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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시대에서 킨텍스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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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국제전시장 위용 드러내… 전시면적 축구장 6개 크기, 세계적 전시장과 경쟁

[화제]코엑스 시대에서 킨텍스 시대로

‘국내에서의 승부는 이미 끝났다. 이제 세계 전시장과의 경쟁이다.’
동북아 최대의 무역전시장을 표방하는 한국국제전시장(KINTEX)이 10여년의 준비끝에 지난 4월 29일 웅장한 외양을 드러냈다.

개장 첫 전시행사인 서울모터쇼가 열린 5월 2일 킨텍스를 찾았다. 일산 신도시에 접어드니 멀리서도 거대한 지붕의 위용을 자랑하는 킨텍스 건물을 알아볼 수 있었다. 비교적 한가할 것이라고 생각한 평일 낮 시간이었는데 킨텍스를 방문한 관람객의 수는 엄청났다.

가까이 다가가서 본 전시장의 규모는 더욱 거대했다. 전시장 크기는 가로 315m, 세로 171m에 전체높이 26m에 달한다. 부지면적 7만3000평, 전시 연면적 3만5000평에 전시 면적만 해도 1만7000평으로 축구장 6개가 들어갈 규모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넓다는 코엑스의 1.5배에 해당한다. 2013년까지 예정된 3단계 공사까지 마치면 총면적 10만여평에 5만4000평의 전시면적을 갖춘,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전시장이 된다. 현재는 제1단계 공사가 완료된 상황이다.

3단계 공사 끝나면 세계 최대 규모

킨텍스는 전시홀 5곳과 전시를 도와줄 통신설비 및 인텔리전트 시설, 하역시설 등 전시 편의시설을 갖추었다. 식당과 주차장 등의 부대시설은 물론 첨단 보안·방재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2·3층에는 2000석 규모의 대회의장 1개와 중·소규모 회의실 23개를 갖췄을 뿐만 아니라 영상회의 장비와 8개 국어 동시통역 시설도 기본.

전시홀은 가변형으로 초대형 홀 1곳과 소형 홀 6곳으로 나눌 수 있어 어떤 전시도 소화할 수 있게 했다. 기존 국내 전시장에선 불가능했던 대형 중량물 전시와 대규모 이벤트 등도 이뤄진다. 이쯤되면 세계적인 전시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킨텍스 한종운 전시기획팀장은 “규모면에서도 지금까지 국내 최대였던 코엑스보다 넓을 뿐 아니라 1~3층인 코엑스와 달리 전시공간이 1층에 자리잡고 있어 전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훨씬 편하다”면서 “특히 대형 전시회를 중심으로 예약이 쇄도하고 있어 이미 내년 6월 전시일정까지 잡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킨텍스에 대해 주목할 부분은 단지 외적 규모만이 아니다. 구석구석 세심하게 고려된 기능적 디자인을 살펴보면 킨텍스에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우선 킨텍스의 전체적인 모양. 워낙 규모가 커서 한눈에 보기는 힘들지만 헬기를 타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나비의 날개 한쪽을 떼어다놓은 모양이다. 이는 킨텍스가 위치한 고양시의 이미지와 관련이 있다.

나비 날개 한쪽 떼어다놓은 모양

킨텍스의 설계를 담당한 정림건축 이충희소장은 “처음 구상할 때부터 고양시가 ‘꽃박람회’로 유명해진 만큼 꽃을 찾는 나비의 이미지를 일종의 화두로 생각했다”면서 “2008년 제2단계 공사가 완료돼 현재의 건물 맞은편에 똑같은 형태의 킨텍스가 하나 더 들어서면 비로소 나비 한 마리의 모습이 완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킨텍스 정면 유리벽 외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원색의 ‘선스크린’(일종의 블라인드) 역시 ‘꽃의 도시’에 어울리게 우리의 전통 색상이라고 할 수 있는 오방색(황·청·백·적·흑색)으로 치장했다. 자세히 보면 선스크린들이 약간씩 각도가 어슷난 채 세워진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일산 지역의 여름철 태양각을 고려한 결과다. 한낮의 뜨거운 직사광선을 최대한 피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화제]코엑스 시대에서 킨텍스 시대로

지붕 시공을 맡은 한림정공의 김용팔전무는 “미려한 외관을 살리고 지붕의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이음매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면서 “때문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6t짜리 강판 코일을 크레인을 이용해 지붕 철골 구조물 위에 올려놓은 뒤 성형기를 이용해 폭 50㎝, 길이 146m짜리 강판을 뽑아내 이어붙였다”고 설명했다.

