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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넘어야 할 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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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피살사건 이후에도 이라크 무장세력에 의해 미군 해병이 참수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군 군납업무를 맡았던 터키 사람들은 두 차례나 피랍됐다가 석방됐다. 이라크 임시정부의 조기 주권이양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북부 팔루자와 남부 쿠파 등지를 장악하고 있는 이라크 내 핵심 저항세력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야드 알라위 신임 총리가 키를 잡은 이라크 임시정부는 정국 장악을 위한 강온책을 병행하고 있지만 임시정부의 전도는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무장세력의 무자비한 테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7월 1일 마침내 법정에 선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도발적 태도도 이라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무장세력의 허를 찌른 이라크 임시정부로의 조기 주권이양이 이라크 '기상도'에 어떤 변화를 미칠까.

무장세력 극력 저항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안사르 알 이슬람에서 갈라져나온 안사르 알 순나는 레바논 출신 미 해병 와세프 알리 하순 상병을 참수했다고 7월 3일 발표했다. 이 발표의 사실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지난 5월 이후 이라크와 사우디에서 피랍, 살해된 외국인은 모두 4명이다. 당초 탈레반 정권의 비호 아래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생한 안사르 알 이슬람은 이라크 동북부 산악지대에서 미군의 공격을 받아 와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안사르 알 순나가 이름을 바꾼 구(舊) 안사르 알 이슬람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참수성명이 발표된 곳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납치-살해된 미국인 폴 존슨의 살해장면이 올라왔던 웹사이트다. 미군 당국은 하순 병장의 피살 보도를 알고 있으며 이를 확인 중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미 유타 주(州) 웨스트 조던 출신의 하순은 비디오테이프가 방영되기 약 1주일 전인 6월 21일부터 실종된 상태였다.

이날 바그다드 인근의 한 검문소에서는 무장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이라크 민방위군 5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서는 저항세력이 길가에 매설한 폭탄이 터져 영국군이 다쳤고 군 차량 2대가 파괴됐다. 앞서 2일에는 이라크 무장 저항세력이 바그다드 중심부 호텔단지에 수발의 로켓을 발사, 4명의 이라크인이 다쳤다.

후세인 변수  이라크특별재판소에서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인정신문이 시작된 이틀 뒤인 7월 3일,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를 중심으로 이라크 중북부 곳곳에서 재판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약 80㎞ 떨어진 티크리트 중심가에서는 수백 명의 남자가 후세인 사진 등을 흔들며 "잘 들어라 부시, 우리는 모두 사담을 사랑한다"고 소리치며 행진했다. 이날 시위는 평화적으로 끝났지만 지난해 12월 후세인 체포 당시 쥐죽은 듯 숨죽였던 지역인 사마라에서도 이라크인 100여 명이 모여 "사담 재판은 위법"이라고 적힌 피켓과 로켓추진수류탄발사기를 휘두르며 위력을 과시했다. 

알 자지라 등 아랍 위성TV들은 법정에서 판사에 반박하는 후세인의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며 후세인에 대한 아랍인의 동정심을 연일 선동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바트당의 충성파조차 후세인이 다시 권좌에 오를 가능성은 없다고 인정하지만 재판정에 선 후세인의 당당한 모습은 그의 추종자와 저항세력에 생기를 불어넣는 인상이다. 

알라위 총리 '당근'과 '채찍' 병행  이라크 주권이양 이후 처음으로 7월 3일 이라크 방위군 부대가 독자적인 작전을 펼쳐 주목된다. 이라크 방위군 303대대 D중대는 이날 저항군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바그다드의 한 가옥을 급습했다. 미군은 이라크군의 전투 능력을 키우고 주권이양 이후의 자체적인 치안 확보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미군이 이라크 저항세력과의 전투에서 이라크군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6월 28일 주권이양 이후부터다. 이라크군이 앞에 나서고 미군은 후방에서 중화기 등으로 지원하는 형태다. 합동작전이 저항군 제거작전에 대한 이라크 주민의 거부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임은 물론이다. 

바르함 살리 임시정부 부총리는 이라크 내 폭력사태 다발지역에 대한 비상사태 선포가 임박했다고 7월 2일 밝혔다.

살리 부총리는 이날 밤 알 이라키야 TV와 한 인터뷰에서 "국가보호법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법이 특정 지역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테러 위협에 대처할 기간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부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지 알 야와르 임시정부 대통령도 6월 30일 보도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가보호법이 비상사태법에 비해 통제수위는 덜하지만 테러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강경책과 함께 민심을 달래고 저항세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당근정책도 선보이고 있다.

[포커스]아직도 넘어야 할 산 많다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는 미국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사드르로부터 무장해제와 함께 그의 무장단체인 메흐디 민병대를 해산하겠다는 보장을 받았다고 밝혀 온건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과시했다.

시리아-이란 등 압박  이라크 임시정부가 무장세력을 지원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이란과 시리아 등을 상대로 공세적 자세를 취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7월 4일 호시야르 지바리 이라크 임시정부 외무장관이 (이라크)인접국들이 저항세력을 지원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정보를 갖고 있으며 이를 조만간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바리 장관은 저항세력이 주변국들로부터 자금, 병참 및 훈련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라크전이 시작된 이래 약 1만 명의 첩보요원이 이라크로 쏟아져 들어와 활동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지원이 계속된다면 임시정부는 이라크 주둔 미군이 주변국들을 공격하는 데 반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바리 장관은 관련 국가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이라크 고위 관리들은 이란과 시리아가 가장 노골적으로 알 자르카위 세력 등 이라크 내 저항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상연〈국제부 기자〉 lsy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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