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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의원총회선 어떤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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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왜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찬성 당론을 결정하지 못했던 걸까. 네티즌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의혹의 눈길은 6월 29일 본회의 전에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모아졌다.

비공개였지만 참석의원들의 불만에 찬(?) 목소리를 통해 이날 발언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찬성 당론 결정에 직접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전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인 유인태 의원이다. 유 의원은 자유투표로 하자고 발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 의원 측은 "이날 이해찬 총리 임명동의안과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이 함께 상정돼 있었다"면서 "한나라당이 두 안을 이미 자유투표로 하기로 했는데 열린우리당이 체포동의안에 대해 찬성 당론을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 총리 임명동의안을 아무 탈없이 통과시키기 위해서 당론 결정을 반대했다는 설명이다.

'한 중진의원'이란 이름으로 유 의원의 입장을 설명한 김원웅 의원은 "체포동의안의 찬성 당론 결정 여부는 그 당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며 "(중진의원의 발언은) 이 총리 임명동의안이 순조롭게 통과돼야 한다는 논조였다"고 말했다. 이날 의원총회는 결국 체포동의안을 자유투표로 하기로 결정했다. 

총리 인준 '명분' 위해 자유투표 결정

유 의원측은 "비공개 회의였는데 초선의원들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유 의원의 발언을 거론했다"며 유 의원의 발언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유 의원은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후 측근들에게 기자들이 질문할 경우 의원총회 발언의 취지를 올바르게 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정치]비공개 의원총회선 어떤 일이...

한 초선의원은 "우 의원이 체포동의안의 문제점과 부결될 때의 문제점 등 두 가지 상반된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했다"면서 "그때 부결될 때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제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의원측의 주장은 약간 다르다. 유 의원 측은 "우 의원이 마치 당론으로 정해야 할 것처럼 얘기해서 유 의원이 앞에 나가서 발언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발언을 마치자 한 곳에서 "잘 했어"라는 칭찬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한 초선의원이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추임새(?)가 의원총회에서 나온 것이었다. 중진의원의 발언에 초선 의원이 혼자 나서서 "잘 했어"라고 말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자 의원들의 시선은 이 초선의원에게 쏠렸다.

하지만 겉으로 '동감'을 표시한 이 초선의원 이외에도 선거법을 위반한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의 무기명 투표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에 동조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법률 구조단에 따르면 현재 10명 정도의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 상태에 있다. 5월말 40여명의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내사 중이던 것과 비교하면 축소된 숫자다. 30여명이 무혐의로 불기소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선거법 위반 의원들 부결에 동조 한듯

하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부결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출신인 정성호 의원은 "부결된 상황이 이들 의원들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의 비난 여론도 거세겠지만 검찰과 법원이 선거법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작 이날 의원총회에서 찬성 당론 결정에 반대했던 유 의원은 선거법 위반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유 의원측은 "유 의원 자체가 선거법과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에 이날 발언은 아주 원칙적인 것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일부 중진들도 찬성 당론 결정을 반대하는 대열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유 의원이 발언하는 가운데 일부 중진이 뒷자리에 앉아 맞장구치는 말을 했다"고 말하면서 지도부와 중진의 안이한 인식을 비판했다. 다른 한 초선의원은 "지도부가 이미 자유투표를 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당 지도부에 체포동의안 부결의 책임을 돌렸다.   

검찰쪽으로 책임을 돌리는 의원도 많다. 이들은 국회 회기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굳이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상정했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점을 던졌다. 김원웅 의원은 "나는 찬성 쪽에 표를 던졌지만 열린우리당내에는 전반적으로 검찰이 너무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율사 출신인 한 초선의원은 "검찰이 오히려 열린우리당에 모든 책임을 떠넘긴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체포동의안 자체가 열린우리당을 곤혹스럽게 했다는 것이다.



'바퀴벌레론'의 원조

6월 29일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처리되기 전 세 명의 한나라당 의원이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설전을 벌였다. 검사 출신인 김재원 의원이 두 번째로 나섰다. 김 의원은 '바퀴벌레론'을 내세웠다.

"수사기관 관계자 말씀이 '부엌에 가면 싱크대가 있는데 싱크대 밑에는 바퀴벌레가 우글거리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바퀴벌레 잡으려고 싱크대 밑을 뒤지지는 않지 않느냐. 다만 바퀴벌레가 밖으로 나오면 그것을 안 잡을 수 있냐'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수사기관의 눈에 보면 우리 박창달 의원이 밖으로 나온 바퀴벌레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잡았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우리 국회의원 모두가 언제든지 잡힐 수 있는 싱크대 밑의 바퀴벌레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바퀴벌레론' 발언 후 김 의원은 "질의를 잘 했다는 칭찬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도 없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자신들이) '바퀴벌레인 줄 알긴 아는 모양이네'라는 비아냥 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에서 바퀴벌레론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원조는 따로 있다. 이미 열린우리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바퀴벌레' 이야기가 나왔다. 체포동의안을 설명하던 우윤근 원내부대표가 선거법 위반을 바퀴벌레에 비유했다고 전해진다. 우 의원 측은 "찬성 당론을 결정할 경우와 자유투표할 경우를 설명하면서 체포동의안이 이런 문제점도 있다는 측면에서 바퀴벌레론을 소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의원은 "검사들 사이에는 바퀴벌레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며 "혐의자들이 '왜 나만 그러냐'고 말하면 '왜 걸렸느냐'고 되물으면서 바퀴벌레에 비유해왔다"고 말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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