김전무에 따르면 이 공법은 한림정공에서 최초로 개발해낸 신기술. 그는 “외국에서는 주로 기능적인 측면만 고려할 뿐 미적인 부분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킨텍스의 지붕은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매우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킨텍스 안에 들어섰을 때 눈에 띄는 것은 넓디 넓으면서도 전시 가능한 높이만 15m에 달하는 공간에 기둥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설계 당시부터 킨텍스에서는 항공기나 잠수함 등 대형 전시물도 전시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모두 8개의 꼭 필요한 기둥만 설치했다. 킨텍스 시공을 담당한 삼성건설 김연석과장은 “대형 전시물이 대개 무게가 많이 나가 기둥은 홀과 홀 사이에만 설치했다”면서 “전시장 바닥 역시 1㎡당 최대 5t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참고로 사무실은 1㎡당 기껏해야 500~600㎏, 주차장도 1t 내외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보통이다.

서울모터쇼 성공적 유치로 ‘희망적’

규모가 규모니만큼 공사에 들어간 돈도 만만치 않다. 킨텍스에는 경기도와 고양시, KOTRA가 각각 1/3의 지분으로 모두 2000여억원을 공동출자했다. 답보상태에 빠진 한국전시산업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증거다.

일단 출발은 성공적이다. 개장과 동시에 최대 전시회 가운데 하나인 서울모터쇼를 성공적으로 유치했고, 이밖에도 국내 5대 전시회로 꼽히는 경향하우징페어(2006년 3월)와 한국기계산업대전(2005년 10월), 한국전자전(2005년 10월), 서울국제공작기계전(2006년 4월)을 모조리 유치했다.

대한무역진흥공사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킨텍스가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는 올 한해만 해도 4034억원에 달한다. 고용창출은 연간 1만명이 넘고 연간 100만명이 킨텍스를 찾게 된다. 주변에 호텔 등 배후 시설이 모양새를 갖춘 뒤에는 경제효과가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주엽동, 대화동 등 킨텍스 일대의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고 주변 상가 시세도 치솟는 등 부동산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킨텍스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러브호텔이 빼곡하던 지역인데 이제는 아예 킨텍스로 이름을 바꾼 아파트가 생겼을 정도다.

킨텍스 한종운 전시기획팀장은 “개장 직전까지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교통난과 주차장 확보 여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최대 관람객이 다녀간 서울모터쇼의 성공적 개최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면서 “대규모 전시회는 이미 확실한 비교우위를 점한 만큼 앞으로는 중급 규모의 전시회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뮌헨 전시장 참고했다”

[화제]코엑스 시대에서 킨텍스 시대로

세계 최대의 전시장 가운데 하나는 독일의 뮌헨 전시장이다. 실내·외 전시 연면적이 모두 6만여평에 달한다. 정림건축 이충희 소장은 “뮌헨 전시장은 공간의 활용측면이나 환경적인 면ㅇ르 두루 고려하나 전시장의 표준”이라고 소개한 뒤 “킨텍스 설계에도 무니헨 전시장의 긴으적인 측면을 상당 부분 참고했다”고 밝혔다.

시카고의 맥코믹 플레이스 역시 주목할 만한 전시장이다. 6만여평의 전시면적에 미시간 호수를 향해 탁 트인 조망, 다양한 전시공간과 세련된 인테리어 역시 킨텍스 설계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우리와 이웃한 일본도 2개의 유명한 전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3만여평 규모의 전시면적을 자랑하는 도쿄의 빅 사이트와 마쿠하리 메세가 바로 그것이다. 석유 시추선을 상징하는 역피라미드 형태의 빅사이트는 도시의 랜드마크로도 기능하고 있으며 마쿠하리 메세의 경우 도시의 활성화에 전시장 유치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양/최성진기자 cs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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