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먹는 계절이 따로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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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회·매운탕 전문점 청미횟집

[맛집 나들이]“회 먹는 계절이 따로 있나요”

1800년대 말 작가 미상의 ‘시의전서’를 보면 ‘민어는 껍질을 벗겨 살을 얇게 저며서 살결대로 가늘게 썰어 기름을 발라 접시에 담고 겨자와 초고추장은 식성대로 먹는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우리가 회를 먹기 시작한 건 훨씬 이전이다. 1766년 유중림이 쓴 ‘증보산림경제’에 ‘여름철에 회 접시를 얼음 쟁반 위에 놓고 먹는다’고 나와 있는 것만 봐도 회를 먹은 역사가 얼마나 긴지 짐작된다.

흔히 여름에는 회를 잘 먹지 않는다고들 한다. 날이 덥다 보니 생선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위생적으로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횟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그건 다 옛말”이라고 말한다. 냉각시설이 발달해 여름에도 싱싱한 회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요즘은 회를 먹는 데 계절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온실재배와 현대화된 보관법으로 인해 제철 과일, 제철 채소란 말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인데 여름이라고 회를 기피하다니…. 역시 고정관념이란 생각의 폭을 좁게 만드는 걸림돌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장마가 빨리 온다고 하니 그만큼 휴가철도 빨라질 성싶다. 그러나 경기가 녹록지 않으니만큼 해외로, 먼 곳으로 떠나기보다 가까운 곳에서 오롯이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서해안 고속도로의 개통과 함께 서울에서 2~3시간이면 도착하는 서해안 일대는 여름철 가장 붐비는 휴가지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제부도는 하루에 두 번씩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섬으로 썰물때면 갯벌 가운데 4㎞의 도로가 드러나며 섬 둘레도 8㎞로 자그마해 마치 동화 속 섬처럼 정겹다.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무리 좋은 풍광도 배를 채우지 않고는 제대로 된 느낌을 받기 힘들게 마련. 이곳 제부도로 향하는 길 중간에 40여 개의 횟집이 밀집한 사강시장 회단지가 있는데, “이곳에 없는 회는 먹을 수 있는 회가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회를 맛볼 수 있다.

여러 횟집 중에서 ‘청미횟집’은 1992년 오픈, 사강회단지가 처음 생길 때부터 있던 원조집으로 주말이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광어, 우럭, 숭어, 돔, 도다리, 도미, 농어 등 어종에 따라 온도를 달리한 수족관에서 힘차게 펄떡이는 놈들로만 골라 노련한 솜씨로 떠서 내는 회는 그 싱싱함이 입에 가득하게 느껴진다. 도톰하게 뜬 회를 고추냉이 간장에 살짝 적셔 먹는 맛은 바다에서 갓 잡아올려 바로 뜬 회 못지 않다.

그 비결을 물으니 대천, 충무, 서산 등 매일 아침 산지에서 갓 잡아올린 활어만 공수받으며 수족관에 보관할 때도 각 어종이 살았던 지역의 해수를 가져와 정수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텁텁한 흙냄새와 이물질이 없다고 한다. 찬 것을 싫어하는 농어와 도미는 15~18℃, 자연산 우럭은 13℃에서 보관하는 등 어종에 따라 온도가 맞춰지는 센서형 위생 수족관 역시 살결이 고른 싱싱한 회를 먹을 수 있는 비결이란다.

횟집을 운영하는 김세환 사장은 “봄에는 도다리와 놀래미, 겨울에는 숭어, 가을에는 우럭과 광어, 그리고 요즘 같은 여름철은 우럭과 농어가 제일 맛이 좋을 때”라고 말한다.

