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C, 이외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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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인트 공연의 조건 -

가수 김C와 함께 춘천에 사는 이외수 선생 댁에 다녀왔다. 내년에 출간될 김C의 책에 선생의 그림을 실어볼 요량이었다. 선생이 내건 조건은 밤을 새워 그림을 그리는 동안 옆에서 계속 지켜보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림은 선생이 그리고, 김C는 옆에서 노래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는 역할이었다.

굳이 김C와 이외수 선생을 엮어 무언가 만들어 볼 생각을 한 이유는,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사실과 두 사람을 한자리에 놓았을 때 기대감이 생기며 잘 조합된 새로운 무언가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습작과 무명시절을 보냈고, 자신들보다 먼저 성공한 친구 옆에서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막연했던 시절을 오로지 노래와 글로 보냈던 이 둘은 이제 그럭저럭(?)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낼 수 있게 되었지만 오히려 옛시절보다 더 치열하게 소설쓰기와 음악 만들기에 빠져 있다. 그날 밤 김C의 노래를 그려내는 이외수 선생과 또 그림을 노래하는 김C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완벽한 공연을 관객에게 선사했다.

매년 수많은 조인트 공연이 기획되어 관객들을 만나지만 대부분의 공연은 단순한 나래비거나 이미지조차 어울리지 않는, 공연 외적요인에 의한 조합인 경우가 많다. 도대체 ‘런던필하모니와 윤도현밴드, 동방신기, GOD, 김영임’ 같은 공연을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지 어이가 백만 년은 없는 노릇이다. 결국 공연은 취소되었지만 우리 기획 수준에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조인트공연은 실연자의 이미지가 잘 어울려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조합을 통해 새로운 것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그 ‘만남’을 지켜보게 될 관객들의 기대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볼 만한 공연이 만들어진다.
‘둘’의 내면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내, 각기 다른 둘을 하나의 그림처럼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둘의 같은 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둘의 분명히 다른 점을 찾아 그것을 어울리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태진아·설운도·송대관’의 공연과 `정태춘·장사익·전인권’ 공연의 차이가 거기서 나온다.

<공연기획자> tak05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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