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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황홀한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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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세계 꽃식물원

[여행]형형색색 황홀한 향연

◇여행코스

온양민속박물관 관람→세계 꽃식물원관람→외암민속마을산책→
맹사성고택 답사

봄이 오면 섬진강에만 꽃이 피는 것이 아니다. 충남 아산시의 ‘세계 꽃식물원’(도고면 봉농리 소재)은 비록 연륜은 짧아도 동서양 꽃의 다양함과 향기를 한 자리에서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웰빙여행지다. 꽃을 소재로 한 음식도 맛볼 수 있다.

경기도 용인의 한택식물원이나 강원도 평창의 한국자생식물원 등을 떠올리며 도고온천지구로 향한다. 인적 드문 산골도 아닌, 평야지대의 들판 한가운데에 식물원이 자리잡고 있어 어색했는데 정작 세계 꽃식물원은 야외가 아닌, 대형 온실 안에 있었다. 거기에는 그만한 사연이 따른다. 한때 이 지역에서는 화훼산업 육성 바람이 불었다. 결과는 실패. 그렇다고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어 농민들은 ‘아산 아름다운정원’이라는 영농조합을 만들었고 조합원들은 힘을 모아 ‘세계 꽃식물원’을 탄생시켰다.

식물원은 지난해 3월 20일 개원했다. 2800평 크기의 초대형 온실에서는 약 1000여 종의 꽃이 자라고 있다. 남기중원장이 따라다니면서 꽃 하나하나의 이름을 알려주고 꽃말을 설명한다. 그는 2005년 3월 올해의 화훼 부문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인물이다. 튤립에서부터 수선화, 히야신스, 아이리스, 아마릴리스 등 봄을 대표하는 유럽종 구근의 현란한 색상이 방문객의 눈을 황홀하게 만든다. 다양한 종의 동백꽃이며 팬지 등도 눈길을 끈다.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곳은 붉은색, 분홍색 꽃송이들을 가득 띄운 대형 수조 주변으로 방문객들은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쁘고 꽃들은 저마다의 모양새를 뽐내려고 부지런히 키를 잰다.

나는 그 많은 꽃 중에서 한 종류의 자태와 빛깔을 두 눈 깊이 숨겨온다. 이름은 ‘퀸 오브 나잇’, 즉 밤의 여왕이다. 튤립종의 하나로 검붉은 빛깔을 띠며 이 세상 모든 남성을 단숨에 흡인시키려는 듯 입술 모양을 하고 있다. 요사스럽게 시뻘겋지도 않고 섹시하게 검지도 않으면서 그 중간 색을 지닌 퀸 오브 나잇. 묘한 마력이 나를 당긴다.

1년 내내 꽃이 피는 곳이라서 축제도 끊어지질 않는다. 1~2월에는 겨울꽃축제, 3~4월에는 튤립, 수선화, 동백축제, 5월에는 아마릴리스와 카네이션 축제, 5~6월에는 베고니아, 카라축제, 6~7월에는 백합, 칼라디움축제, 6~8월에는 수생식물축제가 열린다. 또 7~9월에는 다알리아축제, 8~10월에는 덩굴식물, 해바라기축제, 9~10월에는 베고니아축제, 11월에는 국화축제, 11~12월에는 백합축제가 방문객들의 오감을 즐겁고 황홀하게 만든다.

원예체험학습도 인기가 높다. 예약자에 한해 식물원 관람 후 ‘가정에서 식물키우기’ ‘재미있는 식물이야기와 건강’ 등의 강의가 진행되고 뒤이어 꽃을 이용한 손수건 천연염색, 꽃화분만들기, 압화만들기, 손바닥정원만들기, 알뿌리심기 등의 체험행사가 실시된다. 식사를 원하는 방문객들은 꽃비빔밥, 꽃김밥, 꽃주먹밥 등을 먹어볼 수 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가든스쿨’이다. 실내·외 정원을 조성하는 전문가인 ‘가드너(gardener)’를 양성하는 수업이다. 식물원의 설계, 시공, 연출, 관리 등을 지도하는데 꽃조형물 시공실습, 지압길설계 및 시공, 실내정원 시공실습, 아파트 발코니 정원 설계 및 시공, 견적산출하기 등의 강의가 5개월간 진행된다.

