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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물딱지'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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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3평 아파트, 반값에 내집마련....'

최근 인터넷이나 도로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딱지(입주권)' 광고물이다. 내 집을 꿈꿔온 사람들에게는 귀가 솔깃해지는 문구다. 심지어 '상암-강일-세곡지구 평당 5백80만원' '강남권 33평형 9천만원에 입주' 등의 플래카드나 벽보도 보인다.

[Economy@Life]부동산 시장 '물딱지'주의보

철거지역 노후주택이 '봉'?
광고를 낸 딱지 브로커에게 연락을 하면 그럴싸한 개발계획을 들먹이며 철거 예정인 시민아파트나 택지지구 개발 예상지역 내 노후주택을 사라고 권한다. 이럴 경우 해당지역이 아닌 우면동이나 세곡동 등 강남권 특별공급 입주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득한다. 의심은 가지만 이들은 대부분 상암지구를 예로 든다. 상암지구가 아닌 곳에서 철거예정가옥 매입 등에 1억원도 안 되는 자금을 투자해 특별공급 입주권으로 상암지구 33평형 아파트에 입주, 시세차익만 3억원을 챙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억원 정도 투자해놓고 1년만 기다리면 강남권 33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니 이들의 권유를 뿌리치기 어렵다.

딱지는 원주민(해당지역 주민)이나 서울시 도시계획사업 등에 의한 철거민에게 주는 것(서울특별시 철거민 등에 대한 국민주택 특별공급 규칙 제5조) 두 가지가 있다. 원주민의 딱지는 수량이 작아 거의 거래가 없다. 따라서 기타 지역의 철거민이 보유한 딱지가 주로 거래되고 있다. 기타 지역의 딱지는 SH공사와 서울시가 입주신청을 받아 공급을 승인한다. 문제는 광고에 등장하는 세곡지구, 우면지구, 강일지구의 경우 아직 개발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설령 특별공급 입주권을 받았다고 이들 지역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장지지구의 경우 지난해 30평형대에 대한 도시 철거민 입주신청결과, 신청자가 공급가구 수의 2배가 넘었다. 세곡-우면지구 등 강남 특별공급도 사실상 일반분양에 버금가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에 입주를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럴싸한 광고만 믿고 무허가 건물이나 철거가옥을 샀다가 특별공급 입주권을 받지 못하면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릴 수밖에 없다. 서울시 주택기획과 관계자는 "강남권의 경우 특별공급 입주권 대부분이 원주민에게 돌아가고 도시 철거민 특별분양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투자수익 따져보니 '계륵'
실제로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 '물딱지(가짜 입주권)'도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이주대책기준일이 경과한 철거예정가옥은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다. 딱지 브로커들은 입주 예정자의 인감도장을 파서 5~6명에게 딱지를 팔기도 한다. 딱지 거래 자체가 불법이어서 여러 사람에게 팔아도 확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브로커들이 손쉽게 쓰는 방법이다.

즉 '물딱지'가 되는 셈이다. 상암지구의 경우 '물딱지'를 산 상당수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 일부 브로커는 입주권이 나온다고 유혹, 노후한 철거 가옥이나 시범아파트 등을 파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역시 '물딱지'다.

설령 입주가 가능한 딱지를 샀다 하더라도 입주를 앞두고 아파트 값이 오르면 매도자가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고 버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딱지 거래는 불법이어서 소유권 이전은 입주 후에나 가능하다. 매도자가 잔금납부 후 소유권 이전등기시에 웃돈을 요구해 민-형사상 등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실제로 투자수익률이 높은지도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입주한 상암지구 3단지 33평형의 경우 분양가는 1억9천만원이었다. 그 당시 호가는 4억7천만원 안팎. 단순비교하면 약 2억8천만원의 차익이 남는다. 그러나 입주권 7천만~1억7천만원, 명의변경 비용 2천만~5천만원이 드는데다 양도소득세도 5천만~7천만원이 필요하다. 즉 1억4천~2억9천만원의 추가비용이 든다. 결국 상암지구 33평형의 경우 최고 1억4천만원까지 차액을 남길 수도 있지만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그동안의 금융비용-기회비용 외에 불법거래로 인한 마음고생(?)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남는 것이 없는 '계륵'인 셈이다.


'딱지'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딱지(입주권)란 서울시 도시계획사업, 택지개발사업, 도시개발사업, 시민아파트 정리사업 등 공공사업의 시행에 따라 철거가옥주, 시민아파트 소유자에게 주택분양 계약 체결 전에 분양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만 주어지는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지위'에 불과하다. 그리고 철거민이 정당하게 부여받은 입주권이라 하더라도 아파트 분양계약 시 전산검색과정 등에서 재산소유 등 부적격자로 판명되면 자격이 박탈된다. 특히 주택법 제39조(공급질서 교란금지)에는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지위', 즉 입주권의 양도-양수행위를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입주권을 무효로 하거나 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제96조는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별공급 대상자 선정이 마무리된 지역은 송파구 장지지구와 강서구 발산지구다. 그래서 이곳은 원주민의 딱지가 거래되고 있다. 현재 장지지구 33평형을 분양받을 수 있는 딱지 가격은 1억5천만원선. 올 초만 해도 8천만~1억원 하던 것이 이렇게 치솟았다. 발산지구는 이보다 낮다. 33평형이 8천5백만~9천만원 정도다. 24평형 분양이 가능한 딱지도 현재 7천5백만원~8천만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딱지 거래가 기승을 부리자 서울시도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딱파라치'(딱지 파파라치) 제도를 시행할 정도다. 이 제도는 특별분양되는 아파트 입주권(딱지)의 불법거래 사실을 신고하면 포상금 10만원을 지급받는다. 또 SH공사-도시개발공사 등과 비슷한 명칭을 사용해 딱지 불법 거래를 조장하는 업소를 고발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특별분양 입주권을 매매-중개-알선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공문을 국민주택 특별공급 대상자 등 5,840명에게 발송하고 시내 2만여 부동산 중개업소에 불법을 알리는 홍보물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했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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