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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의 아주 특별했던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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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NSC의 아주 특별했던 4월

NSC는 4월 27일 동북아균형자론에 대해 보도자료를 냈다. 4월 24일에는 한나라당 권영세의원이 “NSC와 청와대가 이전부터 러시아 에너지 관련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발표하자 NSC의 입장을 밝혔다. 4월 21일에는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에 열린우리당 최재천의원이 작계 5029를 둘러싼 한·미 갈등의 주요원인이 NSC의 태만과 부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하자 해명에 나섰다.

외교안보위원회는 NSC의 별칭?

4월 20일에는 이사무차장의 방미를 언급하며 미국측의 요청에 의한 것일뿐 동북아 균형자론을 해명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님을 설명했다. 이날 또 한차례의 해명이 있었다. 한나라당 안상수의원이 ‘유전사업 참여동기는 이 사업을 주도하는 NSC 외교안보위(이광재의원)에서 청의 사업참여를 제의’라는 철도청 내부문건을 공개했다. NSC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이날 한나라당 안택수의원이 ‘NSC가 콩고유전개발 사업에 참여했다’는 주장을 펴자,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4월 18일에는 국회 국방위에 이사무차장이 출석, 작계 5029와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한 야당의 공세적 질문에 답변해야 했다. 4월 15일에는 작계 5029와 관련한 ‘한겨레신문’ 보도에 대해 ‘지난 1월 추진 중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중단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최근 2주일 사이 NSC는 각종 해명에 바쁜 나날을 보낸 셈이다.

NSC에 대한 공세는 크게 두 방향에서 이뤄지고 있다. 오일게이트연루 의혹과 작계 5029이다. 오일게이트연루 의혹은 처음 철도청 내부문건에 비롯됐다. 4월 10일 한나라당은 지난해 8월 12일 철도청 회의록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유전사업 참여동기는 이 사업을 주도하는 외교안보위(이광재의원)에서 청의 사업참여를 제의’라는 내용이 나타난다. 왕영용 당시 사업개발 본부장의 사업설명과정에 나온 것이었다. 이때까지 NSC에 대한 연루 의혹은 나타나지 않은 채 공세는 열린우리당 이광재의원에게 퍼부어졌다. 이의원은 국회내에 ‘외교안보위’라는 상임위가 없으며 자신은 산자위 소속이니만큼 이 문건의 신빙성에 의문이 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또 하나의 문건을 제시했다. 권영세의원은 4월 13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앞서 지난해 8월 12일 철도청 내부회의에서 왕영용 개발본부장이 보고한 보고서 내용을 밝혔다. 여기에는 ‘한국과 러시아국과의 국가간 인수계약협정서 추진중임(국가외교·안보위원회 주관)’이라는 표현이 나타나 있다. 권의원은 국가외교·안보위원회라는 ‘모호한 표현’에 대해 NSC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며 화살을 NSC로 겨누었다. 여당에서는 ‘상상력의 극치’라는 말로 야당의 공세를 일축했다.
지난해 7월께 철도청이 만든 ‘러시아 유전개발투자사업 프로젝트’라는 문건에는 ‘사할린 유전은 현재 청와대 외교안보위원회에서 주관하고 있으며, 향후 산자부에서 주관’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철도청의 문건에서 ‘NSC’라는 표현이 나타난 것은 한나라당 안상수의원이 4월 20일 공개한 신광순 당시 철도청 차장의 결재문서에서다. 지난해 8월 16일 작성된 이 문서에는 ‘유전사업 참여동기는 이 사업을 주도하는 NSC외교안보위(이광재의원)에서 청에 사업참여를 제의’라고 나타나 있다. 안의원은 “지난해 8월 12일 설명회 자료에는 많은 사람에게 공개되는 자료여서 민감한 부분인 NSC라는 말을 뺐지만 16일 철도청 차장 결재문서에는 ‘NSC외교안보위’라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알아도 문제, 모르면 더 큰 문제

국회에서는 난데없이 ‘국가안전보장회의’의 명칭이 화제가 됐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기자들에게 NSC의 정식 명칭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을 정도다. 전문가 외에 NSC의 정식 명칭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외교안보위’라는 불분명한 명칭은 NSC의 명칭을 정확히 모르는 데서 나타났을 뿐이라는 것이다.

