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부산의 문재인 바람 ‘절반의 성공’

4월 11일 오후 4시, 부산 사상역 근처 아울렛 광장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투표 독려운동을 하기 위해 나왔다. 그곳을 지나던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문재인이다”라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문 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유권자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젊은 유권자들의 문 후보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오후 6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여기저기에서 “수고했다”는 덕담이 오고 갔다. 출구조사 결과 문 후보가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문 후보의 좁은 사무소는 방송사와 신문사 등에서 온 취재진과 40여명 되는 지지자들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했다.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열기였다.

4월 11일 오후 부산 사상역 부근 아울렛 매장 광장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투표 독려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오후 9시 40분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문재인 후보가 사무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재인이라 쓰고 희망이라 읽는다’ ‘오늘 우리의 바람으로 또다른 역사가 시작된다’ 등의 문구가 쓰여 있는 피켓을 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접전지역이 많아 결과 예측이 어렵지만, 선거운동을 하면서 부산 민심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정치가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부산의 달라진 민심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바꿀 것이다. 정권교체의 힘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이때만 해도 새누리당 후보와 야권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지역이 많았다. 북·강서갑 전재수 후보, 북·강서을의 문성근 후보, 진갑의 김영춘 의원 등이 새누리당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었다. 문재인의 승리라고 평가됐던 3석 이상이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이 선거사무소에 퍼졌다.

하지만 10시가 넘어가면서 접전지역 모두가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로 굳어져갔다. 야권에서는 문 후보와 현역의원인 조경태 후보(사하을)만이 당선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이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부산에서 3석 이상을 야권이 차지하면 문재인 의원이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우뚝 설 것이라는 예상이 높았지만, 여권 지지성향의 높은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야권단일화 후보 평균득표율 39%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19대 총선에서 야권 단일화 후보가 부산에서 얻은 평균 득표율은 39%다. 18대 총선에서 야권(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후보 22명이 얻었던 평균 득표율 14%를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19대 총선 과정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부산을 다섯 번이나 방문했고, 이 중 네 번은 사상지역을 찾았다. 문재인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 후보가 평균 40% 득표율을 올린 것도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의원을 도왔던 참여정부 인사들은 “사람들이 부산의 상황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3석 이상을 내야만 문재인의 승리’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대한 불만이다. 문 후보 캠프 참모의 맏형 역할을 했던 노무현재단 이호철 부위원장(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 역임)은 “1988년 노무현 후보 선거(13대 총선에서 당시 통일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부산 동구에서 당선됨) 이래로 야권이 처음으로 2석을 차지한 선거다. 3당 합당 이후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고 야권에서 이긴 적이 없다”면서 “부산에서 새누리당의 조직이 얼마나 무섭나. 노무현 대통령도 넘지 못했다. 20년 만에 문재인 후보가 부산에 균열을 일으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문재인 의원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게 대적할 수 있는 야권 대권주자가 될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 대권행보에 대한 질문에 문재인 의원은 “대선 승리를 위해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총선이 끝났으니 차분하고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부산｜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