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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中 혈맹관계 금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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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북한을 전면 지지할 도의적 책임은 없다." "김정일은 정치 박해를 대대적으로 저지르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은 국제사회에 대한 멸시와 도전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중국 텐진 사회과학연구원 대외경제연구소 왕중원 연구원의 논문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 4세대 지도층의 국익추구 외교 방침은 진작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혈맹' 북한에 대한 견해가 비난 일색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런 중국의 태도로 미뤄 향후 북중 관계와 동북아 정세는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발전 장애물로 지적도

[포커스]北-中 혈맹관계 금갔나

논문은 먼저 북한의 권력세습체제를 비판한다. "북한은 최근 자연재해로 인민의 생활은 최악이지만 (김정일 총서기의) 가족 세습통치를 유지하기 위해 극좌정치와 정치 박해를 대대적으로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중관계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북한은 중국의 정치적 지지와 경제지원에 대해 조금도 감사를 표시하지 않는다. 국제문제에서 항상 우호를 무시하고 가장 중요한 때에도 우리를 전면 지원하지 않는다. 이런 국가를 우리가 전면 지지할 도의적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논문은 또 "북한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중미관계의 개선이 자주 방해받는다. 중요한 시기에 큰 논쟁을 태연하게 일으켜 중국을 미국과 대항하는 수세적 위치로 끌어들인다. 이런 수법에는 악랄한 음모가 있으며, 경계심을 갖고 막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핵문제를 '국제사회에 대한 멸시와 도전'으로 규정하면서 향후 중국은 대북외교와 관련, "새로운 이념을 갖고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다시 살펴보고 중국의 근본 국익에 합치하는 외교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 정권에 대한 중국 엘리트들의 부정적 견해가 드러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수년간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다 귀임한 한 중국 외교관은 공개석상에서 "북한정권은 엄밀한 의미에서 정권이 아니다. 전세계 역대 독재정권들은 적어도 겉으로는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공공연하게 주민들에게 김정일 개인을 보호하는 총폭탄이 돼야 한다고 선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동북아 국가를 방문한 중국의 한 유명 학자는 "북한은 중국의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이다. 중국은 이 장애물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비공개 세미나에서 주장했다. 중국 관리들은 마약과 위조달러 등 중국을 무대로 하는 북한의 범죄단 수색작업에 대해서는 미국의 관리들과 무한정 협조하고 있다고 외교소식통들은 전한다.

관건은 중국의 변화된 대북관이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이다. 한 전문가는 "중국의 바뀐 태도로 북중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은 한국에는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바람막이를 덜 하거나 아예 하지 않을 경우 북한은 고립된 채 국제사회의 압박을 혼자 힘으로 막아야 하며, 이는 북한의 극단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북아정세의 급변은 한국에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관계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문가는 "왕연구원의 논문 요지를 중국 지도층이 현실 외교에 적용하는 날이 머잖은 듯하다. 정부의 다각적 대책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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