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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심을 일깨우는 ‘역사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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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여행]효심을 일깨우는  ‘역사 산책‘

남녘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꽃소식이 북상하고 있다. 그러나 서민들에게는 장거리 여행이 부담이 되기도 한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봄꽃 감상에 나서지 못하는 가장들에게 수원 화성 하루 여행을 권한다. 특히 이번 학기부터는 초-중-고교에서 월 1회씩 주5일 수업이 실시되지 않는가. 온 가족이 전철에 몸을 싣고 수원 화성을 찾아가서 ‘머리가 좋아지는 여행, 공부하는 여행‘을 해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한국의 세계문화유산으로는 창덕궁, 수원 화성, 석굴암-불국사, 해인사장경판전, 종묘,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인돌유적(고창-화순-강화)이 있다.

이 가운데 수원 화성은 지하철이라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유적지다. 지하철 1호선 수원역에서 내려 일단 팔달문까지 간다. 이곳이 수원 화성 산책의 출발점이다. 자동차를 가져간 가족들이라면 영동고속도로 동수원나들목으로 나가 연무대 관광안내소 주차장에 차를 대고 동장대(연무대)에서 화성 기행을 시작하는 것이 편하다. 시계 방향으로 돌든, 반대 방향으로 돌든 마음이 가는 대로 방향을 정해 트레킹을 시작한다. 성곽 전체를 도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2시간 30분이지만 각 시설물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음미하면서 걸으려면 넉넉잡아 3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단 화성 안내 지도를 하나 얻어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지도는 연무대 관광안내소(031-228-2763), 서장대안내소(228-2764), 팔달문안내소(228-2765), 장안문안내소(228-2768), 화령전안내소(228-4610), 창룡문안내소(228-4678) 등에서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효의 도시 수원은 조선 왕조 제22대 정조대왕의 효심 덕에 탄생한 도시다. 정조의 아버지는 뒤주에 갇혀 죽임을 당한 사도세자(장조로 추존) 아닌가. 사도세자는 정조의 앞 임금인 영조의 둘째아들로 두살 때 세자에 책봉됐고 열살 때 혜빈(혜경궁) 홍씨와 가례를 올렸다. 그러나 일부 왕족의 무고, 영조의 꾸짖음 등으로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는가 하면 돌발적인 행동을 계속 일으켰다. 결국 왕족의 사주를 받은 신하가 상소를 올리자 영조는 사도세자에게 자결을 명하였고 이를 거역하자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사도세자의 나이는 28세였다.

아버지의 죽음을 항상 슬퍼하던 정조는 선친의 무덤을 경기도 양주에서 지금의 화성시 태안읍 송산리 화산으로 옮기면서 새 무덤 인근에 있던 본래의 수원을 좀더 북쪽의 팔달산 기슭으로 이전시켜 새 도시를 만들었다. 서울을 지키는 중요한 지점에 행궁을 포함한 새 도시를 건설하는 한편으로 선친의 넋을 달래려는 효심도 깃든 대역사였다.

정조 18년(1794) 해발 143m의 팔달산을 중심으로 성을 쌓기 시작, 2년 반 뒤인 1796년에 총 길이 5700m가 넘는 성이 완공됐다. 화성은 ‘정조의 명을 받아 조성한 신도시의 이름이자 그 도시 외곽을 감싸는 성곽의 호칭이기도 하다‘고 경기대 김동욱 교수는 정의한다.

[여행]효심을 일깨우는  ‘역사 산책‘

정약용은 영의정 채제공의 총감독 아래 화성 축조를 위해 거중기를 고안했다. 실사구시의 과학정신이 화성 축조에 응용된 것이다. 화성의 동서남북에는 창룡문, 화서문, 팔달문, 장안문이라는 큰 문이 있고 그 사이에는 5개의 암문, 2개의 수문도 두었다. 그밖에 적대, 공심돈, 봉돈, 장대, 각루, 포루도 만들었다. 서울의 성에는 없는 ‘공심돈‘은 적정을 관찰하는 곳이고 장대는 군사를 훈련하는 시설이며 봉돈은 오늘날의 통신기지에 해당한다. 화성은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만들어진 도시 성곽으로서는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빼어난 성곽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장대와 화서문 중간에는 정조대왕의 동상이 있고 그 아래쪽에는 최근 복원한 화성행궁이 자리잡았다. 행궁은 임금이 지방 행차 때 머물던 별궁. 정조가 사도세자의 능인 융릉으로 행차할 때 이곳을 임시 거처로 삼았다. 봉수당, 장락당을 비롯한 총 33동 576칸 규모의 거대한 행궁이었다. 정조는 화성행궁에서 모친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열고 경로잔치를 여는 등 백성들에게 효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서양식 의료기관인 자혜의원이 봉수당에 들어선 것을 시작으로 경찰서, 학교 등이 차례로 들어서 모두 훼손되는 비운을 겪었다. 1996년 화성 축성 200주년을 맞아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의 하나로 대대적 복원사업이 전개돼 일부나마 옛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봉수당에 가면 정조대왕과 왕비가 경의왕후(혜경궁 홍씨)에게 회갑연을 베풀어드리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화성행궁의 정문이라 할 신풍루 앞에서는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지니 놓치지 말고 관람할 일이다. 3월 27일부터 11월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장용영수위식이 열린다. ‘장용영‘은 정조 17년(1793)에 왕권강화를 위하여 설치한 금위조직을 말한다. 또 12월까지는 매주 화~토요일 오후 2시부터, 일요일 오후 3시부터 30분간 무예공연을 한다. 이밖에 토요상설공연, 주말체험마당 등도 준비돼 화성 나들이를 더욱 뜻깊게 해준다. 행궁은 매주 월요일에는 휴관한다.

[여행]효심을 일깨우는  ‘역사 산책‘

연무대에서 팔달산까지는 화성열차 2대(각 54인승)가 운행돼 노약자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매표소 문의/연무대 228-4686, 팔달산 228-4683, 장안공원 228-4685, 화홍문 228-4684. 단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이용객 증가로 장안공원과 화홍문 매표소가 폐쇄된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이용할 수 있고 운행구간은 팔달산(강감찬장군 동상)→화서문→장안원→장안문→화홍문→연무대(총 거리 3.2㎞). 월요일과 눈-비가 내리는 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은 운행하지 않는다. 맨앞의 동력차는 용의 머리처럼 생겼고 3량의 객차는 임금이 타던 가마를 형상화했다.

◆여행메모(지역번호 031)

수원시청 문화관광과 228-2068.

맛집은 삼부자갈비(212-3805), 본수원갈비(211-8434), 신라갈비(212-2354) 등. 수원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해도 화성을 샅샅이 답사할 수 있다. 관광 코스는 수원역을 출발, 서장대?화서문?화성행궁?팔달문
?화홍문?연무대?수원 월드컵경기장을 거쳐 수원역으로 돌아온다. 오전 10시 30분, 오후 2시 등 하루 두차례 운행된다.
승차권 구입 문의는 장수관광 031-224-2000~2.

글-사진/유연태[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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