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국정원 실세’는 차장·기조실장

‘새로운 국정원’ 조직개편 마무리… 그들의 면면과 스타일

새 정부의 첫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진용을 갖추진 넉 달째를 맞는다. 국정원이 조직 개편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국정원’을 만들기 위해 새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김상호 국정원장을 보필하는 제1·2·3차장 그리고 기조실장은 명실상부한 국정원의 실세다. 그들의 면면과 스타일, 그리고 업무는 국정원의 전체 성격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전옥현 제1차장

●해외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정보원 제1차장에는 전옥현 원장 비서실장이 승진 기용됐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특채로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 입부한 뒤 줄곧 동기들에 비해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부서장으로서 다면 평가와 개혁 성과에서 최상위 평가를 받는 등 조직 장약력과 리더십이 탁월하다”고 전했다.

전 차장은 주로 해외 업무 부문에서 일하면서 해외 정보 수집과 분석 업무 등을 두루 경험했다. 유엔대표부 등 국정원 해외 파견관으로 오래 일해 영어와 스페인어에 능통하다. 또 미국·중국·프랑스 등에 두터운 인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대북·국내 업무에 문외한도 아니라는 평가다. 남북관계 분석관 및 정부 4자회담 대표단 일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을 뿐 아니라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정보관리실장을 지냈다.

그는 이런 경험과 인맥을 살려 신안보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테러 방지는 물론 해외 근로자 안전 대책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대외 정보활동을 강화해 영토 및 역사 왜곡 등 국제적 마찰에 대응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독도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 미국의 기류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처하는 데 미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회선 제2차장

●김회선 제2차장은 산업안보와 테러 등 경제 정보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대표적인 검찰 내 기획수사통으로 형사·특수 분야의 수사 경험이 풍부하다. 서울 법대와 검사 1년 후배인 한 변호사는 “검찰에서 정보 업무로 필요한 사람으로 첫 손가락에 꼽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정보에 밝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사시 20회)을 수석으로 마친 뒤 25세부터 검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 줄곧 동기의 선두주자로 자리할 정도로 업무능력이 뛰어났다. 검찰 2·4과장, 서울지검 1·3차장, 서울서부지검장 등 법무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는 능력에 비해 대우(국회 법사위 수석전문위원)를 받지 못했다. 노무현 정권 때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차장은 크게 자리 욕심을 내지 않았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서울대 법대 동기인 김동철 의원(민주당)은 “내가 김&장의 ‘비리’를 파헤치고 있던 시점에 그를 만났다”면서 “25년이나 검사 생활을 했으니 법복을 벗을 때도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지난 3월 그의 내정 발표를 하면서 “고위직 간부 인선에 이름이 많이 오르내린 인사”라고 소개했다. 김 차장은 2005년 퇴임 분식회계 및 사기대출 등 혐의로 수사받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변호를 담당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차장은 매우 학구적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김동철 의원은 “학창 시절에도 나서지도 않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검사 시절에도 법무부 장관의 대외 행사에서 통역을 맡을 정도로 영어구사력이 뛰어나다. 제2차장은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정보활동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최근 경제 사정이 어려워 좌불안석하는 모습이라는 후문이 있다.

한기범 제3차장

●국정원 직원들에게 보고서는 자신의 얼굴이자 자존심으로 통한다. 보고서 속에 정보원으로서 역량과 활동사항이 농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한기범 제3차장은 단연 돋보인다. 그는 ‘보고서 명품주의자’로 통한다. 그는 정보 분석 역량과 질을 높이는 데 성심 성의를 다해 보고서를 쓰는 것보다 낫은 방법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헨리 키신저가 2001년 방한했을 때 그가 브리핑할 기회를 얻었다. 그의 설명을 들은 키신저는 “최고의 분석관”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서울대 졸업 후 국정원에 들어간 뒤 20년 동안 대북분야 업무만 한 북한 전문가다. 그는 상황 판단이 빠르고 일 처리에 빈틈이 없고 특히 대북 전략 분야에 강점을 인정받고 있다. 한 차장은 특히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우선적으로 간첩·보안사범 수사를 강화해 안보수사 기관 본연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남북차관 회담 및 장관급 회담 대표로 줄곧 활동했다. 특히 2004년 김일성 사망 10주년 조문 불허사건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기여했다. 재직 중 고려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경남대에서 박사학위를 수료하는 등 학구열도 높다. ‘연신 호프 한잔’을 외쳐 특히 젊은 직원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김주성 기조실장

●역대 정권의 초대 국정원 기조실장은 김기섭(김영삼)·이강래(김대중)·문희상(노무현)씨였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최고 권력자의 최측근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기조실장은 국정원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자리다. 5000여 명의 직원을 관리하고 1조여 원의 예산을 총괄하는 중요한 자리다. 그뿐 아니라 과거 정권에선 최고 권력자의 사금고지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주성 기조실장은 전임자들과 다르다. 김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이라고 하기에 거리감이 느껴진다. 오히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 사람으로 분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정치인도 아니다. 물론 이 대통령과 전혀 인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코오롱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낸 그를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영입했다. 고질적인 파업 해소와 경영수진 개선을 위한 파격 인사였다. 그는 기대에 120% 부응했다. 이 대통령이 그를 다시 불러 국정원 살림을 맡긴 것이다. 방만한 조직의 구조 조정, 대대적인 시스템 개혁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에는 벌써 한 차례 칼바람이 지나갔다. 부서장급 간부 60%가 교체됐다. 상당수 간부는 대기발령 명령을 받았다. ‘일 잘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한다. 물론 조직 운영 방식도 개편했다. 그는 민간기업의 서비스 개념과 고객 개념을 조직 운영 시스템에 접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성과·경쟁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업무 성과가 부진한 직원은 재교육만이 아니라 퇴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조직 운영의 전반적 효율이 높아질 때까지 조직 정비는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북 봉화 출신으로 봉화고와 연세대를 나왔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