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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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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인증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4만여개로 추정되는 성인오락실과 게임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인증제가 예정대로 3월 초 도입될 경우 성인오락실 등지에서 경품으로 유통되는 상품권 가운데 환전용으로 전락한 상당수 상품권이 휴짓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상황에 따라서는 성인오락실을 포함한 게임산업 자체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물론 인증을 받거나 가맹점이 있는 정상적인 상품권의 경우 별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품권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밝힌 '경품취급기준고시'에 따르면 현재 성인오락실 등지에서 유통되고 있는 상품권은 52종류며 이 가운데 10여종만 정상적인 유통체계(가맹점 가입 등)를 갖추고 있고 나머지 40여종은 환전용으로만 유통되고 있는 일명 '딱지상품권'으로 나타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성인오락실 등지에서 유통되는 '딱지상품권'은 최소한 100여종 이상에 달하며 성인오락실도 줄잡아 전국에 4만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품권 발행업체인 ㄱ업체 김모사장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성인오락실은 대략 4만여개로 추정된다"면서" 전국 성인오락실을 기준으로 업체당 대략 5000원권 기준으로 하루에 3000∼5000매 정도가 사용된다고 전제할 때 대략 하루에 6000억∼1조원 정도가 유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전용 대부분 상품권 기능 못해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하루에 최대 1조원대 가량의 상품권이 경품으로 성인오락실 등지에서 사용된다는 추정치가 나온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상품권으로 기능을 못하는 '유령상품권(딱지상품권)'이라는 것이다.

[E@L]상품권 "떨고 있니"

실제로 그동안 '딱지상품권'으로 인한 부작용은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지난 연말 경기 의정부에서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성인오락실에서 현금 환전용 '칩(chip)'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1000억원대의 '유령상품권'을 발행, 유통시켜 수십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상품권업자와 판매책, 오락실 업주 등 36명이 검찰에 적발됐된 사건이 그것이다.

현행법상 오락실에서 2만원 이상의 당첨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거나 이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의정부지검 형사3부(부장 차동언)는 지난 연말 이같은 혐의로 정모씨(45-ㄱ테크놀러지 대표) 등 11명을 구속기소하고, 상품권 판매책 김모씨(43) 등 17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정씨는 지난 해 3월부터 동두천 ㅇ오락실 등 수도권 일대 성인오락실에 500억여원 상당의 상품권 1000만장을 공급한 뒤, 업주로부터 상품권(액면가 5000원) 1장당 100원씩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7개월간 10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함께 구속기소된 조모씨(44)는 비슷한 수법으로 상품권을 발행, 9억8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다. 검찰 조사결과, 조씨 등이 발행한 상품권은 가맹점이 전혀 없거나, 전자부품판매점-기계제조업체 등 일반인들이 실제 활용할 수 없는 업체가 대부분이어서 오락실 환전용으로만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연말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의정부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사건"이라면서 "적지않은 오락실 업주들이 '딱지상품권' 발행사가  부도 나지 않을까 전전긍긍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일부 유명 상품권은 발행량 초과 등 사실상 상품권으로서 기능을 상실했지만 부도를 우려해 발행사가 신규상품권을 계속 찍어내고 있다"면서 "업계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며,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라고 고백했다. 

어쨌든 정부는 무분별한 상품권 난립과 성인오락실에서의 환전 등 불법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오는 3월부터 상품권인증제 도입을 강행할 계획이다. 문화관광부 게임음악산업과 윤석모 행정사무관은 "침체된 게임산업 활성화와 영화와 공연 등 문화산업에 대한 인구 저변 확대를 위해 각종 상품권을 오락실 경품에 포함시켰지만 최근 들어 상당수 상품권이 환전전용으로 유통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상품권인증제를 빠르면 오는 3월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윤사무관은 "상품권이 가맹점을 통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라면서 "이번 인증제 도입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인증제 도입 전에는 전국전인 가맹점이 있는 상품권을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문광부는 산하의 한국게임산업개발원(원장 우종식)에 상품권인증을 위한 실무진을 구성하는 등 실무작업에 착수했다.

또 상품권인증을 심사할 '상품권인증위원회' 구성을 위해 각계 인사를 섭외 중이다. 인증위원회는 회계사를 비롯해 변호사 등 전문가 8∼10명 규모로 구성되며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상품권에 대한 인증을 결정한다. 문광부가 제시한 인증업체(상품권) 선정 기준은 발행업체의 매출규모와 문화산업분야 가맹점 현황, 영화-공연 등 문화산업분야 매출액, 재정자립도, 사회인지도 등이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경영지원본부 김용관본부장은 "인증심사위원 구성이 아직 완료되지 않아 구체적인 인증 기준 등은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대체로 문광부가 제시한 기본방침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 인증제를 도입할 경우 적지않은 부작용이 뒤따를 것으로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증제 도입 등 규제가 갑자기 강화될 경우 후유증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 "인증 기준도 안정적인 가맹점을 확보한 업체 이거나 결제기관이 분명한 없체 등을 선정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것" 이라고 말했다.

"선의의 피해자 없어야"

[E@L]상품권 "떨고 있니"

-최근 정부가 상품권인증제를 도입키로 했는데.

"상품권인증제는 새해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해관계에 따라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도입에는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갑작스런 도입보다는 순차적으로 후유증이 없게 도입해야 한다.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국내 상품권시장이 매년 큰 폭으로 커지고 있는데.

"최근 들어 상품권이 최고의 선물로 각광받고 있고 시장도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멀지 않아 보다 다양하고 특화된 상품권이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종류의 상품권이 있나.

"예전에는 백화점상품권과 관광상품권, 문화상품권이 주종을 이뤘으나 앞으로는 김치-주류-외식상품권 등으로 다양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간장상품권과 치즈상품권 등 종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티켓나라는 어떤 곳인가.

"상품권을 할인 매입-판매하는 곳이다. 구두수선점이나 암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상품권 할인 유통시장을 양성화한 것이다. 상품권 거래는 합법적인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부정적으로 인식돼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체계적이고 투명한 프랜차이즈사업으로 발전시킨다면 일본의 '금권숍' 못지않게 성장할 수 있다."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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