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통합진보당, 내실 굳히고 외연 확대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 사상 최대인 13명의 당선자를 냈다. 또한 4명의 수도권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해 그동안 통진당이 추구했던 ‘대중적 진보정당’ 노선을 강화할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내 인사들은 이번 총선 결과를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울산, 창원, 사천 등지의 진보벨트에서 패배한 점과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점 등을 아쉽게 보고 있다.

11일 서울 대방동 통합진보당 당사에서 조준호,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와 비례대표 후보들이 개표방송을 지켜보다 통합진보당 후보의 당선이 예상되는 지역이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향후 통합진보당은 전당대회와 당내 선거를 통해 정식 지도부를 구성하고, 당내 세 세력의 ‘화학적 결합’에 매진할 예정이다. 통진당은 지난해 12월 6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의 3당 합당으로 출범했다. 이후 각 정파를 대표하는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3인과 조준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까지 4인의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소수정파인 진보신당, 참여당 출신 인사들은 아직 당내 화학적 결합 수준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는 4월 29일 열릴 전당대회로 시작될 대표단 선거에서 현행 진성당원제(일정 기간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들이 대의원, 지도부 선출 등 당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제도)를 일부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느 정도 세 정파간의 균형이 맞는 결과가 나와야 당내 화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진보신당 부대표를 지낸 윤난실 광주광역시당 위원장(47)은 현행 진성당원제가 “통합의 정신과 결과적으로는 배치됐다”며 “진성당원제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이지만, 서로 다른 세 조직이 합친 상황에서 진성당원제는 기득권 유지방안으로 쓰인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성당원제에 대한 문제제기는 진보신당 대표를 지낸 심상정 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53)도 제기한 것이다. 심 대표는 지난 2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통합진보당의 ‘대중적 진보정당’ 기치는 진보정당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국민에게 전면적으로 검증받겠다는 의지다. 그런 점에서 진성당원제의 폭을 넓혀 국민과의 간극을 좁힐 것이냐 하는 점이 당 혁신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진성당원제 문제 당 혁신 중요과제
국민참여당 정책위의장 출신인 노항래 정책위의장(50) 역시 일정 정도의 ‘타협안’을 주문했다. 노 정책위의장은 “대표단 선거에서 지금처럼 3개 조직 출신의 공동대표를 요구할 순 없다”면서도 “어느 당이든 마찬가지지만 견해를 달리하는 의견그룹들이 서로 타협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 정책위의장의 요구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참여당 출신 후보들이 대거 낙선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애초 참여당 출신 당원들은 자파 계열 출마자들 중 비례대표 9, 10번에 배치된 오옥만, 노항래 후보와 지역구에 출마한 천호선(서울 은평을), 조성찬(경기 안산단원갑), 강동원 후보(전북 남원순창) 등이 당선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당선된 사람은 강동원 후보뿐이다. 노 정책위의장은 “생각보다 참여당 쪽 인사들의 선거 결과가 기대보다 좋지 않았다. 참여당 출신 1만5000명 당원들 사이에 상실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구 민주노동당 계열은 당내 민주주의의 상징인 진성당원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희 대표가 후보에서 물러난 서울 관악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이상규 후보(47·전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는 “진성당원제 자체를 문제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인위적인 정파 안배는 또다른 분란과 진성당원제로 상징되는 진보정신 훼손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세 정파가 총선 과정을 통해 일정 정도 화학적 결합이 진행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봤다. 애초 이 후보는 천호선 당 대변인이 출마한 서울 은평을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패했다. 이 후보는 “당시 경선과정을 보면 참여당 출신이라고 무조건 천 후보를 찍은 것도 아니고, 민노당 출신이라고 무조건 나를 지지한 것도 아니다. 경선 이후 나를 비롯한 민주노동당 출신 당원들은 천 후보를 힘껏 도왔고, 서로간의 경계도 상당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출신을 따져 특정인에게 무조건 지지를 보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기성정치의 셈법으로 진보정당을 보는 것으로, 현실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를 지휘할 통합진보당의 정식 1기 지도부는 올해 6월에 출범한다. 통진당의 대선전략은 총선과 마찬가지로 야권연대의 틀 안에서 움직일 전망이다.

시민사회 역량 진보정치로 흡수 노력
진보신당 대표 출신의 조승수 의원(49)은 좀 더 원칙 있는 야권연대를 주문했다. 조 의원은 “대선에서도 야권연대를 기본 축으로 해야 하겠지만, 단일화를 위한 야권연대가 아니라 우리의 진보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통합진보당의 후보가 한편으로는 대선을 완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대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의원은 “통합진보당이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못한 부분이 그동안 진보진영의 텃밭으로 여겨진 울산, 창원에서 낙선한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당의 외연을 넓히는 것 역시 숙제다. 통진당은 총선 과정에서 참여연대 출신의 박원석 후보, 녹색연합 출신의 김제남 후보와 서기호 전 판사 등 기존 진보정치의 밖에 있었던 사람들을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했다. 비례대표 6번으로 당선된 박원석 후보(42)는 “지난 20년간 시민사회 세력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정책역량을 쌓아왔지만 대체로 이 역량은 민주당으로 들어갔다. 이제 다른 선택이 나타난 만큼 시민사회의 역량을 진보정치의 자산으로 포함시키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노동당 시절 한 식구였던 진보신당과의 2차 진보통합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승수 의원은 “진보신당 당원들과 그 외에 통합진보당 밖에 있는 여러 진보세력에 문을 열어두고 그들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윤난실 위원장도 “총선 기간 중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총선 이후에 미완의 진보통합을 완성하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우리가 더 힘이 세니까 우리 당으로 들어오라는 요구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 계급에 기반한 대중적 진보정당의 세력을 확장하는 데 있어서 이 문제(진보통합)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상규 후보는 “진보신당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향후 사안별로 진보신당과 공동행동을 함께하면서 (통합의) 조건을 만들어나갈 생각”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청년비례대표로 나서 당선된 김재연 후보(31)는 청년당원들의 화학적 결합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는 “현재 청년당원의 절반가량이 참여당에서 온 당원들이다. 그동안 청년당원들이 능동적 역할을 하도록 하는 대책이 부족했는데, 앞장서서 당이 더 젊고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