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온라인 여론과 오프라인의 차이, 왜?

“온·오프의 온도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결과가 다를지 몰랐다.”
19대 총선 결과에 대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 반응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투표참여 아이디어는 쏟아졌다. 파워 트위터리안들의 이색적인 ‘70% 투표참여율 공약’도 앞을 다퉜다. 당일 투표참여 인증도 많았다. 그런데 정작 최종 투표율은 54.3%. 쏟아부은 노력이나 기대에 못미치는 수치였다.

한국인 트위터 사용계정과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트위터한국인인덱스(TKI)의 사용자 지도. 트위터 사용자의 대부분이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오이코랩

선거일을 앞둔 주말, 보수매체는 4월 초 터진 나꼼수 멤버이자 노원갑 김용민 후보의 과거 발언 논란을 헤드라인으로 대대적으로 비판했다. 트위터에서 ‘김용민’은 다른 이슈를 제치고 가장 많이 거론된 이름이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거의 모두가 지지 또는 옹호였다. 난관을 뚫고 당선할 듯 보였다. 하지만 개표 결과 낙선이다. 온라인의 흐름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 차이는 왜 난 것일까. SNS 사용자 일부에서 자조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SNS가 이제는 ‘그들만의 리그’, ‘찻잔 속의 태풍’이 되고 만 것일까.

SNS 보수 약진 “의미있는 변화”
“분명 SNS가 여론을 대변하는 측면은 있다. 하지만 양이 많다고 그것을 오프라인에서 국민들의 여론인 양 착각해서는 안 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처음부터 바이어스(bias·편향된) 샘플이다. 트윗 양이 늘어난다고 투표성향과 연결된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 김도훈 트리움 대표는 SNS가 여론의 지형에 대한 정성적 분석, 즉 구도를 밝히는 데는 일정한 의미가 있지만 그것을 오프라인 여론에서 차지하는 실제 비율과 연관된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SNS 여론에서 진보성향의 사용자가 보수성향의 사용자를 압도하는 것은 과거의 몇몇 조사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지난해 9월 한국광고주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SNS 사용자 중 자신의 성향을 진보(45.2%)라고 밝힌 사람이 보수(11.2%)라고 밝힌 사람의 4배에 이른다. 진보성향의 트위터 사용자가 중도(43.4%)성향을 견인해온 것이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의 일관된 추세였다.

김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SNS에서 ‘보수의 약진’은 의미있는 변화다. 트위터 영향력을 시각적으로 유형화해보면 크게 ‘민들레씨형’과 ‘그물형’으로 나뉜다. 민들레씨형은 주로 기존의 팔로어 내에서, 그리고 비교적 가까운 그룹 내에서만 정보의 확산이 일어나는 일종의 정체된 유형이다. 반면 그물형은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널리 정보가 퍼지는 성장형 유형이다. 김 대표는 “과거 유력한 보수인사들의 트윗들은 대부분 민들레형이었으나, 이번 총선을 전후로 하는 시점에서는 그물형으로 진화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런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여전히 보수의 영향력은 낮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는 그 예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 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에 관련한 정보가 SNS에서 확산하는 경로에 대한 최근 조사를 들었다. 조사 기법은 이런 식이다. 예를 들어 안철수라면, 누군가 처음으로 언급하는 경우만 센다. 여기에 팔로 하는 사람이 많이 겹치지 않으면 안철수에 대한 정보는 ‘확산’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반면 팔로 하는 사람이 겹치면 결국 그 사람에 대한 정보는 특정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돌고 있다는 뜻이다. “두 경우를 놓고 분석해보니 결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나왔다. 결과적으로 보수의 영향력이 여전히 낮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 교수가 더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은 SNS 상에서 소위 ‘멘토’로 이야기되는 파워 트위터리안들이 그동안 축적해온 사회적 자본을 소진하는 양상이다. “사회적 자본 내지는 신뢰라는 것이 쌓기는 어렵지만 써버리기는 쉽다. 이를테면 소설가 공지영씨나 조국 교수 같은 분들이 총선과 같은 국면을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서 과감하게 소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사회적 자본을 다시 회복하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걸릴 텐데, 과연 다음의 정치일정 이전까지 회복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에 한정해 트위터 내부적으로 본다면 선거와 관련한 트윗 양은 굉장히 늘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다시 선거 관련 글을 쓰는 사람으로 조사해보면 사람들은 별로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같은 사람이 선거에 대해 반복해서 언급했다는 뜻이 된다. 장 교수는 “SNS는 수평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소셜미디어적 특성이 강한데, 공적 이슈에 대해 ‘닥치고 RT’만 했다는 뜻”이라며 “그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에게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였겠지만 TV나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일방적인 메시지이다보니 역설적으로 소셜적 측면을 과도하게 사용해 소셜적이지 않은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리움 김 대표는 “팔로어 수로 상징되는 영향력을 일종의 문화자본이나 상징자본으로 본다면, 권력의 불균등성이 점점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트위터 사용에 있어서 초창기에는 유명인사에게 말을 걸 수 있다든가 하는 재미 내지는 흥분이 있었는데 일정한 시일이 경과하면서 특정한 허브가 상징자본을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SNS영향력 대선까지 이어질 것
결국 “SNS 여론이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최근까지의 전망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걸까. 이원재 교수는 “실제 이번 선거의 경우 5석 정도만 야권이 더 가져갔더라면 평가나 의미는 또 달라졌을 것”이라며 “결과에 맞춰서 해석을 자의적으로 바꾸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에서는 SNS가 지난 10·26 재·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당선과 비슷한 동력을 보여줬다.

실제 SNS 사용자의 ‘쏠림’을 반영한 것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실제 한국인 트위터 사용계정과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트위터한국인인덱스(TKI)의 사용자 지도를 보면 사용자 대부분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다(그림). 지수를 작성하고 있는 오이코랩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트위터 사용자의 45.2%가 서울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70%의 사용자들이 몰려 있다.

어쨌든 정작 궁금한 것은 대선이다. 향후 대선국면에서도 SNS는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장덕진 교수는 “남은 대선까지 일정에서 트위터를 대신할 다른 공론장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트위터에 몰리는 현상은 여전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원재 교수는 “만약 특정한 사용자가 도배 등으로 여론을 왜곡하려 한다면 ‘언팔’을 통해 성공적으로 차단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과거 아고라보다는 한 단계 진화한 시스템이라는 것은 맞다”며 “우려되는 것은 정작 내부에서 특정한 사용자들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다른 의견은 배척하는 식의 게토화”라고 말했다.

김도훈 대표는 “보수진영에서 볼 때 트위터가 쓸모없다면 버려지겠지만 트윗의 임팩트나 효율성 등을 보면 박근혜가 야권 쪽의 잠재적인 대선후보인 문재인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보수도 SNS를 괴담만 횡행하는 공간으로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유리한 방향으로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반기 SNS 여론을 둘러싼 ‘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가늠할 수 있는 단서들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