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랜 공유 ‘폰’ 한국선 기대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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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무선 인터넷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 아직은 일반인에 생소

캠퍼스에서 무선랜서비스를 이용해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즐기고 있는 대학생들.

캠퍼스에서 무선랜서비스를 이용해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즐기고 있는 대학생들.

참여·공유·개방’이란 웹 2.0 모토를 내세우며 나타난 세계 최대의 무선랜(와이파이) 공유 커뮤니티 ‘폰(FON)’이 한국에서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가입자, 액세스포인트(AP) 증가도 정체고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와의 협력도 외국과 달리 아직 성과가 없다. 게다가 통신사업자들이 투자 및 마케팅을 강화함에 따라 와이브로,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등 다른 무선인터넷 서비스 가입자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폰은 과연 우리나라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인터넷 자원 다수의 네티즌이 공유

폰(FON)은 전 세계 와이파이 액세스포인트(AP)를 공유해 언제 어디서든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을 자유롭게 이용하려는 서비스로, 2005년 말 스페인에서 처음 시작됐다. 스스로 ‘무선랜의 리눅스’라고 부르는 폰은 서비스 아이디어를 이렇게 설명한다.

“폰은 매우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집에서 이미 지불하고 있는 인터넷 접속료를 왜 집 밖에서 인터넷 접속을 할 때마다 따로 지불해야 하나요? 이런 이중 비용 지불은 불필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공유를 통해 인터넷 회선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집에서 사용하는 KT메가패스, 하나로텔레콤 하나포스를 폰 AP에 연결해 회원끼리 조금씩 공유하자는 것이다. 만약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가 커뮤니티에 동참한다면 어디서든 무선랜을 사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 폰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미국·영국·프랑스에서 폰 커뮤니티 회원의 힘을 빌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신의 AP를 유료로 공개하는 회원은 돈을 내고 폰을 사용하는 회원에게서 일정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참여·공유·개방의 이상을 완벽하게 실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모델이다.

이 때문에 폰은 출범 당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2006년 2월 구글, 스카이프, 인덱스벤처스,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22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올해 3월에는 기존 및 신규 투자자들에게서 새로 1000만 유로를 투자받았다. 지난 5월까지 전 세계에서 32만 명 이상의 회원, 12만 개 이상의 AP도 확보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 성과가 아직까지 미미하다. 지난해 6월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에는 KT 네스팟 위주의 와이파이 시장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기대를 받았지만 폰코리아(www.fon.co.kr)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보급된 폰 전용 AP는 약 2만 대, 가입자도 2만5000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1만3000여 개인 네스팟 존보다 AP 숫자는 많지만 폰 전용 AP ‘라 포네라’는 와이파이 신호 전달 범위가 30m까지 수준이기 때문에 대학 캠퍼스 등 일정 지역 전체를 커버하는 네스팟과는 커버리지 면에서 상대가 되지 못한다. 신호 강화 안테나 ‘라 폰테나’를 사용하면 100m까지 확장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비교할 수 없다.

서비스 출범 초기 수만 대의 AP를 무료로 배포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힌 것을 고려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지난 5월 한 매체에 폰코리아가 10만 명 회원 유치를 목표로 했다고 보도됐지만 현재 상태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폰코리아는 커뮤니티 활성화가 부진한 이유는 폰 개념을 널리 확신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허진호 폰코리아 사장은 “자신의 와이파이 신호를 공유해 전 세계에서 자유롭게 무선인터넷을 사용하자는 개념이 출범 초기에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위주로 전달됐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폰’ 개념이 아직도 생소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에게 생소하다는 건 ‘폰’ 커뮤니티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폰’은 커버리지를 절대적으로 회원에게 의지하기 때문에 AP를 공유한 회원이 많아야 원활한 인터넷서비스가 가능하다. 네스팟같이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 커버리지를 확보하고 서비스를 시작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꾸준하게 회원이 늘어나야 인터넷서비스 품질이 향상되고 이것이 다시금 회원 증가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와 협력도 미진

유·무선공유기 폰 단말기 모습.

유·무선공유기 폰 단말기 모습.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와의 협력이 미진한 것도 커뮤니티 활성화가 부진한 이유다. 앞서 말했듯이 폰은 자체망이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서버를 구성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회원이 KT, 하나로텔레콤 등 다른 ISP의 인터넷 자원을 공유하게 한다. 이 때문에 폰 회원은 기본적으로 ISP와의 초고속인터넷 사용 약관을 쉽게 어길 수 있다.

폰코리아와 ISP 간의 망 이용 문제도 있다. ISP 관계자들은 폰코리아가 회원끼리 ISP망을 사용하게 하기 때문에 응당 망 이용 대가를 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KT 관계자는 “폰이 아직 특별한 통신사업을 하고 있다고 보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유의미한 통신사업을 하려면 폰코리아도 통신사업자로 등록한 후 정상적인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각국의 폰 커뮤니티는 ISP와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미 유럽에서 Neuf Cegetel(프랑스), Glocalnet(스웨덴), Labs2(스웨덴), Elitel/Interroute(이탈리아) 등과 아시아에선 Excite(일본), Seednet(대만) 등과 망 이용 대가 등을 포함한 제휴를 맺었다. 미국에서도 올해 초 타임워너케이블과 제휴했다. 폰코리아도 출범 당시부터 여러 ISP와 제휴를 모색했다. 당초 무료로 제공하겠다던 수만 대의 AP 중에는 협력을 맺은 ISP를 통해 배포될 것까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폰코리아 입장에서는 아쉽게도 아직까지 가시화된 ISP와의 제휴 성과가 없다.

무엇보다 폰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바로 휴대인터넷(와이브로), HSDPA 등 다른 무선인터넷 서비스다. ISP들은 이 영역을 신규 시장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해나갈 계획이다. SK텔레콤과 KTF의 HSDPA 서비스인 ‘T로그인’과 ‘아이플러그’ 가입자가 이미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각각 8만 명과 3만5000명을 돌파했으며 매월 수천 명씩 늘어나고 있다. 올해 초까지 가입자가 2000명에 불과하던 KT 와이브로도 서비스 지역이 늘어나면서 2만 가입자를 넘겼다. 요금 부담이 있지만 안정성, 커버리지, 마케팅 면에서 폰에 앞서는 게 사실이다.

물론 폰코리아는 폰 커뮤니티의 앞날을 낙관한다. 허진호 폰코리아 사장은 ISP가 폰과 제휴하는 것은 이미 대세가 됐다며 한국 ISP와 협력한 데 따른 성과도 곧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SP등록도 검토하고 있다. 와이브로, HSDPA도 그다지 두렵지 않다. 허진호 사장은 노트북에서야 와이브로, HSDPA가 주 인터넷서비스가 되겠지만 모듈 가격이나 부피 탓에 PDA나 휴대용 게임기 같은 소형 디지털 기기에선 저렴하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를 받으며 등장했지만 넘을 산이 많다. 한국 폰 커뮤니티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최순욱<전자신문 기자> choisw@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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