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전쟁

100만 黑客 전투 준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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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보전 전력의 핵심인 사이버 해커 부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주요 기관의 전산망을 공격한 해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민해방군이 운영하는 사관학교의 일종인 외국어학원(중국의 학원은 단과대학) 재학생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학생이 군의 지시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이번 해커 활동의 진원지가 중국이고 중국 인민해방군이 사이버 해커 부대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베일에 싸인 중국 사이버 해커부대의 실체를 해부해본다.

1997년 해커 부대 창설
중국은 1997년 4월, 인민해방군 소속 사이버 해커 (黑客)부대를 창설했다. 중앙군사위원회 직속으로 육-해-공군과는 별도의 편제다. 군사전문가들은 당시 중국 지도부는 인터넷과 컴퓨터를 장악한 미국이 컴퓨터 바이러스를 통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자구책 차원에서 부대를 창설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 의회 도서관 산하 의회조사국(CRS)은 중국 사이버 해커 부대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사이버 해커 부대는 미국과 대만을 정보전 상대로 두고 실제 전쟁이 발발하면 컴퓨터 바이러스로 적의 명령하달체계, 미사일 유도체계, 무기보급체계를 교란시키는 등 컴퓨터 네트워크를 전쟁터로 삼을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해방군 해커 부대는 1998년, 베이징(北京), 선양(瀋陽), 난징(南京)에서 엄청난 양의 메일을 일시 전송해 상대방 컴퓨터를 제어 불능에 빠지게 하는 바이러스 형태의 논리 폭탄(일명 메일 폭탄)을 사용한 사이버 전쟁 훈련도 했다. 이듬해인 1999년에 파룬궁(法輪功) 수련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와 동시에 메일폭탄을 집중적으로 보내거나 해킹으로 전세계에 있는 파룬궁 사이트를 초토화한 것도 바로 중국의 정보전 능력을 대내외에 과시한 증거다.

앞서 중국은 1991년 1차 걸프전 직후 미국이 각종 군사 정보를 컴퓨터 온라인으로 야전부대에 전달하는 것을 보고는 정보전에 대비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현재 ▲전자장비를 파괴할 수 있는 전자기 진동미사일 탄두 ▲컴퓨터 네트워크에 침투할 수 있는 바이러스 ▲전쟁시 컴퓨터 네트워크를 파괴할 수 있는 공작요원 양성 등 정보전을 대비한 각종 무기와 전술을 개발해 미국에 이어 최강의 정보전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이 사이버 해커 부대 육성에 박차를 가할 필요성을 절감한 계기는 1999년 발칸전쟁 당시 벌어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과 유고군 사이의 컴퓨터 네트워크 교란전이다. 유고는 당시 못 쓰는 전투기를 공군 기지에 배치, 나토 전투기들의 폭격을 유도하는 데 상당부분 성공을 거뒀다. 이와 함께 영국 기상청 전산망을 해킹하여 기상 정보를 제때 받지 못한 나토 전투기들이 공습을 취소케 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후 2002년 열린 중국 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장쩌민 주석은 국방과 군대 건설은 기계화와 정보화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군대 정보화를 역설한 바 있다.

한편 사이버 해커 부대로 해방군 산하 7대 군구별 정예 요원 약간명을 운영하고 있어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베이징의 서방 군사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수백명에서 수천명이라는 추측이 난무하지만 지원 요원까지 합칠 경우 1,000명 안팎이라는 전언이다. 보안 유지를 위해서라도 요원 숫자가 많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 이들 소식통의 설명이다. 다만 학력이 뛰어나고 IQ가 높은 천재급 인력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수 요원 확보를 위해 해방군 산하 사관학교(앞 페이지 표 참고)를 통하거나 미국에 유학한 우수 인재, 또는 국내 대학의 컴퓨터 관련 학과 우수 졸업생을 확보하는 방법을 병행하고 있다.

호기심? 조직적 정보 수집?
이번 해킹 사건에 해방군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해방군이 해커 부대를 동원해 한국 등 해외 정보 수집에 적극 활용했다는 추측이 있는 반면 군이 운영하는 해커가 이렇게 허술하게 '꼬리'가 잡혔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만만찮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해커 부대 운영 자체가 극비"라며 "다만 일부 사관생도가 호기심 차원에서 해킹에 개입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전했다.

