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로 한번 맛으로 또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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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람베’

[맛집 나들이]분위기로 한번 맛으로 또 한번

봄이 되면 또 하나 반가운 것이 있다. 바로 봄밤이다. 나른하고 따가운 햇살이 비치는 봄날 낮은 썩 달갑지 않지만 아기 피부처럼 보드라운 바람이 기분좋게 부는 봄밤이면 이팔청춘도 아니면서 왠지 마음이 설렌다. 그런 날은 맘 편한 지인과 함께 술 한잔 걸치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밤을 새워도 좋다.

청담동에 있는 노메딕 비스트로 ‘후람베’.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는, 가장 미국적인 다이닝 바를 지향하는 이곳은 최근 대중화된 실내포장마차가 음주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고급화된 인테리어와 톡톡 튀는 메뉴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좀 앞서간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 퍼진 입소문을 듣고 찾아간 후람베는 ‘포차’라고 생각하면 고급스럽지만 ‘청담동’이라고 생각하면 소박한 분위기였다.

분주히, 그러면서도 경쾌하게 움직이는 젊은 조리사들이 열린 주방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곳은 역시 분위기부터 술맛나는 곳이었다.

후람베가 유명해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메뉴가 아닌가 싶다. 흑운모로 키운 삼겹살 구이, 백만원 삼겹살찜, 불갈비 샐러드, 후레쉬 연어구이와 미소소스, 안주 스파이시 오믈렛 등 이름만 들어도 ‘과연 어떤 맛일까’ 싶은 생각에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급하다.

특히 백만원 삼겹살찜은 이곳을 대표하는 ‘얼굴 마담’ 메뉴다. 김재남 조리장이 개발한 이 메뉴는 “누군가 비법을 전수해 달라고 졸라대면 100만원을 받아도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에 이렇게 지었다고 하니 메뉴에 대한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맛집 나들이]분위기로 한번 맛으로 또 한번

부추의 상큼함과 삼겹살의 부드러움, 그리고 칠리소스의 매콤함이 적절히 어우러진 맛은 거짓말 조금 보태면 100만원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색다른 경험이다. 소주와 함께 먹으니 소주가 한층 더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불갈비 샐러드도 후람베의 인기 메뉴 가운데 하나다. 오리엔탈 드레싱에 발사믹 식초를 첨가, 고소하면서도 새콤한 드레싱을 얹은 푸성귀와 간장양념으로 구운 한국식 불갈비를 함께 먹는 이 메뉴는 깔끔한 일본식 청주나 맛이 무겁지도 또 가볍지도 않은 미디엄 바디의 와인과 잘 어울린다.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메뉴는 바로 후레쉬 연어구이와 미소소스. 불에 구운 호박과 가지, 그리고 통보리를 올리브 오일과 함께 볶은 리조토 위에 오븐에 구운 연어를 얹고 유자를 넣은 미소소스로 마무리 하는 이 메뉴는 부드러운 연어살과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통보리쌀이 서로 다른 듯 하나로 어울린다.

이런 저런 메뉴를 접해보니 단순한 술안주를 넘어 제대로 된 하나의 요리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싶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초저녁에는 술보다는 식사와 함께 간단히 반주를 걸치려는 손님이 대부분이며 본격적인 술꾼들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몰려든다고 한다.

주방에는 음식에 들어가는 각종 재료를 빻거나 가는 데 사용하는 돌 절구가 있는데 조왕신(부엌신) 구실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절구에서 만들어지는 타이칠리소스, 오리엔탈 드레싱, 청양소이소스 등 각종 음식에 들어가는 40여가지의 소스나 드레싱 역시 홈메이드라 그런지 부드럽게 혀끝에 닿는다.

한편 여성 고객을 위해 만든 달콤한 생과일 와인인 샹그릴라(오렌지, 자몽, 매실)를 비롯해 한국·일본·중국 등 각국의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다.

육류 요리를 할때 브랜디 같은 높은 도수의 술을 부어 순간적으로 불꽃을 일으켜 재료의 냄새를 없애는 ‘후람베(flambe)’를 업소 이름으로 사용해서인지 이곳의 인테리어는 불을 연상케 하는 빨간색이 주를 이룬다. 의자 쿠션도, 조명도 후람베의 이미지인 동시에 식욕을 자극하는 붉은색이 대부분이다.

“안주천국 ‘요리쇼’가 기다립니다”

[맛집 나들이]분위기로 한번 맛으로 또 한번
[맛집 나들이]분위기로 한번 맛으로 또 한번

<정복모 다담회 회장·청암민속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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