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덮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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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발전은 식물 없이는 불가능했다. 옷, 음식, 건축 자재, 땔감, 종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이 모두 식물에서 비롯됐으며 각종 의약품에도 식물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인간은 언제부터인가 식물을 착취하고 식물계를 가장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실용과 기능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애초에 식물이 인간과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 식물을 대하는 인간의 오만함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인간이 식물복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이는 "식물이 인류에게 의존하는 것보다 우리가 식물에게 더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인간이 식물에 의존하고 있다'는 말을 증명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앞서 언급한 '물질'들의 원천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자연재해 방어, 산소 공급도 식물이 하는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초에 식물은 신비적이고 주술적인 힘을 발휘하며 인간의 정신적인 면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합리화됨에 따라 식물의 신비적-주술적 의미가 퇴색했지만 저자는 "정신적인 측면에 대한 관심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울창한 숲속에 있을 때 느끼는 편안함, 죽은자를 애도하면서 진행하는 엄숙한 헌화 등이 이에 속한다.

저자는 인간과 식물의 정신적인 측면을 복원시키기를 바란다. 이는 태고적 주술과 신비를 부활하자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고마움을 깨닫고 인간과 식물의 진정한 상생관계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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