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즈 포항편]포항의 특산음식-과메기와 물회 “끝내줍니다”

포항의 대표음식은 ‘과메기’와 ‘물회’다. 과메기는 찬바람이 부는 11월에 나와 겨울 한 철을 풍미하는 겨울 계절식품이고 물회는 사계절 내내 동해안 별미를 대표하는 특산 음식이다.

과메기의 본래 이름은 관목어(慣目魚). 말 그대로 생선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얼말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꽁치를 얼리고 말려 발효시킨 과메기는 포항 사투리만큼이나 투박하고 소박하다. 어떤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았고 아무런 변형도 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직한 음식이다. 그저 겨울바람과 차가운 날씨가 과메기를 만들 뿐이다. 과메기 안에는 포항의 짙푸른 바다와 바다가 만들어낸 서슬 퍼런 파도, 칼바람이 들어 있다. 과메기는 말리는 방식에 따라 두 가지가 있다. 배를 반으로 갈라 뼈와 내장을 빼낸 ‘배지기’는 사흘, 통마리는 12일을 바닷바람에 말려야 제 맛을 낸다. ‘발효의 미학’이다.

이렇게 잘 얼말린 과메기는 초고추장에 김, 상추, 배추, 실파, 마늘, 미역과 곁들여 쌈을 해서 먹으면 제 맛이다. 제 맛이 나는 과메기는 적당히 비린내가 나고 알맞게 꾸들꾸들하다. 이것이 마니아가 찾는 맛이다. 이 과메기가 포항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박승호 포항시장이 과메기를 들고 전국을 누비는 것은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과메기 홍보에 힘쓴 덕분이다. 지난해 400억 원이던 매출액이 올해 501억 원으로 25% 증가했고 과메기에 싸서 먹는 김, 파, 배추 소비는 물론 인건비, 음식점 매출까지 포함해서 전체 매출액이 3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메기가 ‘발효의 미학’이라면 물회는 ‘신선함의 미학’이다. 우럭, 도다리, 광어 같은 하얀 속살을 가진 생선이 포항물회의 주재료다. 수족관에서 갓 잡아 올린 활어를 회치고 배, 김 가루, 오이, 마늘 등과 함께 그릇에 가지런히 올린 다음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 버무린 뒤 물을 적당히 부어 먹는 물회는 생선의 선도가 생명. 동해 특유의 거친 파도와 맞서 탄력 있게 ‘몸’을 만든 동해의 생선들은 씹는 맛이 뛰어나고 향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밥식혜’도 포항의 특산 식품. 가오리를 따뜻한 방에서 5일 동안 삭혀 찹쌀, 고추장과 버무린 밥식혜는 탄력 있고 선도 좋은 생선회와 극단의 대조를 이루며 입맛을 자극한다. 포항물회의 또 다른 매력은 생선찌게다. 물회에 들어가는 생선에서 살을 발라내고 남은 뼈와 살집으로 끓인 찌게는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메뉴로 인정해도 좋을 정도로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포항시는 최근 물회를 전국 어디에나 택배 운송이 가능하도록 ‘물회도시락’을 개발하고 있다. 생선살과 야채를 진공 포장하고 음식이 훼손되지 않도록 두꺼운 종이 상자를 만들어 소비자가 어디에서 먹든 포항 현지에서 먹는 것과 같은 맛을 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길게만 느껴지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다. 겨우내 포항구룡포 과메기 맛에 흠뻑 젖었던 분들이라면 새봄부터 다시 과메기가 익어가는 겨울이 오기 전까지 ‘포항물회’의 상큼한 매력에 빠져 보시기 바란다.

김동완(포항시청 홍보기획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