[정치]NSC의 아주 특별했던 4월

NSC는 이날 한나라당 안택수·안상수의원의 주장에 대해서 ‘억지주장’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보도자료를 통해 NSC는 “NSC사무처 출범 이후 단 한번도 ‘외교안보위원회’라는 조직을 둔 바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NSC는 “정부가 콩고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지난 1월 기초조사를 하기 위해 조사단을 파견한 바 있지만 (안택수의원의 주장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전혀 확인하지 않은 허위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4월 24일 권영세의원이 다시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권의원은 지난해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이 NSC와 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 등에 보낸 23개 관련문서 목록을 공개했다. 권의원은 “이미 NSC가 당시부터 사할린 6광구의 상황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NSC는 이날 또 보도자료를 통해 “권의원 주장은 터무니없는 허위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NSC는 “권의원이 제시한 문건은 주러시아대사관에서 외교부 본부에 통상적으로 보고하는 외교전문”이라면서 “내용은 이른바 ‘유전의혹’과는 전혀 무관한 문서”라고 설명했다.

4월 28일 권의원은 “나는 개인적으로는 NSC가 개입된 것으로 본다”면서 “보상차원으로 모래채취 허가를 내준 정황만 봐도 이광재의원을 넘어선 더 위쪽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권의원은 정부기관에서 자료를 제시하지 않아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밝히면서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해명에 나선 NSC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유전개발사업을 사전에 파악했다고 하면 연루 의혹에 휩싸이고, 만약 몰랐다고 하면 업무에 소홀했다는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권의원은 “NSC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데 자원외교를 중시하는 참여정부에서 해외유전개발 사항을 전혀 모르고 있다면 그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작계 5029와 관련된 NSC논란에는 여당 의원까지 가세했다. 논란은 ‘한겨레신문’이 4월 15일 작계 5029가 중단됐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작계 5029는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의 특수군사작전계획이다. 정부는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이 개입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작계 5029는 한·미연합사가 주체다. NSC측은 북한의 급변사태를 전시가 아닌 평시로 볼 수 있음에도 한·미연합사가 주체가 되는 것은 주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NSC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면서 “한·미연합사가 ‘작전계획 5029-05’수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난해 12월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받고 유관부처와 검토한 결과 지난 1월 추진중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작계 5029의 논의가 중단됐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것이다.

NSC의 공식확인은 여러 가지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열린우리당 최재천의원은 4월 21일 인터넷언론인 ‘오마이뉴스’ 기고문을 통해 NSC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최의원은 “NSC가 2003년 11월 이미 작계 5029에 대해 인지하고서도 대통령에게는 올해 1월 처음 보고했다”면서 늑장 보고를 비판했다. NSC는 “NSC가 작계수립 추진에 대해 첫보고를 받은 것은 2004년 12월”이라면서 “2003년 11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는 작계 5029의 수립이 아닌 개념계획 5029의 수정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2003년 11월 인지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NSC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최의원은 재기고문을 통해 “기획·조정 기능을 생명으로 삼는 NSC의 무능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의원까지 NSC 책임론 제기

4월 28일 최의원은 “여당의원이지만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주권을 주장해도 미국이 주권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그만인 만큼 NSC가 현실을 냉철하게 판단해 원만하게 협상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다른 시각에서 NSC를 비판하고 나섰다. 권경석의원은 4월 18일 국방위원회에서 ‘NSC는 대외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자문기관일 뿐인데도 대일독트린을 발표하고 ‘작계 5029’의 논의를 거부토록 지시하는 등 전면에 나서고 있다”며 NSC의 월권을 따졌다. 이날 출석한 이종석사무차장은 “NSC는 협의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할 뿐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다”고 ‘월권’ 해석에 반대입장을 보였다.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은 4월 19일 ‘제2차 뉴라이트 싱크넷 포럼’에서 “참여정부 외교정책의 실패는 이종석 NSC사무차장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러온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사무차장에게 화살을 겨누었다. 송영선의원 측은 “NSC가 실질적으로 결정을 하고 있으면서 모든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면서 “참여정부 내내 NSC가 그런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작계에 대한 기밀누설 논란도 불거졌다. 작계 5029 논란은 ‘신동아’에 처음 실렸다가 ‘한겨례 신문’에 보도됐다. 정문헌의원 측은 “지난해 외교통상위에서 북한의 급변 상황을 가정한 ‘충무계획’을 언급할 때는 기밀 누설로 몰아붙여놓고는 정작 국가기관에서 작계에 대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은 NSC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16대에서 국회 국방위원장을 역임한 장영달의원은 “보고체계 등의 사소한 문제로 NSC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면서 “일방적 한·미 관계에서 점차 외교 환경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NSC가 국민 자존적인 차원을 고려하고 고민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권경석의원은 NSC의 사무처 인원을 축소하는 개정법률안을 국방위에 발의한 상태다. 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가 5월 30일 열릴 예정이다. 이래 저래 ‘잔인한 4월’을 보낸 NSC에 대해 야당의 공세는 5월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호우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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