인민해방군이 자체적으로 학생을 모집해 운영하는 대학은 지난해말 현재 60개교에 이른다. 허난성 뤄양에 있는 인민해방군 외국어학원은 바로 이들 60개 학교 가운데 대표적인 4년제 단과대학이다. 현재 3,000여명이 재학중이며 대개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임관한다. 한국어(그들 표현으로는 조선어)를 비롯, 18개국어를 가르치는데 영어, 일어는 물론이고 페르시아어, 네팔어, 라오스어 등 주로 중국과 국경을 접한 나라의 언어다. 한국어과 학생은 300여명이며 교수들은 대부분 조선족이다. 그런데 허난성 정저우에는 해방군의 정보전 지휘관 인력 양성기관인 해방군 정보공과대가 있다. 이번 중국 해커들의 주요 발신지가 허난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왠지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해커가 넘쳐나는 중국
중국은 세계 최대 해커 보유 국가다. 해킹을 전문으로 하는 해커만도 1백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01년4월, 미군 정찰기와 해방군 공군 전투기가 하이난다오(海南島) 부근 공해상에서 충돌, 전투기가 실종한 사건은 대표적인 중-미 사이버 전쟁을 불러일으켰다. 5월초까지 계속된 사이버 전쟁으로 중국 해커들이 백악관과 FBI, NASA 등 미국의 대표적인 정부 기관 전산망을 집중 공격했다. 이에 맞서 미국 해커들도 중국 기관 전산망을 집중 공격, 한때 마비시키는 등 한판 대결을 세차게 벌인 적도 있다. 당시 미 국방부는 컴퓨터 시스템 비상 경계령인 '인포 콘 알파'를 발령했다.

앞서 1999년 8월에는 중국 해커들이 대만 정부 웹사이트를 공격한 것을 빌미로 대만 해커들과 자존심 걸린 대결을 벌여 중국 정부 웹사이트에 대만국기인 청천백일기가 나부끼는 해프닝도 벌어지기도 했다. 역사 문제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일본과 중국의 사이버 전쟁도 단골 메뉴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신사 참배 때마다 일본 정부의 전산망이 중국 해커들의 공격을 받는 곤욕을 연례행사처럼 치르고 있다. 앞으로 양국간의 조사로 해킹의 진상이 밝혀지겠지만 중국 해커들이 한국 전산망을 해킹의 주요 경유지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해커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해커부대 실전배치 '앞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은 안보를 위해 국방 차원에서 해킹과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기관을 설립하고 사이버부대나 해킹부대를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다.

미국도 오래 전부터 사이버부대를 운영 중이다. 미국은 1996년 7월 미 국방부 국가안보국(NSA)과 FBI를 중심으로 정예 해커를 뽑아 사이버부대를 구성했다. 이들은 현재까지 미 국방부에서 사이버전쟁 시나리오를 놓고 연습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또다른 나라의 전산망에 침입해 정보를 빼오거나 전산망을 마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인 '해킹로봇'을 개발 중이다. 미국 정부는 부족한 사이버전쟁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사이버부대 프로그램에 선발된 카네기 멜론 대학 등의 정보보안 전공학생에게 2년간 장학금을 주고 있다. 이들은 졸업 후 등록금 수혜 기간만큼 근무해야 한다.

러시아는 KGB 후신인 FSB 내에 사이버전 전담부서를 설치해 컴퓨터 바이러스 등 사이버전 무기와 전자무기를 개발해 실전에 배치했다. FSB에서는 사이버무기 중 하나인 고출력마이크로웨이브 총을 이용해 미 대사관에 화재를 발생시킨 사례가 있다.

일본은 사이버전을 대비해 바이러스와 해킹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사이버부대를 2000년 말 창설했다. 2001년 방위예산에 사이버테러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첨단 전자장비와 관련기술 개발비용으로 1천3백98억엔을 책정하는 등 사이버전쟁 대비에 주력하고 있다. 방위청 전략연구실과 국가방위연구소에서 사이버전쟁을 연구하고 있다.

베이징[홍인표 특파원 ip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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