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미래산업]포항의 원대한 꿈, 100만의 자립형 광역시

포스코의 이미지를 벗어라

기업·주거 환경 개선을 통해 인구 유입

영일만을 찍은 항공사진

포항시가 산업 구조의 성형수술에 나섰다. 거대한 철강도시 포항이 기존 산업의 고도화와 함께 신성장동력 산업을 발굴하는 데 나선 것이다.

포항은 환동해경제축과 남부내륙축이 교차하는 요충지이자 영남경제권의 관문 역할을 한다. 또한 첨단과학 인프라 기반이 매우 우수하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포항은 아시아 최고로 첨단과학 인프라가 잘 조성되어 있는 도시”라고 말했다. 세계 철강 산업의 메카인 포스코와 아시아 최고의 과학기술대인 포항공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이 포항 경제의 원동력이다. 사회간접자본은 곧 힘이고, 그야말로 산업의 밑천이다. 그만큼 성장잠재력이 풍부하다는 얘기다.

포항 인구는 51만 명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DRP)은 3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5년에 2만6000달러를 넘어섰다. 울산에 이어 가장 잘사는 자치단체다. 포항시의 한 관계자는 “근로자 중에서도 해외 원정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풍족한 포항의 단면을 보여주는 예다. 특히 이 관계자는 “1995년 포항시가 영일군과 행정 통합하기 전에는 포항 재정자립도가 90%를 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스코 중심의 경제 구조는 더 이상 포항이 발전하는 데 원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극복해야 할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포항의 인구 변화에서도 잘 알 수 있다. 2000년 51만7252명으로 늘어났던 인구가 2006년 50만7674명으로 거의 1만 명이 줄어들었다.

산업다각화 통해 ‘제2의 영일만 기적’을 만든다
지역 발전의 기초적 판단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인구 이동. 인구 변화는 기업 환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역 경제에 활력이 넘칠 때 경제 인구가 유입되는 게 상례다. 포항 시내에 포스코(9000여 명)와 포스코 연관기업의 근로자(3만 명)는 무려 4만 명이다. 한 가구당 식구를 4명으로 잡는다면, 4가구당 한 가구에 포스코나 포스코와 연관된 직장에서 일을 한다는 얘기다. 이는 포항 산업구조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박승호 포항시장이 영일만항에서 러시아 기업인을 안내하고 있다.

특히 포항은 단순한 공업도시가 아니다. 통상적 산업도시와 달리 산업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 김동완 홍보기획 전문위원은 “포항은 일반적으로 산업도시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라면서 “공업, 농업, 어업, 임업이 고루 분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균형적 산업 구조는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하여 성장잠재력을 둔화시킨다는 게 일반적 경제상식이다.

포항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의 다각화를 추구하고 있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한국 경제 및 지역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철강산업을 고도화하고, 대체산업을 발굴·육성하는 등 지역산업의 다각화로 포항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이뤄내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행정의 효과는 선택과 집중에서 나오는 법. 정책 흐름을 보면 포항은 일단 물류 거점 도시를 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영일만 개발이다. 15선석의 영일만항의 개항(2011년 현재 3선식 완공), 238억 원을 투입하는 영일만 일반산업단지, 제2지방 산업단지, 제3·4일반산업단지, 용한 2지구 도시개발사업 등 907만㎡(275만 평)의 배후단지 조성이 이런 계획에 포함된다. 영일만항 건설사업에 약 1조5200억 원이 투입되고 배후 공단사업에 무려 약 1조6000억 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영일만항 배후 공단의 목표는 동북아의 부품 소재를 공급하는 허브기지다. 영일만 개항 이전까지 이 지역을 경제자유구역과 자유무역지역이 되도록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포항이 환동해권 물류 중심지 역할을 하겠다는 원대한 포부인 셈이다.

포항을 환동해 경제권의 선도도시로
이 같은 포부는 다행히도 국가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명박 정부의 192개 전략 사업 중 포항과 관련해 두 개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글로벌 부품 소재 산업밸리 구축’과 ‘동해안 해양 물류 관광개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이미 국민 경제의 시대는 끝났다. 사실 도시 경쟁의 시대로 접어든 상황이다. 도시 인프라는 도시 발전의 밑천일 뿐 아니라 도시 개발의 성격까지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밑천의 효과는 자본 유입으로 드러난다. 박승호 시장이 취임한 2006년 7월 1일 이래 1조4000억 원의 자본을 유치했다. 인구 규모가 5배나 큰 대구광역시가 최근 3년 동안(2005~2007년) 유치한 1조2000억 원보다 큰 규모다.

물론 이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요인은 기업 환경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박승호 시장은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 경우는 두 가지”라고 전제하고 “이익을 기대할 수 없거나 아니면 이익을 낳을 수 있는 지역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기업환경 개선과 홍보가 자본 유치의 관건이라는 얘기다. 사실 박승호 시장은 지역의 기업 여건을 알리는 ‘포항 세일’에 전력을 다했다. 전임 시장인 정장식 전 포항시장이 120억 원을 투입해 영일만 제2산업단지 99만㎡(30만 평)를 조성했다.

그러나 정작 단지가 완공되자 현대중공업은 블록공장을 9만9000㎡(3만 평)만 입주하기로 결정했다. 김동완 전문위원은 “울산에 근거를 둔 현대중공업이 포항에 투자하자 울산시에서는 난리가 났고 현대중공업도 투자를 주저했다”면서 “현대중공업의 투자 확답을 듣기 위해 울산에 갔을 때 향후 30년 동안 조선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얘기에 착안해 부품산업 전문단지로 조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조선 부품산업 목록을 뽑은 뒤 투자 유망기업에 끈질기게 접촉하여 강림중공업, 참앤씨, NKE, 현대중공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공단이 전면적으로 가동되면 약 5200명의 고용 창출과 8000억 원의 생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영일만항 물동량을 확보하기 위해 오는 5월 중 일본 도쿄, 니가타 등에서 해외투자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러시아 페스코사와 태국 RCL사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해외 선사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컨테이너 화물 유치 지원 조례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런 실적과 계획은 포항시의 원대한 꿈을 향한 항해다. 포항시는 2020년까지 ‘100만 도시’를 이룩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한국 최초의 ‘자립형 광역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뜻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