CMA와 M―스톡을 이용하려면 신규계좌 개설 고객의 경우 각 증권사 영업점를 방문해야 하지만 계좌를 이미 갖고 있다면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현재는 삼성전자의 W240, W290과 LG전자의 SH―110, SH―130 등 4종만 지원되지만 앞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삼성증권이 내놓은 ‘내 손 안에 2323’은 모든 휴대전화에서 숫자 ‘2323’과 인터넷 접속키만 누르면 즉시 주식거래 및 각종 이체뿐 아니라 펀드까지 사고팔 수 있어 인기다. 현대증권은 지난 4일부터 SK텔레콤과 손잡고 휴대전화 대기화면에서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차세대 모바일증권서비스 ‘T-인터랙티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모바일 주식거래는 통산 월간 기본 2000원~7000원 선의 기본 이용료를 받는다. 그 외에 사용에 따른 통화료가 청구된다. 이 때문에 데이터통화요금 정액제를 가입해두는 것이 좋다. 자칫 조회와 매매를 남발하다가는 적잖은 요금이 청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종민〈아이뉴스24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