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MC 모티브로 한 ‘송해공원’ 국민관광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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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 선생의 삶과 생애를 스토리텔링으로 꾸며 방문객 급증

‘국민 MC’ 송해 선생(92)과 대구 달성의 인연은 남다르다.

황해도 재령 출신인 그는 1951년 1·4후퇴 당시 혈혈단신으로 월남했다. 6·25전쟁 기간 대구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하며 낯선 땅에 정착했다. 군복무 시절 달성군 옥포읍 기세리 출신 석옥이씨(2018년 1월 작고)를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다. 송씨는 전쟁으로 고향 가는 길이 막히면서 처가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실향의 아픔을 달랬다. 1983년에는 옥연지가 바라보이는 기세리 뒷산에 자신의 묘터까지 마련했다.

상공에서 바라본 송해공원 옥연지 전경. / 달성군 제공

상공에서 바라본 송해공원 옥연지 전경. / 달성군 제공

2010년 9월 달성군에서 ‘전국노래자랑’이 열렸다. 이후 매년 달성 비슬산 참꽃축제 사회를 맡는 등 끈끈한 정을 이어왔다. 달성군도 그를 명예군민(2011년)에 이어 명예홍보대사(2012년)로 위촉하며 각별히 예우했다.

달성군 명예군민, 명예홍보대사

송해 선생과 친분을 쌓아온 김문오 달성군수는 2015년 초 송해 선생에게 그의 이름을 딴 공원 조성을 제안했다. 달성 사랑이 남달랐던 송씨도 흔쾌히 승낙했다. 대구를 넘어 전국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송해공원’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달성군은 80억원을 들여 2016년 11월 옥포면 기세리 옥연지 일원 65만7000㎡에 송해를 모티브로 한 수변공원을 조성했다.

송해공원은 만수무강을 상징하는 백세교와 백세정을 비롯해, 백세맨발로(路), 송해 둘레길, 출렁다리, 송해폭포, 수상 조형물 등 이색적인 시설이 들어서 있다.

물과 숲이 어우러진 공원은 송해 선생의 삶과 생애를 스토리텔링으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초입에 들어서면 삿갓을 쓰고 지팡이를 짚은 채 미소를 머금은 송해 동상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바로 옆에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10m 높이의 물레방아가 연신 물줄기를 토해낸다.

물레방아를 지나 흰색 하트 모형의 터널(50m)을 빠져나오면 수상 다리인 백세교가 나타난다. 옥연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백세교(길이 392m, 폭 2.5m)는 ‘한 번 건너면 100세까지 살고 두 번 건너면 100세까지 무병 장수한다’는 스토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 코스로 자리잡았다. 또 백세교는 태극문양을 형상화한 ‘S’ 자 형태로 만들어져 시각적 효과도 더해주고 있다.

백세교를 따라 200m 가량 저수지 안쪽으로 걸어가면 전통 한옥으로 지은 백세정이 나타난다. 2층 팔각 정자에 오르면 송해공원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잡힌다. 주변에는 60여년간 마이크를 잡은 송해 선생의 방송·연극 활동 등을 담은 50여점의 사진이 전시돼 있어 이를 감상하는 재미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송해 둘레길은 산책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옥연지를 따라 조성한 둘레길은 3.5㎞로, 걷는 데 1시간30분 가량 소요된다.

산책로는 소나무를 비롯해 굴참나무, 왕버들, 생강나무, 맥문동, 옥잠화 등 여러 나무와 풀이 자생해 야생 수목원을 방불케 한다. “안녕하세요, 송해입니다.” 산책로 곳곳에 달린 스피커에서는 송해 선생의 구수한 음성과 노래도 간간이 흘러나온다. 마치 송해 선생과 함께 공원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둘레길 군데군데 송해 선생의 웃는 캐릭터와 함께 ‘실소’ ‘폭소’ ‘박장대소’ 등의 명칭이 붙은 전망대와 흔들의자 등이 마련돼 있다. 공원 구석구석에 송해 선생의 건강과 웃음을 입혀 차별화를 꾀했다.

송해 둘레길 중간중간에 설치된 전망대. / 달성군 제공

송해 둘레길 중간중간에 설치된 전망대. / 달성군 제공

옥연지 서편 테크길에서 산기슭을 따라 10분쯤 올라가면 폐광산 동굴이 나온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십자가 형태의 금굴(길이 150m, 폭 2.7m, 높이 1.9m)은 비교적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달성군은 지난해부터 마사토로 갱도를 재정비하고 은하수 조명과 달성의 사계, 용연사의 전설, 용의 승천을 주제로 한 프로젝터 영상을 설치해 동굴 체험코스로 꾸며 놓았다.

야경도 장관이다. 어둠이 내리면 백세교 주변 곳곳에 동·식물 등을 형상화한 10여개의 구조물에서 휘황찬란한 불빛을 뿜어낸다.

곳곳에서 구수한 음성과 노래 흘러나와

또 백세정과 오색풍차도 야간에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발산하며 운치를 더해준다. 올 하반기에는 백세정 인근에 선율을 타고 물줄기를 뿜어내는 음악분수도 들어선다. 5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봄꽃의 향연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공원 입구 주변에 튤립, 팬지, 비올라, 금잔화, 루피너스 등 15만 포기의 화초류가 형형색색 꽃잔치를 펼친다.

또 백세맨발로 2곳(720m)을 비롯해 출렁다리와 구름다리, 인공폭포 등도 놓칠 수 없는 코스다. 송해공원은 지난달부터 유아·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태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연못에서 자라는 꽃창포, 부들 등 다양한 수생식물을 관찰하며 생태해설사 등으로부터 생태체험교육을 받을 수 있다.

공원 입구에는 송해 선생 ‘처가 마을’ 등에서 재배한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상설 장터도 마련돼 있다. 관광객은 달성 특산물인 토마토를 비롯해 버섯, 찐쌀, 참외, 시금치 등 각종 농특산물들을 구입할 수 있다. ‘국민 MC’의 명성에 걸맞게 송해공원은 이제 국민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주말, 평일 가리지 않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방문객이 2017년 47만여명에서 지난해에는 78만여명으로 늘어났다. 송해공원은 지난해 ‘우리 것 보존협회’로부터 대한민국 명소대상을 받으면서 경관의 우수성도 인정받았다. 달성군은 송해 선생을 테마로 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공원에는 ‘송해 선생 코미디 박물관’(가칭)도 들어선다. 2024년에 완공할 예정인 박물관은 ‘인간 송해’ ‘방송인 송해’의 삶과 생애를 통해 지난 60년간 한국 코미디 역사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꾸며진다. 송해 선생도 본인의 연극·방송 대본과 사진, 상장과 상패, 악단 공연의상 등을 기증하기로 약속했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송해 선생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스토리텔링형 공원으로 꾸며 남녀노소 누구나 가보고 싶고 기억에 오래 남는 국민관광지로 발돋움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박태우 전국사회부 기자 tae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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