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의 아트파일

그들만의 컬렉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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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소장가에 대한 일그러진 시선 달라져야

문화재 소장가는 수집 안목이나 관심 분야, 각자의 성격이 다른 것처럼 그 소장품에서도 독특한 개성과 향취를 내게 마련이다. 서화·골동을 놓고 볼 때 간송(고 전형필·간송미술관 설립자)이 철저하게 겸재 정선 이후의 서화 위주 컬렉션이었다면, 호암(고 이병철·삼성그룹 창업주)은 도자기를 비롯한 공예품 위주였으나 최근 몇 년간 조선시대 서화 수집에 역점을 두어 머지않아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드러낼지도 모른다.

또 호림(윤장섭·성보문화재단 이사장)이 도자기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면, 송암(이회림·동양제철화학그룹 이사장)은 도자기 위주 컬렉션에서 벗어나 고서화를 섭렵하고, 근대 유화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용의 아트파일]그들만의 컬렉션이 아니다

개인 소장품의 특별한 나들이

미술관급 큰 소장가뿐 아니라 개인 소장가들도 수집벽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굳이 공통점을 찾는다면 “수집품을 절대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일 게다. 이는 수집가 개인의 취향 같지만, 문화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시선들이 빚은 결과일 뿐이다.

소장가들의 남다른 문화재 사랑과 ‘문화재 지키미’의 사명은 살짝 빠진 채 세무당국은 호화사치품 같은 세금부과대상으로, 일반 국민은 ‘재물 모으기’ ‘탈법상속’의 수단으로 바라보기 일쑤이다. 더구나 정확한 감정이 정립되지 않아 자칫 구설에 오르고 상처를 입기 십상인데다, 물건이 알려지면 값까지 떨어지는 까닭에 공개를 꺼리는 것이다. 외국 명문가들이 어느 미술가의 작품, 어느 시대의 엔티크를 가지고 있는가를 자랑하는 풍토와는 ‘노는 물’이 너무 다르다.

그런 어려운 여건 속에도 문화재 소장가들은 자신의 컬렉션에서 보람을 찾는다. 그들은 문화재를 잠시 수장·감상은 하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미술관(박물관)이나 기증 등을 통해 사회와 국가에 환원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도 문화재와 소장가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때가 된 것이다.

[이용의 아트파일]그들만의 컬렉션이 아니다

9월1~15일 부산시립박물관에서 열리는 ‘2004 개인소장 문화재 특별전’은 개인 소장가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돋보이는 전시회다. 개인이든 박물관이든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 힘든 것이 문화재다. 그런 개인 소장품들을 끌어내 전시회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특별한’ 전시회다. 특히 정부의 ‘개인소장 문화재 공개 활성화’라는 지침에 따라 복권기금을 지원받은 한국고미술협회(회장 김종춘)가 주관한 점도 흥미롭다. 다시 말해 소가 닭 보듯 해오던 官(문화재)과 民(고미술협회)이 개인소장가를 매개로 어우러져 만든 축제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의 10월 총회를 계기로 부산을 비롯한 대전·서울·대구·광주 순회전인 만큼 국제적인 관심도 기대된다.

대상은 ‘비지정 문화재’지만 ‘청자기린형필세’, 백자 ‘달항아리’, 전(傳) 신사임당 ‘초충도화첩’, 오동책장 등 희귀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 모두 500여점. 한 60대 여성 소장가의 자수 작품 코너가 특히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학술적으로 잘 정제된 박물관 전시와는 달리 자유롭고 포근한 맛을 준다.             

                                         

기획위원 ly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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