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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검찰관 보직해임이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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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 소령들'.

국방부 근무 장교들이 최근 육군장성 진급비리 의혹수사를 맡았던 남모 보통검찰부장 대리 등 군법무관 소령 3명을 호칭할 때 쓰는 '자조적'인 단어다. 계급은 비록 소령이지만 이들의 발언 하나하나가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그때마다 군이 흔들거렸던 탓이다. 그런 그들이 군지휘체계를 문란케 했다는 혐의로 보직해임됐고,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12월 24일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군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거의 한달하고도 보름 만에 나온 수사결과로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군 안팎의 시선은 '용두사미'로 보는 분위기다. 장성진급을 둘러싼 진상을 낱낱이 확인하는 차원보다는 갖가지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것이다.

'주관'에 좌우되는 제도가 문제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돈을 받아먹고 매관매직한 것도 아닌데 인사권자의 인사행위가 과연 법의 잣대로 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가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컴퓨터로 인사 자료를 입력해 순번대로 진급시키라는 항변까지 나오고 있다.

한 예비역 대장은 "인사를 하고 나면 언론에서 항상 지적하는 말이 있다"며 "지역 안배, 출신별 안배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인 인사시스템이 작동한다면 지역별 배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지역 안배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진급자의 지역별 안배 자체가 법의 잣대로 보면 공문서 위조 등 불법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반 장교들은 또 육군장성 진급심사에서 주관적 판단 위주로 될 수밖에 없는 '잠재역량 평가'에서 대부분 당락이 갈라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육군장성 진급심사의 심사자료는 실적을 평가한 '근무 평점'(85점)과 잠재역량을 평가하는 '잠재역량 평가'(15점) 등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근무 평점'의 경우 근무평정, 교육성적, 경력평가, 상훈평가 등 4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진급 유력 후보자 대부분은 근무 평점에서는 점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체력, 지휘능력, 도덕성, 품성, 청렴성 등 5개 항목으로 구성된 '잠재역량 평가'에서 진급의 희비가 엇갈린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의 후유증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방부의 보직해임 조치에 적극 반발하고 있는 군 검찰관들이 어떤 돌발행위에 나설지 모르는 형국이다.

인터넷에는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 법무관 인트라넷에 올린 '보직해임의 전말'이 나돌고 있다. 국방부 보직해임심의위원회의 결정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었다고 비판하면서 "법무관 선배 몇 사람은 사실상 자신들을 배신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내용의 글이다.

"나는 보직을 수행하고 싶습니다. 단 반칙에 대하여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며, 나의 요청은 이번 회의의 심의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달라고 했습니다."

"검찰관들에게 먼저 사표내겠다던 우리 선배들은 막상 저희들이 보직해임을 요청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완전히 빠지고 저희의 혐의사실을 만드는 걸 돕고, 그 사실이 불법적으로 확정되어 처분에 이르고 공표되는 데 하나의 주체로서 참여했습니다. 비난을 감수하겠다더군요. 생각이 미치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더군요."

이들은 또 "우선 사퇴하기로 한 사람은 우리 세 사람만이 아니다. 국장과 단장도 같은 생각이었다. 근데 왜 우리만 집단행동이냐"며 억울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일단 보직해임되면 육본으로 자동 원대복귀되어 피의자의 부하가 되고, 거기서 또 보직을 못 받으면 자동 전역되어 자격박탈에 이르는 상황을 알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합니다"라고 향후 신분에 대한 불안감도 솔직히 내비쳤다.

실제 이들은 보직해임 뒤 3개월 동안 새로운 보직을 받지 못할 경우 자동전역과 함께 군 법무관으로 10년을 근무하면 자동 부여되는 변호사 자격을 받지 못하게 된다. 특히 내년 4월 전역 예정인 2명은 의무복무 기간인 10년에서 불과 1개월여가 모자라 변호사 자격을 놓치게 될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여 있다.

"차라리 민간 검찰에 넘겨라"

그러니만큼 군 검찰관들은 보직해임 결정과정에 하자가 있다며 법적 대응을 공언하고 있다. 또 만일 이들이 자신들에 대한 징계절차에 불복해 수사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폭로하게 되면 향후 이 부분이 이번 사건의 '뇌관'으로 재점화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군 법무관들의 최고 수장인 박주범 국방부 법무관리관(육군준장)도 "보직해임심의위원회에서 해당 검찰관들의 비행 사실에 관련된 확인 절차가 미흡했다"며 "설사 비행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수사 진행중 담당 검찰관을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보직해임 철회를 건의했다.

하지만 윤장관은 일언지하에 이를 일축했다. 장관의 인사권에 의해 취해진 인사조치로 철회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다.

국방부의 반응도 만만치 않다. 국방부는 당초 감사관실을 통해 법적대응 의지를 밝힌 군 검찰관 3명의 최근 행적을 집중 조사해 위법 여부를 가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법무관리관실의 강력한 항의에 따라 일단 조사 결정을 보류한 상태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통화내역 조회 등 이들에 대한 행적 조사에 착수할 태세다.

하지만 이번 육군장성 진급비리 의혹수사가 국방부의 '비밀주의'로 국민적 의혹이 꼬리를 무는 '물음표 잔치'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번 수사를 둘러싼 국민적 의혹을 감안하면 군 검찰이 요구한 수사 상황에 대한 대언론 브리핑을 국방부가 차단한 것은 민간 검찰의 관행과 비교해봐도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국방부는 군 검찰관 보강 방침을 발표하면서도 이들의 신상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이에 앞서 군 검찰관 3명에 대한 보직해임심의위원회 심의결과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 사태를 바라보는 군 장교들의 시선은 대체로 차갑기 그지 없다. 국방부의 ㅇ대령은 "장군이 군 검찰에 소환돼 소령의 조사를 받을 바에야 차라리 법무관 조직을 해체하고 군내 사건도 민간 검찰과 법원에 넘기는 것이 낫다"며 "군 장교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생각일 것"이라고 군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마디로 군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을 바에야 군사법원 및 군 검찰제도가 필요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과 오스트리아, 체코, 리투아니아, 포르투갈, 스웨덴, 슬로베니아 등 8개국은 군사법원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

박성진[정치부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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