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의 변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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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의 세계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며 경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름의 법칙에 따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데 신비감도 느낀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아는 동-식물의 세계는 지극히 미미하다. 게다가 '상식'으로 알고 있던 지식들이 실제로는 '오류'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책은 신비로운 동-식물의 세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평소의 지식 가운데 오류로 판명된 것을 바로잡아준다. 포괄적 의미에서 자연에 대한 지식의 외연을 확장시켜주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동-식물들의 생태 이야기는 단순히 관찰을 통해 이끌어낸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유전학 연구에 몰두해온 저자가 그간의 꾸준한 연구-실험 결과를 토대로 학술적으로도 증명한 것들이다.

재미있는 생태 현상은 유난히 어류에서 많이 발견된다. 우선 알이 아닌 치어 상태로 새끼를 낳는 물고기가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다고 해서 이름 붙은 '모기고기(mosquitofish)'의 암컷은 3~4주간 임신 후 자유롭게 헤엄치는 치어 상태의 새끼를 낳는다.

플로리다 남부와 인도 서부의 늪지대에 살고 있는 송사리과의 킬리피시(killifish)는 제 몸에 암수가 함께 있어 자가수정을 한다. 그런가 하면 농어목에 속하는 검은배그루퍼는 알을 낳는 암컷으로 태어나 나중에는 정자를 생산하는 수컷으로 변한다. '트렌스젠더 물고기'인 셈이다.

일반인이 보통 알고 있는 상식 가운데 저자가 오류라고 판명짓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판다는 곰이 아니다'이다. 뾰족한 송곳니를 갖고 있는 곰과 달리 판다의 이는 납작하다. 판다는 동면을 하지 않으며 생김새 또한 곰보다는 너구리에 가깝다. 이런 이유로 과학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판다는 곰과가 아니라 아메리카너구리과에 속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저자는 판다의 유전자를 분석해 판다가 약 2000만년 전 최초의 곰 가계에서 분리되었음을 증명했다.

저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하는데 그것은 '과연 네안데르탈인이 인류의 조상일까'라는 것이다. 이 의문은 네안데르탈인의 팔뼈에서 DNA를 추출해냈기에 가능했다. 네안데르탈인의 DNA 염기서열은 현대 인간들에게서 관찰된 유전자 변이의 범위 밖에 존재한다. 이는 곧 네안데르탈인이 오늘날 인간에게 유전적인 유산을 물려주지 못하고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아직까지는 유전자 변이를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이 인류의 조상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의문은 충분히 가져볼 만하다.

공교롭게도 이 책에 소개된 동-식물의 대부분은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저자가 의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선택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사실은 엉뚱하게도 자연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들이 멸종한다면 인류는 희귀한 동-식물들의 세계를 더 이상 경험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들 동-식물의 세계에 '미적 가치'를 부여한다. 그리고 자연의 미적 가치를 계속 누리기 위해서도 자연을 보호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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