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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학맥지도는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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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여권의 당-정-청 구도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열린우리당은 임채정 의장이 3개월 과도기 의장으로 당을 정비하고 나섰다. 1월 28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뚜렷한 경쟁자가 없어 정세균 의원이 단독 후보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에서는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의 사퇴 파문에도 불구하고 김우식 비서실장이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재신임을 얻었다. 정부는 이해찬 총리 체제가 2년째를 맞으면서 참여정부 2기의 색깔을 뚜렷하게 표출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여권 학맥지도는 SKY

가장 뚜렷한 학맥 분포를 보이고 있는 곳은 청와대다. 지근거리에서 노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물들이 거의 연세대 출신이다. 김 비서실장을 비롯해 윤태영 제1부속실장, 천호선 의전비서관, 수행비서 문용욱 행정관 등이 모두 연세대를 졸업했다. 특히 김 비서실장은 연세대 총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연세대 출신 인사다.

이밖에도 참여정부 초기 춘추관장을 맡았던 김만수 상근 부대변인도 연세대 출신. 윤 제1부속실장, 천 비서관, 김 부대변인, 문 행정관은 이광재-백원우-서갑원 의원 등이 청와대를 나간 후 노 대통령의 '신386측근'으로 불린다.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윤후덕 업무조정비서관, 강태영 업무혁신비서관도 연세대 출신이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은 최근 외교안보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광재 의원 연대 인맥 핵심

청와대에 유독 연세대 출신이 많은 이유로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연세대 출신인 이광재 의원의 영향력을 지목하는 사람이 많다. 연세대 출신의 한 정치권 인사는 "대통령 선거 전부터 '노무현 캠프'에 연세대 출신이 많았던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윤 제1부속실장과 천 비서관 등은 오래전부터 노 대통령을 보좌해왔다. 

고려대 출신인 안희정씨가 불법 대선자금 수수에 연루돼 구속된 것도 연세대 출신이 청와대에 많은 이유가 됐다. 안씨 역시 '우 광재, 좌 희정'이라고 불릴 정도로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386최측근이다.

안씨 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과 가까운 고려대 출신 인물 중에는 불법대선자금 수수에 연루된 이가 많다. 대표적인 인사가 이상수-이재정 전 의원과 여택수 전 수행비서. 고려대 출신의 한 정치권 인사는 "고려대 출신들이 성향상 조직을 위해 몸바쳐 일하다가 희생하는 예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의 다른 측근들이 서로 책임을 지지 않고 이미지 관리만 하려는 듯한 태도 때문에 참여정부의 지지도가 내려간 점이 없지 않다"며 은근히 청와대의 연세대 독점 현상을 비판했다. 

청와대의 고려대 출신으로는 이병완 홍보수석이 대표적이다. '고려대 386'이던 백원우 의원은 참여정부 초기 행정관을 거쳐 지난해 총선을 위해 청와대를 떠났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최근 고려대 출신들의 부각이 두드러지고 있다. 임채정 의장은 국회 고려대 교우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좌장 구실을 하고 김덕규 부의장이 그 뒤를 잇고 있다. 3선의 정세균 의원이 1월말 경선에서 원내대표로 뽑힐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고려대 출신 '의장-원내대표' 체제가 4월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정 의원은 "당에서 고려대 출신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 영향력이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고려대 출신 부각설을 경계했다.

고대는 학생회장 출신 많아

2003년초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에는 '나는 호랑이, 뛰는 독수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려대 출신 인사들의 비중이 컸다. 인수위 위원장에 임채정 의장, 당선자 비서실장에 신계륜 의원, 대변인에 정순균 국정홍보처장, 기획조정분과 간사에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이 활약했다.

현재 고려대 학부출신 의원은 모두 33명. 이중 18명이 열린우리당이다.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넘어온 의원이 많지만 오히려 민주당에는 1명도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학생회장 출신이 많다는 점이다. 정 의원을 비롯해 신계륜-김영춘-이인영-오영식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비롯한 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신 의원을 중심으로 자주 모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17대 국회에서는 초선이지만 중진급에 해당되는 의원들이 입성한 것도 눈길을 끈다. 장관 출신인 안병엽-정덕구 의원이 그런 경우다.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인 문학진 의원, 민변 출신의 임종인 의원에 전대협 초대의장인 이인영 의원이 가세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전병헌 의원과 '햇볕정책'을 입안한 최성 의원도 고려대 출신이다. 재선인 최용규-김성곤-문석호-김영춘-오영식 의원도 당내에서 비중이 크다. 

정부에서는 이해찬 총리를 비롯해 서울대 출신 장관이 절반을  훨씬 넘는다. 아직 임명되지 않은 교육부총리를 제외한 장관급 인사 21명(총리 포함) 중 13명이 서울대 출신으로 60%를 넘었다. 서울대 출신보다 비(非) 서울대 출신을 나열하는 것이 더 쉬울 정도다.

정치권 인사로 차기 대권후보 물망에 오르내리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표적인 서울대 출신 각료다. 이헌재 경제부총리, 오명 과기부총리, 반기문 외교-김승규 법무-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도 서울대 출신이다. 특히 오 부총리와 진 장관,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모두 전자공학과 출신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지난 1월초 인사에서는 비서울대 출신 장관이 많이 입성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신임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은 고려대 출신,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경상대 출신, 장하진 여성부 장관과 김선욱 법제처장은 이화여대 출신이다. 신임 장관 중에는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만이 서울대 출신인 셈이다.

서울대 출신 각료가 많은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타난 현상. 정부수립 이후 700명에 이르는 장관 중 서울대에서 280여명(43%)의 장관을 배출했다. 군사정부 시절의 군 출신 장관을 감안하면 절반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참여정부에서 서울대 출신 각료의 비중이 너무 크지 않으냐는 비판의 시각이 있다. 또한 서울대 폐지론까지 제기되는 마당에 거꾸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서울대 출신 각료 사이에 그나마 비중을 차지하던 고려대 출신이 드문 것도 최근의 현상이다. 고려대 출신인 한 정치권 인사는 "전에는 고려대 출신 각료가 많았는데 참여정부에서는 무엇 때문에 거의 자취를 감췄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연세대 출신 각료는 1월초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가 물러남으로써 1명도 없게 됐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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