[여행]형형색색 황홀한 향연

남기중원장은 말한다. “식물원에 가면 꽃의 빛깔, 잎과 줄기의 생김새 등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가슴에 담아가라”고. “그들에게 사랑을 듬뿍 주면 그만큼 향기로운 꽃들의 사랑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여기서 재배되는 꽃들은 방문객들의 눈과 마음을 감미롭게 해줄 뿐만 아니라 안면도꽃박람회에도 나가고 전국 각지의 도로변이며 관공서나 학교의 정원을 아름답게 꾸민다.
식물원 입장료는 조금 비싼 편이어서 성인 6000원, 중고생 5000원, 초등학생 4000원이며 그 대신 모든 관람객에게는 미니 화분을 하나씩 선물한다. 입장료와 관련해서 남기중원장이 가슴 아픈 한마디를 들려준다.

“고급 승용차를 몰고 온 부부였어요. 차에서 내리더니 ‘입장료가 비싸구먼. 요즘에는 시골사람들이 돈을 더 밝히는 것 같아’라며 되돌아 가더라구요. 참 슬프더군요.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저 예쁜 꽃들을 감상하고 갔더라면….”

아산시 일대를 집중적으로 다니겠다고 계획한 여행자들이라면 꽃구경을 마치고 점심식사도 끝낸 후 외암민속마을이나 맹사성고택 등을 답사하거나 온양온천, 도고온천, 아산온천지구 등에 가서 온천욕을 즐기는 것이 제격이다. 송악면 외암민속마을은 순천의 낙안읍성민속마을처럼 기와집과 초가에 주민들이 아직 살고 있는 곳. 집집이 돌로 쌓은 담장이 무려 5.3㎞에 이른다는 마을이다. 남의 살림집 부엌에 들어가서 숟가락이 몇개인지 세어 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마을 안길을 한바퀴 돌다보면 어릴 적 살던 고향 마을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렇게 발품 팔다 허기가 지면 마을 입구 식당에 들어가 수수부꾸미 한 접시 시켜먹는다.

설화산 능선을 사이에 두고 외암마을 반대편인 동쪽의 배방면 중리로 가면 맹사성고택(맹씨행단)을 만난다. 맹씨행단이란 쉬운 말로 풀면 은행나무 단이 있는 맹씨네 집이라는 뜻이다. 행단은 또 학문을 닦는 곳이란 말이다. 맹사성고택은 고려 말기의 충신이던 최영장군이 처음 지은 건물로 그의 손주사위인 고불 맹사성의 부친 맹희도가 인수, 대대로 살았다. 맹사성은 고려 말과 조선시대 초기의 이름난 청백리다.

아산시에서 살 만한 특산물은 아산명주와 아산갯벌쌀이다. 민가에서 술 담그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던 시절, 주민들은 동동주를 담가 짚가리 속에 감췄다. 단속반원들이 밀주를 찾아내려고 쇠꼬챙이로 여기저기를 쑤셔도 짚가리 속에 감춰두면 무사했다. 그래서 아산의 동동주는 일명 짚가리술이라고도 한다. 아산갯벌쌀은 말 그대로 갯벌에서 생산한 쌀. 2002년과 2003년 연속으로 전국 으뜸쌀 품평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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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지역번호 041)

찾아가는길

1. 자가용

①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아산시→예산 방면 21번 국도→덕원플라자휴게소→식물원 ②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나들목→아산만방조제→39번 국도→염치읍→아산시→예산 방면 21번 국도→덕원플라자휴게소→식물원

2. 대중교통

아산시내에서 예산 방면 버스 이용, 덕원플라자휴게소에서 하차한 다음 도보로 10분 정도 소요.

식물원 문의 544-0746~8, 홈페이지 주소 www.asangarden.com.

맛집
염치읍 방현리의 방수마을(544-3501)은 한정식을 잘 하는 집이다. 인주면 문방리에는 원조장어구이(533-4422), 옛날돌집(533-6700) 등의 장어구이 전문점들이 몰려 있다. 숙박/온양관광호텔(545-2141), 온양그랜드호텔(543-9711), 아산온천호텔(541-5526) 등.

글·사진/유연태<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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