청미횟집이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이유는 싱싱한 회뿐 아니라 알차고 푸짐하게 나오는 곁들이 음식 때문이기도 하다. 회를 주문하면 키조개(가이바시), 붕장어(아나고), 가리비, 대합, 소라, 산낙지, 참소라, 해삼, 멍게, 왕게발, 게불, 새우 등 10여 가지가 넘는 각종 어패류와 해산물이 한상 가득 차려진다. 여느 횟집에서는 돈을 내고 먹어야 하는 해산물들을 공짜로 먹다 보니 이제는 돈 주고 이것들을 사 먹는다는 것이 은근히 망설여지기까지 한다.

또 한 가지 청미횟집의 자랑은 옥돌이다. ‘증보산림경제’에 거론된 얼음 쟁반에 착안해서 옥돌을 냉장고에 넣었다가 그 위에 회를 올려 내는데 차갑게 냉기를 품은 옥돌 위에 올려진 회는 그 싱싱함이 배가 된다. 뿐만 아니라 옥돌에서 방사되는 원적외선과 바이오 스톤이 세균이나 유해물질을 흡착분해함은 물론 탈취, 방복, 발효억제 효과를 나타내 신선한 회를 즐길 수 있다.

회에 맛들인 입맛을 마무리해 주는 것이 바로 매운탕. 이곳 매운탕은 텁텁하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 매운탕을 먹으려고 오는 사람도 많다. 역시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비결이다. 살아 있는 생선으로 회를 뜨고 남은 것으로 매운탕을 끓이니 매운탕 역시 제대로 맛을 낸다는 것이다.

여기에 맛살, 바지락, 꽃게 등에서 나오는 아미노산은 자연스런 단맛을 내주며 정종으로 반죽한 양념은 짜지 않고 생선의 비린맛을 말끔히 없애준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매운탕에서 제철이라 살 통통하게 오른 꽃게 하나 건져 국물까지 쭉쭉 빨아 먹고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에 밥 말아 짭쪼름한 젓갈 한점 얹어 먹는 그 맛은 생각만 해도 저절로 입맛이 다셔질 정도다.

더운 여름, 굳이 유명 휴양지를 찾아 인파에 치이며 몸 고생하기보다는 가까운 산과 바다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것이 요즘 유행하는 참살이 휴가가 아닌가 싶다.

<정복모 다담회 회장·청암민속박물관장>



신선한 맛의 비밀은 ‘온도’

[맛집 나들이]“회 먹는 계절이 따로 있나요”

김세환 사장은 회맛을 가장 좋게 하기 위해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늘 생각하고 연구하다 보니 옥돌판을 개발하게 됐고 또 정종으로 하는 매운탕 양념도 만들어 냈다. 또 인근에 포구가 많은 이점을 활용해 싱싱한 해산물을 곁들이 음식으로 내놓는 서비스로 일대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3번의 사업실패 후 마지막이란 각오로 청미횟집을 시작했다는 김 사장 부부는 후덕한 인심과 고객들에게 거짓없이 가장 좋은 재료만을 사용하겠다는 원칙, 그리고 예전 궁중 수랏간에서 일했던 할머니에게 전수받은 손맛으로 기분 좋은 음식을 만들고 있다.

매운탕

[맛집 나들이]“회 먹는 계절이 따로 있나요”

업소메모

전화 : 031-357-7822
규모 : 120석
주차 : 30여대
메뉴 : 우럭(6만원), 줄돔·감성돔(9만원), 광어(6만원), 농어·도미·도다리(8만원), 모듬회(10만원), 놀래미·방어(7만원), 매운탕(3만5000원), 점성어(7만원), 숭어(5만5000원), 아나고(3만5000원), 꽃게찜(1㎏ 7만원), 산낙지(3만원), 왕새우소금구이(4만원), 해삼·멍게(3만원), 불낙지(1인분 2만원), 소라(2만원), 주꾸미불낙(1인분 2만원), 주꾸미샤브(3만원) 등.
위치 :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에서 나와 우회전, 송산방면 306번 지방도를 타고 비봉교차로를 지나 제부도로 나가는 사강회단지 내에 위치. 수원역에서 버스(999번, 400-1번)로 4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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