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프로젝트]도대체 포항에선 무슨 일이?

‘부드러운 명품 포항’이 만들어지고 있다

포항시가 명품 도시화를 선언했다. 포항시는 철강의 도시다. 철강산업은 한국의 산업화와 도시화를 상징한다. ‘포항=철강=산업화=공해’라는 관념이 고착됐다. 지난 30여 년간 포항 발전의 역사에 드리워진 그늘이다.

1969년 ‘포스코 신화’의 첫 삽을 떠올리기 전의 포항만은 작은 어촌마을이었다. 영롱한 햇살이 피어오르는 호미곶과 연오랑 세오녀의 설화가 숨쉬는 청정자연의 대명사였다.

실개천이 흐르는 중앙상가 거리의 사람들

하지만 개발의 상징, 포스코가 만든 ‘포항 브랜드’ 가치만큼이나 그 그늘의 골도 깊어졌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도시환경은 척박해질 대로 척박해졌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청정해양도시인 포항이 마치 공해에 찌든 공업도시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이런 이미지의 탈피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긴급한 현안”이라고 말했다. 박승호 시장의 이런 문제의식은 단순한 하나의 실태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인구 51만 명, 1인당 지역 내 총생산액 1위의 기초자치단체에 특급 호텔이 하나도 없다는 게 그 단초였다. 경북 제2의 도시이며 구미(인구 38만 명)엔 특급 호텔이 4개 있다. 특급 호텔이 없다는 건 고급 관광객도 없고 비즈니스도 타지에서 이뤄진다는 뜻이다. 그만큼 도시재생사업은 절박했다.

절절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박승호 포항시장의 취임은 포항의 도시 재생사업을 착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계획 없는 도시 재생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포항시의 도시 재디자인 사업은 ‘테라노바(Terra nova, 라틴어로 새로운 땅이라는 뜻) 프로젝트’와 ‘포항 오션 르네상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은 친환경 도심 재생 프로젝트가 있으며 두 사업 다 박승호 시장이 내놓았다. 이 두 사업을 관통하는 이미지는 포항의 정체성을 상징화하는 것이다. 포항을 고유의 전통과 문화 그리고 역사를 살려 현대적 예술성을 가미한 품격 있는 도시로 만들어 시민의 삶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런 도시 계획의 연장선에는 도시 마케팅이라는 전략적 사고가 뒷받침하고 있다.

제1의 ‘부자도시’ 포항에 특급 호텔이 하나도 없어
이미 세계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민경제의 시대는 끝나고 있다. 그것을 대체하는 것은 지역경쟁 사회다. 지역 간 경쟁력 싸움으로 압축되는 세상이다. 그 싸움의 주요 테제는 도시 마케팅이다. 도시 마케팅은 곧 도시문화의 재창조다. 도시문화는 곧 경쟁력을 상징하는 얼굴이기 때문이다.

오션 르네상스

‘테라노바 프로젝트’는 도시의 얼굴 바꾸기 사업이다. 문화도시로 이미지를 재현하기 위한 재디자인 작업이다. 테라노바는 라틴어로 ‘새로운 땅’이라는 뜻을 갖고 있지만 지금은 문화적 도시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박승호 시장은 테라노바 프로젝트를 “포항을 명실상부한 문화도시로 만드는 하나의 시도”라면서 “도시 건축물과 구조물이 하나의 관광산업, 미래의 문화적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역사와 함께 숨쉬는 주민들의 삶, 실용적 미학을 추구하는 안락한 휴식공간, 아름답고 품격 있는 친환경 도시 이미지 창출…. 이것은 곧 ‘꿈과 희망의 도시, 글로벌 포항’의 소망과 비전을 압축하는 문구들이다.

이런 사업은 아주 작은 사업에서 이미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포항 중앙상가 실개천 사업이 그 중 하나다. 포항역에서 ‘육거리’까지 이어지는 중앙상가 거리는 포항의 최대 번화가다. 이곳은 포항의 명동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시내 곳곳에 들어선 대형 유통점과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변화로 중앙상가의 기능과 역할은 서서히 쇠약해졌다. 실개천이 들어서기 전까지 이 거리는 차량 통행과 통제가 반복됐다. 상권 회복을 위한 몸부림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도심문화 회생이라는 생각은 염두에 둘 수도 없는 절박한 상황을 잘 반영하는 것이다.

어떻든 이 거리의 중앙통로를 따라 700m 정도에 실개천을 놓았다. 김동완 포항시홍보기획 전문위원은 “작은 물길이 문화의 가치를 바꿨다”면서 “이곳은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쇼핑의 명소로 거듭났다”고 강조했다.

‘변화된 거리’가 생활과 문화를 바꾼 사례는 수없이 많다. 중앙상가 실개천도 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중심상가 상인들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민정씨는 “실개천 하나로 이렇게 거리가 활력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경기가 나쁘다고 하지만 실개천이 흐르기 전보다 매출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용흥동에 사는 고용희씨는 “서울에 청계천이 있다면 포항엔 실개천이 있다”면서 “그 규모는 작지만 이곳에서도 청계천에서 느낄 수 있는 정취를 똑같이 만끽할 수 있다”며 즐거워했다. 포항시의 한 관계자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작용과 반작용’은 인류의 일반법칙이다. 한 번의 성공은 두 번째, 세 번째의 도전을 가능하게 한다. 포항시는 올해 포항역~중앙상가~동빈부두~해수욕장을 연계해 ‘북부해수욕장,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육거리, 5호광장, 형산오거리에 도심광장 경관 조명 등을 설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밖에도 녹지공간 확충, 넝쿨식물 심기, 도시 숲 조성, 불법광고 철거, 가로환경 개선 등 도시 환경 개선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테라노바·오션 르네상스는 ‘열린 포항’ 만들기 사업
‘테라노바 프로젝트’가 도시 이미지 사업이라면 ‘포항 오션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지역의 관광자원화 사업이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동빈내항의 도시 미화(Art Polis) 사업이다. 동빈내항은 프랑스 마르세유 구항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활용했다. 동빈내항과 마르세유 구항의 지형조건과 지역적 환경이 꼭 빼닮았다.

직강공사로 형상강 물길이 만(彎)을 형성한 것이나 도심의 하수가 흘러들어 환경오염이 심각한 동빈내항은 개발 전 마르세유 구항과 비슷하다. 막혔던 물길을 다시 열어 물을 흐르게 함으로써 정체수역과 수질을 개선하고 도심에 접한 내항에 친수공간 및 해양공원을 조성하여 관광자원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고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이미 지난해 연말 송도백사장 복원사업과 해양공원 조성사업과 함께 해양수산부로부터 국가연안정비사업으로 지정돼 국비 지원까지 받고 있다. 김동완 전문위원은 “포항을 획기적으로 변모시킬 야심 찬 계획”이라고 전제하고 “6380억 원을 투입해서 송도, 해도, 동빈내항 일대 도심지를 획기적으로 리모델링하여 신도시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포항의 랜드마크인 타워브리지 건설, 동빈내항의 해양공원 조성, 부두 정비 등의 사업도 추진한다.

포항의 도시재생사업은 주민의 생활수준에 어울리는 도시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다. 또 그로부터 야기되는 경쟁력이 곧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라면 그 목적에는 이미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사업들이 얼마나 주민의 삶에 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느냐다. 이것은 사업이 종료되고 나서도 수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결코 성공적 출발이 완전한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경은 기자 jjj＠ｋ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