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사진, 그리운 동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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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편지]빛바랜 사진, 그리운 동무들

45년 전 10월의 일입니다. 안 가시겠다던 영어 선생님과 함께 학교에서 걸어서 30분 걸리는 장터 모퉁이 조그만 사진관에 갔습니다. 광목에 페인트로 그린 분수와 버드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던 곳이죠. 그때는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대단한 행사였습니다. 하긴 가족사진도 약혼, 돌 등 특별한 날에나 찍었죠.

선생님은 나무 의자에 앉으시고 동무 17명이 둘러앉거나 섰습니다. 우리는 '펑'하는 불빛과 함께 낡은 사진기 속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마치 까만 벨벳 천 속에 숨은 사진사 아저씨의 주술에 걸린 것처럼 말이죠.

마음씨 좋게 생긴 아저씨는 "사진에는 뭐라고 쓸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보고픈 이들이여, 단기 4292. 10. 18"이라고 써 달라고 했습니다.

3개월 후에는 졸업을 하고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어요. 그때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우리가 선생님 연배를 훨씬 넘었습니다. 참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보고픈'이 '보구픈'으로 바뀐 사연은 짐작하시겠지요. 이 글씨가 옛 일을 그립게 합니다. 두 눈을 감으면 지난날이 되살아납니다.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과거로 달려갑니다.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소리, 가사 시간에 우물가에서 재잘거리던 여학생들의 웃음소리, 풍금에 맞춰 부르던 광복절 노래, 마당에서 들려오는 탈곡기 소리들 말입니다.

45년이 지난 지금, 사진 속 동무들은 어디서 무엇들을 하고 있는지? 어린 시절 동무들과 따끈한 홍차, 아니 소주 한잔 들면서 옛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또 한해를 보내야 하는 아쉬움이 동무들 생각을 간절하게 하게 하는군요. 손주 녀석들이 따라나서면 데리고 오세요. 아이들도 함께 만나요. .                                                                                     

서울 관악구 봉천1동  박창수



우정사서함

세계유산등록 특별우표 발행

[사랑의 편지]빛바랜 사진, 그리운 동무들

이번에 발행하는 우표에는 250기가 넘는 신라왕과 왕비, 귀족들의 무덤인 대능원과 서수형토기(瑞獸形土器), 금관총 금관, 안압지와 납석제(蠟石製) 사자향로, 금동삼존판불, 금동가위를 각각 담았다.

그동안 발행되었던 우표를 살펴보면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 창경궁, 화성 동북공심돈 및 방화수류정, 강화와 화순-고창의 고인돌이 있으며, 내년에도 승정원일기와 직지심체요절(2001년 세계기록유산 등록)을 소재로 우표 2종을 발행할 계획이다.

사고 우정사업본부와 공동으로 '사랑의 편지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뉴스메이커]가 '사랑의 편지'를 받습니다. 부모와 자녀, 부부 사이에, 친구-연인 사이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나 나눠주고 싶은 사연을 사진과 함께 [뉴스메이커] 편집실로 보내주십시오.

보내실 곳 : 100-702 서울 중구 정동 22번지

경향신문사 [뉴스메이커] 사랑의 편지 담당자 (02)3701-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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