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선 50년째 똑같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것도 꼭 오전 8시15분에.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아니다. "이 아픔 다시는..."으로 시작되는 '평화의 멜로디'다. 8시 15분은 1945년 8월 6일 미국의 B-29기가 히로시마 상공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시각이다.
원자폭탄 투하 당시의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원폭 돔, 20만명의 희생자 이름이 빼곡히 적힌 위령비, 종이학을 964마리까지 접고 세상을 떠난 소녀를 위로하는 위령비인 '두 손으로 학을 받쳐든 소녀상', 영원히 꺼지지 않는 '평화의 불', 평화를 부르는 '평화의 종', 원폭자료관 등이 있는 이 공원은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원폭 투하의 역사적 사실과 인류사상 최초로 사용된 핵무기의 참화를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그와 동시에 핵무기 폐기와 세계 평화를 희구하는 상징적인 장소'라는 이유에서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은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아니다. 두 번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그런 유산이다.
![[환경]DMZ를 평화-자연의 성지로](https://img.khan.co.kr/nm/ContentsObject/7/7783_1_c13_1.jpg)
![[환경]DMZ를 평화-자연의 성지로](https://img.khan.co.kr/nm/ContentsObject/7/7783_2_c13_2.jpg)
세계적 환경평화운동가들 참여
이들의 이런 목표를 위한 행진은 1997년부터 시작됐다. 바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듬해다. 이 대표는 "세계 제일가는 자동차와 휴대전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과 문화를 지키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WCS-TNC 등 세계적 환경단체와 평화단체인 헤이그재단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DMZ의 역사적-환경적 가치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 1차적 결실이 바로 1998년 DMZ포럼재단의 발족이었다. 초기 멤버는 스티븐 보스워츠 전 주한 미국대사, 에드워드 윌슨 하버대 교수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쟁쟁한 환경평화운동가 27명이었다. 지금은 회원이 150여명으로 늘어났다. '서울 포럼'엔 알레산드로 발사모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부소장, 윌렘 반 리에 남아공 평화의 공원 재단대표, 조지 아치볼트 국제두루미재단이사장, 코시마 류 평양국제신기술 경제정보센터 북경 대표부장 겸 환경정보센터 평양주재 조정관 등이 참석했고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프란세스코 반다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소장 등이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호랑이 생존 확인 보고도
이태하 DMZ포럼 대변인은 "지난해 반다린 소장이 DMZ포럼에 참석했다"면서 "이것이 DMZ를 자연과 문화를 합친 복합유산으로 만들기 위한 국제연대를 본격화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DMZ포럼은 7월 27일 휴전협정일을 기념, 매년 7월에 국제세미나, 학술회의 등 관련 행사를 통해 이미 국제사회에선 어느 정도 DMZ의 문화적-역사적-환경적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던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행사 이후 개별접촉을 통해 환경-평화-문화 등 다양한 이익집단을 하나의 뜻으로 묶으려 애썼다"면서 "이 뜻을 서울 DMZ포럼을 통해 확인하고 국내의 여론을 환기시키게 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태하 대변인은 "외국보다 국내의 DMZ에 대한 관심이 적다"면서 "무엇보다 환경과 자연에 대한 인식부족이 그 원인이다"고 말했다.
![[환경]DMZ를 평화-자연의 성지로](https://img.khan.co.kr/nm/ContentsObject/7/7783_3_c13_3.jpg)
이들의 말이 아니라도 DMZ의 생태학적 가치는 이미 입증된 상태다. 1999년 UNDP(국제연합개발계획)의 생태계조사에 의하면 이 지역에 수생식물 99종, 육상식물 361종이 조사됐고 곤충 114종, 양서-파충류 20종, 포유류 11종, 어류 24종, 조류 58종이 확인됐다. 김계중 이사장은 "멸종위기에 있는 저어새의 90%와 재두루미의 절반 가량이 여름과 겨울을 나는 철새의 낙원"이라고 말했다.
올해 DMZ포럼에선 한국호랑이 생존을 확인했다는 보고도 이어졌다. 임순남 한국야생호랑이 표범연구소장은 'DMZ 접경지역의 한국호랑이 생존여부탐사결과 보고'에서 "이 지역에 수많은 발자국과 서식 흔적이 발견됐다"면서 "이는 현지조사를 한 러시아 극동지리학연구소 피크노프 박사와 시베리아 야생호랑이보호센터 전문가들이 확인했다"고 밝혀 세계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북한 내 현재 6개 NGO 활동"
코시마 웨버 류 평양국제새기술경제정보센터 베이징 대표
서울 힐튼호텔에서 7월 15, 16일 이틀 동안 열린 DMZ포럼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코시마 웨버 류 평양국제새기술경제정보센터 베이징 대표 겸 환경 교육 미디어 사업담당 부국장이었다. 독일인인 그가 2001년 평양새기술경제정보센터라는 NGO(비정부기구)를 설립,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양국제새기술경제정보센터는 무슨 일을 합니까.
"북한의 경제와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001년 평양에 설립한 국제적인 NGO입니다. 에너지 재활용, 경제, 농업, 정보기술, 환경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국제적 교류를 촉진하는 일을 주로 하며 북한당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에 NGO가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북한에는 현재 6개의 NGO가 있습니다. 모두가 북한 경제-사회-문화 발전을 지원하는 국제적인 비정부기구들입니다. 그중 한 단체인 평양국제새기술경제정보센터는 북한과 중국간에 첨단신기술과 경제관련 정보를 서로 교류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을 위한 환경관련 교육자료를 개발하고 소개도 합니다."
환경 교육 미디어 사업이란 무엇입니까?
"이 단체의 환경정보센터에서 추진하는 사업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환경 교육을 하기 위해 인쇄, 방송 매체,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한 환경 교육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입니다. 특히 세계 각국의 다양한 환경 교육 자료들을 한국어로 번역해 북한에 제공합니다. 남한에 좋은 환경 교육 비디오와 자료들이 있으면 북한에 제공했으면 좋겠습니다."
DMZ의 생태를 보존하기 위한 남북 협력 가능성과 방향은 무엇입니까?
"이미 남한에서는 환경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해 중요하게 취급되지만, 북한은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즉 경제적-사회적 우선 순위와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DMZ 생태 보존 사업 역시 이러한 점을 명심하고 최대한 북한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선 환경 관련 교육 자료, 특히 영상 교육 자료와 정보 등을 교환하는 일입니다. 그러한 일을 통해 서로의 공통 관심사를 찾아내고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사업들을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 호랑이가 멸종되지 않고 생존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일도 남북한이 보유한 관련 정보와 자료를 서로 교환하고 검토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북한은 정말 변화하고 있습니까?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져 최근에는 불과 몇 달 사이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만큼 우리 NGO들의 활동도 다양해지고, 북한 당국 역시 다양한 국제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