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박근혜, 대권 경선가도 ‘탄탄대로’

4·11 총선의 최대 승자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다. 박 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강원도에서 압승을 거두고 충청도에서 다수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텃밭을 기존의 영남에서 중원까지 넓히는 큰 수확을 거뒀다. 특히 새누리당은 부산에서 ‘문재인 바람’ 차단에 성공했다.

여의도에서는 박 위원장의 지지율이 총선 승리를 계기로 다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으로 흔들렸던 ‘박근혜 위원장의 지지율’이 다시 안정궤도에 진입하는 것이다.

다만 박근혜 위원장에게도 수도권에서의 확장성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에 참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에서 새누리당은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16곳에서 당선됐을 뿐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에 패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4월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나서면서 주변의 총 선 승리 축하인사를 받자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새누리당은 앞으로 전당대회를 개최, 대선관리형 지도부를 선출한다. 벌써부터 새누리당의 당대표로는 6선의 강창희 당선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지도부 재편에 이어 8월에는 대선후보 경선을 계획하고 있다. 전당대회 이후 꾸려질 ‘박근혜 경선 캠프’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박근혜 위원장이 새누리당을 이미 접수한 상황에서 대규모의 캠프를 꾸리는 것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경선 대신 후보 추대 대회를 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의 뚜렷한 대항마가 없는 상황에서 해보나마나 한 게임(경선)이 필요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박 위원장이 경선 없이 추대된다면 대선 본선에서 추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컨설팅 이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친박계 일각에서는 다이내믹한 대선후보 경선을 하지 않으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인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선을 치르지 않을 경우 이벤트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박근혜 위원장을 각인시키는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당내서 누가 나와도 대적하기 역부족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위원장의 대항마로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정운찬 전 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개개인의 역량으로는 거목 박근혜 위원장과 대적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이들이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경선과정에서 비박(非박근혜) 연대를 구성, 후보를 단일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몽준 전 대표가 비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정 전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통합당 이계안 전 의원을 따돌리고 당내 최다선인 7선 고지에 올랐다. 그는 대선 경선을 대비해 당내에서 조직 확대작업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의 대표주자인 이재오 의원도 야권 단일후보인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에게 신승하고 건재를 과시했다. 서울 강북에서 5선 고지에 올랐다는 점에서 잠재적 대선주자로서의 요건은 충분하다.

이 의원은 당장은 특별한 액션은 취하지 않겠지만 물밑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 등 다양한 행보를 놓고 저울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문수 지사도 그동안 대권을 호시탐탐 노려왔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위원장의 대활약으로 김 지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은 총선 전보다 줄었다는 것이 새누리당 안팎의 진단이다.

최근 동반성장위원장을 사퇴한 정운찬 전 총리도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된다. 그가 임기를 9개월 앞두고 조기 사퇴한 이유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권에 도전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