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즈 인터뷰]포항시장 박승호, 글로벌 포항을 만들겠습니다

포항 신청사는 웅장했다. 신청사를 뒤덮은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 포항!’이라는 커다란 현수막은 포항의 미래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글로벌 포항’을 모토로 환동해 물류거점도시, 국제과학중심도시, 해양관광허브도시로 재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도시 포항. 도시 재디자인을 통한 포항 오션 르네상스는 포항이 기존의 철강도시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나 환경과 첨단 소프트산업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대역사(大役事)다. ‘리틀 이명박’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한 추진력과 열정으로 새롭게 변모하는 ‘글로벌 포항’을 만들어가는 박승호 시장을 포항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만나 그의 시정 운영 방침과 시정 철학을 들어봤다.

대통령을 배출한 고장의 시장으로서 새로운 시정에 대한 각오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대통령을 배출한 고장으로서 자긍심이 있다. 솔직히 요즘은 어딜 가도 50만 포항 시민의 얼굴이 밝다. 하지만 좀 더 겸손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나는 시민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한다. 하나는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답게 시민정신을 함양해서 다른 도시에 본보기를 보이자. 그리고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도 물론 있지만 시민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것이다.”

2008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시정 목표가 있다면?
“포항이 철강도시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철강상업을 특화시킬 공단을 만들 계획이다. 또 포항은 첨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첨단산업과 환경을 접목시켜 포스텍 등과 함께 첨단 생태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8월에는 영일만항이 일부 준공되는데 배후단지에 대규모 산업도시가 생길 예정이다. 어제 기공식을 한 영일만 제2산업단지는 총 858㎡(260만 평) 규모의 민간공동개발사업이다. 부지 투자비만 1조3000억 원인 대역사로 인프라가 다 갖춰지면 엄청난 생산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 포항을 러시아 극동주와 일본 니가타를 연결하는 환동해 국제물류중심도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포항이 철강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만 여러 가지 특화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사실 포스코가 가진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포항이 포스코 덕분에 도시 브랜드는 높아졌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이미지는 희석되는 면이 없지 않다. 포스코가 철강업체다 보니 환경오염, 공해 등 안 좋은 이미지가 다소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포항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청정지역이라고 자부한다. 철강도시라는 다소 딱딱한 이미지를 소프트한 이미지로 바꾸려고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 중이다. 문화시설도 많이 만들고 특히 포항을 친환경도시로 만들기 위해 계획 중인 테라노바 프로젝트는 문화와 환경이 조화하는 아트폴리스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51만인 포항시 인구를 100만 도시를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100만의 의미는 무엇인가.
“인구 100만은 광역도시로 가는 수치다. 사실 100만이라는 수치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한 나라의 도시를 평가해보면 그 도시의 인구 추이는 도시의 활기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측면이 있다. 인구 100만 유치는 광역도시로서 그 도시의 비전을 나타내는 척도다. 도시가 활력이 있으려면 사람이 모여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일자리가 있으려면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포항이 지금은 51만의 도시지만 앞으로 영일만항 개발과 배후산업단지 개발 등으로 활력을 띠고 오션 르네상스를 통한 친환경도시로 거듭난다면 인구 100만 도시의 꿈은 멀지 않다고 생각한다.”

포항이 광양 등 서남권에 비해 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포스코가 기존의 사업과 차별성 있게 추진하는 분야는 친환경 에너지 분야다. 포스코는 포항에 지난해 10월 첨단연료전지사업에 214,500㎡(6만5000평) 규모로 약 23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지구온난화 등 환경적인 문제로 인해 이러한 투자는 확대될 수 있다. 첨단산업인 신재생 에너지 사업과 고품질 철강산업 등 포항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잘 활용할 계획이다.”

포항이 환동해권의 거점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중국이 문을 활짝 열면서 서남해안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동해안은 서남해안의 각광에 가려져 발전이 더딜 우려도 있다. 국토를 U자형으로 개발하자는 것이 포항의 생각이고 동해안 발전의 중심에 포항이 있다. 포항이 발전해야 삼척, 울진도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경북의 관문은 포항이다. 포항은 영남권, 환동해권에서 보더라도 중요한 도시임에 틀림없다. 항만과 첨단산업, 물류가 있는 포항은 오대양 육대주로 나갈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 극동주와 일본, 중국을 포함해 환동해권의 허브도시로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포항에 있다. 이를 위해 영일만 배후단지를 자유무역지역으로 신청했고 올 6월에 결정될 것이다. 또한 흥해읍 대련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만들 계획이다.”

영일만항이 준공되면 어떤 효과가 있나.
“내년에 4선석을 건설하여 부분개항하고 2011년까지 총 15선석을 건설할 예정이다. 항만의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부산은 부산항 하나로 많은 부가산업을 가지고 있다. 포항은 철강, 첨단과학, 물류산업의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상승효과가 있다. 중앙정부는 부산항을 제외한 타 지역의 항만은 그리 경제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데 물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이들은 영일만항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한다.

최근 영일만 제4산업단지 및 항만배후단지 조성사업을 민·관 공동의 제3섹터 방식으로 상호 출자한 법인을 설립해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600억 원 규모의 양해각서(MOU)를 케이유피, 신한은행, 한미퍼슨스. 케이리츠 등이 참여해 체결했다. 기업은 경제성이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많다고 하던데.
“러시아의 최대 선사인 페스코가 투자 의사를 밝혔다. 인도네시아 국적 선사인 자카르타로이드사는 전용 부두만 주면 포항으로 오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외국의 물류 전문가들은 포항을 환동해 물류중심도시로 높이 평가한다. 올 3월에는 동해 중부선이 착공된다. 향후 한반도 종단철로가 건설되면 포항이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물류의 중심이 될 것이다.”

대선 후 과메기 산업은 얼마나 커졌나.
“포항의 브랜드로 기업, 대학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류 도시의 조건으로는 먹을거리도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과메기는 홍보가 많이 되었다. 포항의 먹을거리 중 또 다른 자랑으로 포항물회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5월 한덕수 총리도 바다의 날 행사에 와서 두 그릇을 비웠다. 포항물회를 좀 더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물회도시락을 만들어 생산할 계획이다. 또 구룡포에서 전국 생산량의 60%가 잡히는 대게, 오징어, 성게, 전복 등 청정해산물이 풍부한 도시가 포항이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