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노조 김경욱 위원장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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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 든 이랜드’ 를 읽고

저는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인 김경욱입니다. 현재 영등포 구치소에 갇혀 지내고 있습니다. 뉴스메이커 736호를 재미나게 읽다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을 발견했습니다.

43쪽에 양세진 사무처장의 인터뷰 기사가 무척 거슬렸습니다. 도대체 뭘 어떻게 조사했는지 잘 모르지만 “정치권처럼 ‘아니면 말고’식의 주장이 난무하면서 국면이 더 어렵게 꼬였다”고 말하다니요.

도대체 누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주장했다는 것인지, 그리고 국면이 어떻게 어렵게 꼬였다는 것인지…. 그냥 ‘십일조 130억’의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거나 회사 측은 십일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하면 되었을 텐데요.

그렇다면 박성수 회장의 십일조 130억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요? ‘크리스천투데이’ 1월 25일자(날짜는 정확하지 않습니다)에 (인터넷 기독교 신문) 굿뉴스강남 발행인이기도 한 ○○○ 목사의 칼럼이 실렸는데, ○○○ 목사는 칼럼에서 십일조를 잘 내서 축복받은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박성수 회장이 2006년에만 십일조를 130억을 냈다고 밝혔습니다.
‘크리스천투데이’에 실린 칼럼은 박성수 회장이 십일조를 잘 내서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사업이 번창하게 된 것이라며 극찬했습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는데요, 힘 있는 목사와 기독교 언론은 박성수 회장이 십일조로 130억을 냈다고 치켜세우고 있는데 정작 이랜드 그룹 홍보실은 십일조가 아니라고 우기는 상황입니다. 이랜드는 올해 초 ‘크리스천투데이’에서 보도해 칭찬받을 때는 왜 모른 척했을까요. 설마 그룹 총수의 실명을 거론한 기사를 못 본 걸까요? 구글에서 박성수 회장이라고 치면 기사를 금방 찾을 수 있는데 말이죠.

○○○ 목사는 박성수 회장이 간증한 것을 기사로 옮겼습니다. 십일조는 개인의 헌금입니다. 기업의 사회공헌 기금과 다릅니다. 그러니 박성수 회장이 직접 밝혀야 합니다. ‘크리스천투데이’의 기사가 오보라면 정정보도와 기사 삭제를 요청하면 됩니다.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노조는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주장을 한 것이 아니라 언론에서 보도한 기사를 인용했습니다. 또 노조는 십일조를 비난한 것이 아니라 대량해고를 비난한 것입니다.

벌써 회사는 노조가 거짓설을 일부러 퍼뜨린 것처럼 매도하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상처받을까 염려됩니다. 진실 혹은 사실을 잘 모르는 뉴스메이커 독자들이 노조를 비난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회사 측의 주장들은 거짓말이 너무 많아 하나 하나 반박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갈겨쓴 글 읽어주셔서 고맙고요. 감옥에서도 매일 경향신문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합니다.

2007. 8. 5 영등포구치소에서 수번 3431 김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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