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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논의의 둑'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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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할 수 없는 일을 미국이 대신 거론해주면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북한인권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미국의 움직임은 북한 인권의 개선 가능성도 차단하고, 핵문제와 관련된 협상도 어렵게 해 결국 한반도가 위험해질 수 있다"

지난 6월 25일 열린 북한인권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의 상반된 주장이다. 전자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해온 보수성향 단체 관계자의 이야기이며 후자는 최근 북한의 인권문제에 눈을 돌린 진보성향 단체 관계자의 발언이다.

이렇듯 양측 진영은 북한 인권이라는 문제를 놓고 서로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있다. 보수성향의 단체들은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면 문제의 근원인 김정일 정권이 전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주로 정치적인 측면의 인권을 바라본다. 반면 진보성향 쪽은 북한의 경제 회생에 도움을 주고, 식량 등을 지원한다면 인권문제는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정일 정권의 전복은 북한에 혼란만 가져올 뿐 인권 개선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로 경제적인 측면의 인권에 주목하고 있다. 양쪽 모두 인권을 부르짖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다.

북한자유법안 美 의회 통과 전망

이번 토론회는 그동안 소원했던 보수성향의 북한인권단체와 진보성향의 인권평화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북한의 인권에 대해 토론을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양측의 시각차가 커 공동 움직임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토론회는 '북한자유법안'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미 의회에 상정된 이 법안은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를 촉진하고,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경제제재 해제나 식량지원보다는 북한 주민의 이탈을 조장하는데 더 관심이 있다는 비판을 받았고 올해 3월 31일 내용이 완화된 북한인권법안으로 변경돼,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이 법안은 올해 안에 미 의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법안도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사회]북한 인권 '논의의 둑' 터졌다

이에 인권운동사랑방, 통일연대 학술위원회 등의 진보성향 단체들은 올해 3월 공동으로 북한자유법안 토론회를 열고 미국의 개입이 실질적으로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남북관계나 한반도 평화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을 모았다. 이들은 이후 한 달에 1~2차례 북한의 인권문제를 고민하는 연구모임을 갖게 됐고, 이는 가칭 '한반도 인권회의'라는 연구모임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리고 올해 4월 열린 제60차 유엔인권위의 대북인권결의안 채택 과정에 한반도 인권회의 차원의 대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이 보수 단체와의 토론으로 연결된 것이다. 하지만 반나절의 토론으로는 반세기 동안의 이데올로기 갈등이 치유되지 못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이주영 상임활동가는 "인권은 특정 정치체제와는 관계없는 것"이라며 "보수성향 단체의 정치적인 접근으로는 인권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보성향의 단체 사이에서 공감대를 넓히고 구체적 내용을 생산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라며 "외부 힘에 의한 정권 교체를 통한 인권 개선을 주장하는 보수성향 단체와의 연대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진보성향 단체끼리도 이견 존재

진보성향의 단체에도 이견이 존재한다. 북한과 직접적인 교류를 해온 통일연대의 경우, 북한자유법안을 반대하는 모임에는 활발하게 참여했으나 '한반도인권회의'에는 참가를 꺼리고 있다. 북한의 인권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것이 거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변의 해석이다. 통일연대 김성란 대외협력위원장은 "식량권처럼 구체적인 사안이라면 함께 할 생각이 있다"면서도 "포괄적으로 북한 인권문제에  접근한다면 통일연대의 이름을 내걸기가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보수성향 단체도 통합을 거부하기는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보수성향 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에 대해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 알려준 점에서는 만족한다"면서도 "북한의 인권을 걱정하는 토론회가 아니라 북한 정권을 두둔하는 토론회여서 더이상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성과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토론회를 주최한 '좋은벗들'의 강여경 국제연대부장은 "양측간 인식차가 너무 커 모든 사안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렵겠지만, 주제별로는 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식량문제 해결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연대해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한국정치연구회의 서보혁 연구위원은 양쪽의 연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북한 인권실태를 조사하도록 7월 10일 임명된 유엔인권위 특별보고관이 한국에 들어오는 경우, 양 진영이 경쟁적으로 북한인권실태나 한국내 여론이 어떤지 상반되게 전달할 개연성이 있다"며 "민감한 문제를 제외한 최소한의 공통분모에 대해서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 진영은 서 연구위원의 우려대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영자 국장은 "특별보고관에게 낼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좋은벗들 등의 단체가 참가하도록 요청했으나 불참했다"고 말했다. 좋은벗들 등이 참가한 '한반도 인권회의'는 보고서를 따로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이광백 연구위원은 "인권문제 해결에 정치적 의도를 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인권문제를 은폐하거나 소극적으로 보는 것도 역시 정치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진영이 모두 '정치적인 태도'를 줄이면 연대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고 그래야 한반도에 전쟁을 가져올 수 있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반론보도문

본보는 2004년 6월 10일자(통권 577호) 35면 이하 '노, 남북정상회담 추진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전인 2003년 1월 27일 이종석 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을 특사로 파견하여 취임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고 싶다는 의향을 표명했다고 보도한 바 있으나,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은 특사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한 사실은 있으나 취임식에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하거나 이에 북측으로부터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불참을 조건으로 방문할 용의가 있다는 답변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재용 기자 politika9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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